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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책

[스포주의]정해연, 소설 1탄 | 홍학의 자리, 유괴의 날 후기

by 조잼 2024.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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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정가네 소설

 정유정 작가로 인해 독서가 재미를 붙이게 됐고, 정세랑 작가로 인해 글을 쓰고 싶어졌다. 그러다 발견한 정해연 작가..!(다작을 했던 작가인데... 나만 여태껏 몰랐던 듯ㅋㅋ) 

 올해 초에 꽤나 재밌게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미스테리 소설.. 다 읽고 나서 뭔가 헛헛한 마음이 계속 들었다. 미스테리 소설은 너무 중독이야! 근데 어쩌다 발견한 정해연 작가의 소설. 와... <홍학의 자리>를 읽고 보물을 발견한 듯 싶었다. 요즘 도파민이 필요한 시점이었는데 나에게 아주 큰 자극을 주었다. 

 내가 읽었던 느낌을 이야기하려고 하니 구체적으로 말하게 되면 스포일러가 될까봐 다른 사람의 재미를 망칠 것 같네. 확실히 정해연 작가의 소설은 도파민을 미친듯이 돌게 하는 반전 서스펜스가 하이라이트다. 누군가가 이 책을 읽었을 때 부디 나와 같은 쫄깃한 감정을 느끼기 바라면서 최대한 조심히 써보도록 하겠다. 

 

홍학의 자리

 

 

 "다현"의 시체를 유기하는 한 남자. 그는 "다현"의 선생이면서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 그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교실에서 "다현"은 목 매달고 죽어있었는데, 목에 누군가에게 칼로 찔린 흔적이 남아있었다. 사제지간이었던 둘, 미성년자와 성인이 학교에서 관계를 맺은 것,.. 등 뭐 하나 떳떳할 게 없었던 그는 "다현"을 호수에 유기했다. 그렇게 실종된 다현을 찾기 위해 경찰이 출동했고,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려고 한다. 다현과 함께 얽힌 과거와 사람들을 알아보니 점점 더 범인은 누구일지 미궁에 빠지게 되는데...

 

 반전을 갖고 있었던 홍학의 자리. 다현이 좋아하는 홍학, 홍학을 보러 네덜란드의 이루바 섬에 가고 싶어했다. 홍학에 얽힌 이야기가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범인이 누군지 금방 유추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나는 순진무구한가봄. 아주 재미 그 자체로 읽어 내려갔다.

 작가는 <홍학의 자리>를 쓸 때, 인정욕구에 관하여 썼다고 했다. 주인공 김선생은 와이프가 지독한 결벽증에 타인에게 보여지는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해 지긋지긋하게 느끼곤 했다. 하지만 읽어 내려갈수록 김선생도 와이프와 똑같은 사람이었다. 마치 거울효과 같았다. 나와 비슷한 사람을 보면 혐오감이 생기는 느낌? 보통 주인공의 편에 서서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점점 김선생에게 정이 떨어져 나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유괴의 날

출처: 교보문고

 

나는 원작이 있는 드라마를 특히 좋아한다. 뭔가 드라마를 시청하다가 혹은 원작 도서를 읽다가 여운이 남을 때, 원작 배경으로 만들어진 또 다른 작품을 보면 작품 속에 있는 캐릭터와 좀 더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요즘 퀄리티 좋은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는 ENA에서 <유괴의 날>이라는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사실 이 드라마를 보기 전까지는 이런 책이 있는지도 몰랐다. 어쨌든 <홍학의 자리>가 쏘아올린 작은 공으로 한 번 읽어본 <유괴의 날>.

<유괴의 날> 줄거리 
이야기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출처: https://namu.wiki/w/%EC%9C%A0%EA%B4%B4%EC%9D%98%20%EB%82%A0%28%EB%93%9C%EB%9D%BC%EB%A7%88%29?rev=137

(드라마는 시청하지 않았지만, ENA드라마 <유괴의 날>의 스틸 컷으로 이미지 참조했습니다. )

✅ 명준 & 로희의 이야기

 명준은 지난 날의 살인이라는 전과가 있는 인물이지만(마지막에 왜 살인했는지 밝혀진다), 같은 고아원 출신 혜은과 결혼하여 희애라는 딸을 얻고 알콩달콩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혜은은 돌연 온 집안의 재산을 털고 이혼했고, 빚더미에 떠안고 직장까지 잃은 명준 혼자 딸아이를 보살펴야 했다. 하지만 희애는 급성 백혈병에 걸렸고, 골수를 찾는 동안 입원해야 했는데 입원비며 병원비며 모두 밀려있었다. 어느 날, 이혼한 뒤 코빼기도 비추지 않았던 혜은이 나타나 명준에게 로희라는 아이를 유괴하자고 권유했다. 로희를 유괴하려던 어느 날 명준은 차를 끌고 그 아이가 살고 있는 집으로 향했다. 그 때, 어느 한 여자아이가 부잣집 대문에서 뛰쳐나왔다. 그건 바로 로희. 로희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일단 집으로 데려왔는데 아이는 기억을 잃은 것이다. 일단 명준은 자신이 아빠인 척을 하기 시작하는데...

