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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n Prisa, Sin Pa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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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 인 케미스트리 | 애플 티비 원작 후기, 얘들아, 상을 차려라. 너희 어머니는 이제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줄거리 엘리자베스 조트는 화학 석사 학위를 받은 너드 중의 너드다. 때는 1950년대, 성차별과 인종차별이 만연했던 시대였다. 찐천재인 엘리자베스 조트는 다른 백인 남자 과학자보다 뛰어나면 뭐해? 그녀는 그저 과학실의 꽃일 뿐이었다. 그녀가 박사학위가 없다는 이유로 무시했지만, 결국 박사학위가 있으나 없으나 인정해주지 않는 현실을 같았다. 전임교수에게 성폭행을 당해서 방어를 하기 위해 뾰족한 연필로 찔렀는데, 오히려 전임교수에게 사과문을 쓴다면 박사학위를 주겠다는 답변만 되돌아왔다. 조트는 절대 사과하지 않았고, 그렇게 박사학위는 물건너 갔다.  캘빈은 엘리자베스의 능력을 알아본 스타 과학자였다. 그래서 엘리자베스를 자신의 연구실로 불러 같이 연구를 시작했다. 둘의 사랑은 깊어지고, 둘의 연구 또한 성과.. 2024. 8. 20.
대장금(2003) N주행 후기 | 너는 얼음 속에 던져져 있어도 꽃을 피우는 꽃씨야. 장금이가 삶을 대하는 태도주어진 모든 것에 애정을 쏟아붓기 사람들이 너를 오해하는 게 있다. 네 능력은 뛰어난 것에 있는 것이 아니다. 쉬지 않고 하는 것에 있어. 모두가 그만두는 때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시 시작하는 것.너는 얼음 속에 던져져 있어도 꽃을 피우는 꽃씨야.   장금은 어머니(박나인)의 죽기 전 남기셨던 유언을 이루기 위해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박나인이 장금이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 꼭 최고상궁이 되라고 했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모를 어릴 적부터 잃은 장금이가 세상의 끈을 놓지 않도록 미션을 준 것이나 다름없다. 꼭 살아야 하는 이유를 준 것이다. 이 깊은 뜻을 한상궁이 장금이 등에 엎혀 궁으로 다시 돌아가라고 이야기할 때 알았다. 장금은 정말 더 이상 누구를 위해 살고.. 2024. 8. 20.
[아주 짧은 단편] 알맹이가 없는 이야기(1) 미정이에게 미정이에게,미정아, 나 윤희야. 잘 지내니? 요즘 날씨가 참 더워서 그런지, 에어컨 때문에 주변에서 많이들 냉방병으로 고생 꽤나 하더라. 나는 냉방병이 도무지 낫지가 않아. 지금 맘같아선 하와이의 와이키키 해변에 가서 비키니만 입고 하루종일 선탠하고 싶다. 여름이 되면 미정이 네 생각이 많이 난다.  2018년 여름 기억나니? 그때 정말 한국 여름 기가 막힐 정도로 더웠던 것 같아. 그 당시 내가 만나던 지훈 오빠 기억나니? 미정이 넌 주용이랑 갓 헤어지고 싱글이 된 지 얼마 안 돼서 우리 이렇게 세 명이서 많이 놀러 다녔잖아. 나는 네가 주용이랑 헤어진다고 했을 때, 많이 놀랐어. 주용이가 취업 준비생이라 경제적으로 힘들었지만, 너희 둘 성격이 정말 잘 맞아서 천생연분이라고 생각했었거든. 근데 지훈 오.. 2024. 8. 2.
[아주 짧은 단편] 알맹이가 없는 이야기(2) 사랑으로 시작했다 분노로 끝나다 우리는 이탈리아 친퀘테레에 도착했다. H는 구불한 길을 따라 운전을 했고, 나는 처음 보는 광경에 입이 떡 벌어진 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친퀘테라는 '다섯개의 땅'이라는 의미인데, 그 유명한 다섯개의 땅 중 가장 중간에 위치한 '코르닐리아'라는 곳에 묵었다. 성인이 된지가 오삼년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부모로부터 독립되지 않은 미성숙한 인간이었고, 외국 영화에서나 보는 연인들의 유럽 여행을 H와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졌다. 내가 벌써 이렇게 컸나?  일단 H는 동네 식료품점으로 향했다. 능숙하게 빵, 햄, 치즈 그리고 와인을 샀다. 아, 그리고 야채와 올리브유까지 샀다. 올리브유는 한 번 쓰고 버리는게 아니라 남은 여행 내내 쓸거라는 계획까지 세워두었다. 나는 그저 그렇게 야무지게 장.. 2024. 8. 2.
[아주 짧은 단편] 알맹이가 없는 이야기(1) 버스 안 출근길 오전 6시 50분, 버스가 4 정거장 전에 출발했다고 한다. 지금 나가면 버스를 탈 수 있다. 도보 거리와 신호등 타이밍까지 고려한 철두 철미한 예측이다. 경기 남부에 사는 나는 사당역을 향한 좌석버스를 탄다. 내가 타는 곳은 버스의 첫 정류장에서 그리 멀지 않아 버스를 타게 되면 좌석에는 2-3명 정도 앉아 있다. 사당역까지 40분 정도 걸리는데, 가는 내내 버스의 빈자리가 꽉꽉 채워진다. 제발 내 옆자리는 앉지 말길 바라면서, 가방을 살포시 올려두지만 역시나 나의 눈치싸움은 늘 완패. '나 여기 앉을건데?'라고 말하는 시선을 쏘아 받으면 냉큼 치워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 평상시 창가 자리보다 복도가 좋지만, 아무래도 출근길은 창가 자리가 좋다. 첫 정류장에 가까운 정류장 근처에 사는 사람의 특권이란,.. 2024. 8. 2.
구병모, 위저드 베이커리, 선택의 결과는 나의 몫 | 줄거리 나는 열 여섯 청소년, 어릴적 어머니는 병으로 돌아가셨고 새엄마 배 선생과 그녀의 딸 무희가 가족이 되었다.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배 선생 그리고 무희는 나와 가족이 될 수 없었다. 무신경하고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함께 재혼한 배 선생은 외롭기만 하고, 괜스레 남편의 자식이 밉기만 하다. 나는 겉으로 나지 않는 상처는 없었지만, 배 선생의 차가운 태도와 혐오로 인해 마음 속에 외로움, 두려움, 고독함만 쌓여 간다. 함께 모여 저녁먹는 시간이 너무 끔찍해서 나는 늘 동네에 있는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다양한 빵을 사먹는다. 나는 배 선생에게 곁을 내어 주지도 않았지만, 곁을 받지도 않았다. 그래서 계속되는 은밀한 혐오에 말을 잃었고 결국 말을 더듬게 된다.  어느 날 사건은 터졌다. 이복 동.. 2024. 8.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