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짧은 단편] 알맹이가 없는 이야기(2) 사랑으로 시작했다 분노로 끝나다
우리는 이탈리아 친퀘테레에 도착했다. H는 구불한 길을 따라 운전을 했고, 나는 처음 보는 광경에 입이 떡 벌어진 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친퀘테라는 '다섯개의 땅'이라는 의미인데, 그 유명한 다섯개의 땅 중 가장 중간에 위치한 '코르닐리아'라는 곳에 묵었다. 성인이 된지가 오삼년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부모로부터 독립되지 않은 미성숙한 인간이었고, 외국 영화에서나 보는 연인들의 유럽 여행을 H와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졌다. 내가 벌써 이렇게 컸나? 일단 H는 동네 식료품점으로 향했다. 능숙하게 빵, 햄, 치즈 그리고 와인을 샀다. 아, 그리고 야채와 올리브유까지 샀다. 올리브유는 한 번 쓰고 버리는게 아니라 남은 여행 내내 쓸거라는 계획까지 세워두었다. 나는 그저 그렇게 야무지게 장..
2024.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