 아빠인 척 하는 것도 잠시, 돈을 요기하기 위해 명준은 로희의 부모에게 전화를 했는데 그들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 혜은은 명준에게 그 집에 가보라고 했다. 명준은 그 집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미 경찰들이 몰려와 바리게이트를 쳤다. 로희의 부모는 이미 살해당한 것이었다. 와중에 로희에게 새우알러지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새우튀김을 먹였던 명준. 로희가 쓰러지자 명준을 아이를 데리고 응급실로 향했다. 로희는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똑똑했기 때문에 명준이 유괴범이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하지만 로희는 이상하게 명준 옆에 있는게 더 안전하게 느껴졌다. 

 

✅ 진태 & 진유의 이야기 

 진태는 *영인시에서 꽤 유명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병원장이다. 그는 이미 신망받고 있는 의사였다. 그의 아내인 소진유는 사치를 부리지도 않고, 인간관계로 얕은 병원장의 부인이었다. 그들은 아이 한 명을 갖고 있었는데, 그 아이가 바로 로희였다. 어느 날 진태는 필리핀 여행가는 비행기표를 끊어놨는데, 필리핀으로 떠나지도 못한 채 죽게 되었다. 그의 배는 해동검으로 찔려있었고, 타살의 흔적인 방어흔이 보인채로 본인 서재에 누워있었다. 한 편, 아내 소진유는 방안에서 커텐으로 가려진 채 누워있었는데 그녀는 수면제를 다량 복용한 뒤 잠이 들었는데, 보일러 온도가 60도에 임박한걸 보니 쪄죽은 것으로 밝혀졌다. **쪄죽어서 언제 죽었는지 시간 조차도 알 수 없었다. 

 진태에 대해 조사하던 형사 상윤은 진태에 대해 파보기 시작하는데, 평상시 진태는 집에서도 연구소를 몰래 차리고 연구에 몰두했던 것으로 유명했다. 무슨 연구를 하는지는 당최 모르겠지만 진태는 연구에 미친 자였다. 그에게 투자했던 사람들은 총 5명인데, 각각 10억씩 통장에 입금한 것이다. 

*작가는 영인시를 <홍학의 자리>에서도 사용했다. 용인시에 살고 있나...? 쩝스..
**작가가 이 작품을 쓸 때, 2018년의 심각한 무더위 속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랐다고 하던데, 혹시 영감이 이렇게 온걸까?

 

✅ (강력스포)철원 & 혜은의 이야기

 철원은 오래전 아내와 아이를 한 번에 잃은 적이 있었다. 그 수술은 담당의인 최동억이 한 것이 아니라, 최동억 대신 의사가 아닌 의료진 PA가 한 것이다. 하지만 그 수술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았고, 의료사고로 묻혔던 것이다. 철원은 최동억과 그의 딸을 병원에서 발견했다. 마침 폐기하려고 했던 수술도구들을 간호사가 들고 지나가는데, 철원이 그 메스 중 하나를 집어들어 동억을 공격하다 그의 딸이 찔려버린 것이다. 

 사실 동억의 병원엔 임신한 에이즈 환자가 있었는데, 에이즈 환자의 치료를 거부할 순 없지만 비밀리에 수술할 수 있었다. 근데 혹시 모를 감염을 위해 수술이 끝난 뒤, 그 수술 도구를 모두 폐기하려고 했던 것이다. 근데 그 메스를 철원이 낚아채고 원장의 딸의 목을 공격했는데, 원장의 딸은 에이즈에 감염이 됐던 것이다. 하여튼 원장의 딸은 파양이 되었고, 그 딸은 바로 명준의 아내 혜은이었다. 

 평생 죄책감을 지니던 철원은 혜은이 두 번째 파양을 당했다는 사실을 듣고, 그녀를 열심히 후원했다. 철원도 없는 살림이었지만, 최대한 혜원을 돕고자 했다. 그리고 철원은 최동억의 양아들 최진태의 CCTV를 설치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진태 옆에서 지켜본 결과, 자식을 상대로 연구를 하고 있다는 정보를 주게 되자, 혜은과 철원은 유괴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그러다 철원이 진태와 몸싸움을 하다 살해하게 된다. 철원은 혜은만큼은 지키기 위해, 진태의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PA출신 윤정도까지 살해하게 된다. 그렇게 거의 자수하다시피 증거를 남겨놓은 철원은 구치소에 끌려가게 된다. 

 난 이 둘의 서사가 마치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야행>을 떠오르게 했다. 

출처: https://namu.wiki/w/%EB%B0%B1%EC%95%BC%ED%96%89%28%EB%93%9C%EB%9D%BC%EB%A7%88%29

 

반전에 반전, 진짜 스포일러 주의
그래서 진태와 진유는 어떻게 죽게 된걸까?

 

 최동억은 혜은을 입양한 이유가 바로 "아이의 지능향상"을 위한 실험을 하기 위함이었다. 시술과 수술을 통해 후천적으로 지능이 좋은 아이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혜은은 이미 당시 에이즈 감염 위험은 이미 치료했었다.(물론, HIV는 20년 후에 다시 발병되었지만...) 하지만 여자아이에겐 그 실험이 통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래서 혜은을 파양하고, 진태를 다시 입양했다. 진태는 최동억의 친아들은 아니었지만, 그 연구를 계속 이어나가고 싶어했다. 그래서 로희는 진태의 연구를 위한 실험체가 되었다. 이 것을 막으려고 했던 로희의 친엄마 진유와 항상 트러블이 있었다. 그래서 진태는 소진유를 죽이려고 수면제를 다량 복용시키고, 집안의 온도를 높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시체의 부패가 빨리 진행되어 언제 죽었는지 사망일시를 파악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적절한 날에 필리핀으로 여행을 다녀온 척을 하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내가 죽으면 분명 경찰들이 들어올테니 자신의 연구자료들은 적절한 곳에 잘 숨겨두었다. 

 근데 진태는 왜 죽게 되었을까? 진태가 죽임을 당한 이유는 혜은의 계획이었다. 우발적인 사고도 아니었고, 혜은이 철저하게 계획하고 벌인 살인이었다. 그녀는 진태가 동억의 연구를 받들어 계속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괘씸했을 것 같다. 혜은이 실험체였을 당시 여자아이는 그 실험이 통하지 않았는데, 현재 로희를 실험하고 성공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화가나 미쳐버렸을지도 모른다. 진태의 금고에는 많은 돈이 있었을텐데, 혜은은 그 돈은 어릴적 자신이 당한 희생이 묻은 돈이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다 가져가야 마땅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여태껏 잘 먹혔던 실험으로 잘 먹고 잘 산 진태는 죽어 마땅했고.

 사실 어차피 죽일 계획이었다면, 철원이 어차피 감옥으로 들어가는게 그녀의 시나리오였을까? 아니, 그녀의 시나리오는 철원은 그저 도우미 역할이었을거고, 용의자로 지목될 사람은 다름아닌 그녀의 남편 명준이었다. 명준은 원래 혜은이 실험체가 되기 전에 지목됐던 아이였다. 결국 혜은이 동억에 눈에 들려고 안간힘을 썼기 때문에 명준이 아닌, 혜은이 그 집으로 입양이 된 것이다. 훗날, 명준에게 일부러 시집을 가서 자신을 먹여 살려야 하는 것은 의무인 것처럼 책임전가를 시전했다. 하여튼 혜은도 이렇게 삐뚤어질만큼 아픈 과거가 있었지만, 결국 악인은 악인이었다. 자신의 삶의 버거움을 다른 사람에게 책임전가하는 것이 거의 습관이었다. 

 

결론
인간의 욕심은 어디까지인가?

 

 결국 혜은은 마지막에 로희에게 물어봤다. "연구는 성공했니?"

 로희는 노코멘트를 시전했지만, 내 생각에는 이미 혜은부터 반절 정도 성공한 듯 싶다. 혜은도 꽤나 여유만만하고 똑똑한 캐릭터다. 다만 자신의 지능을 활용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이렇게 모든 계획을 잘 맞아떨어지게 (들키기 전까지) 세웠던 걸 보면 꽤 지능이 높은 캐릭터다. 

 상윤을 도왔던 한국대 법의학 교수 유성훈은 최진태의 연구기록을 확인한 뒤 원본을 다시 돌려줬다. 에피소드2를 보면 상훈은 교수직을 그만두기 전에 그 복사본을 꽉 움켜지면서 이야기가 끝난다. 동억과 진태가 평생을 다 바쳤던 그 연구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았으나 멈출 뻔도 했다. 하지만 결국 그 불씨는 또 다른 욕심으로 인해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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