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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책

[스포주의]정해연, 소설 2탄 | 구원의 날, 선택의 날 후기 / 유괴 3부작 시리즈

by 조잼 2024.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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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정해연, 소설 1탄 | 홍학의 자리, 유괴의 날 후기

내가 좋아하는 정가네 소설 정유정 작가로 인해 독서가 재미를 붙이게 됐고, 정세랑 작가로 인해 글을 쓰고 싶어졌다. 그러다 발견한 정해연 작가..!(다작을 했던 작가인데... 나만 여태껏 몰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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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괴의 날>을 읽으니,  "날"시리즈 읽지 않고서는 안되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머지 <선택의 날>과 <구원의 날>, 어떻게 안 읽고 배기겠나?  <유괴의 날>, <선택의 날>, <구원의 날>은 유괴 3부작이다. 정해연 작가와 같은 성씨를 가진 정유정 작가의 팬으로써 욕망 3부작같은 시리즈가 있다는 것은 독자를 설레게 만든다.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아직 볼 이야기가 남았다! 나는 살짝 어설픈 더쿠지만, 공감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거라 생각한다. 

 

구원의 날

ℹ️  줄거리

 3년 전, 엄마 예원과 함께 나간 6살 배기 아들 선우는 실종됐다. 그리고 아빠 선준은 경찰서에서 연락을 받았다. 금평시에서 아이의 백골이 발견됐는데, 백골에 걸려있던 목걸이는 예원이 만들어준 것이었다. 워낙에 많이 훼손된 시체라 DNA 검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검사 결과가 나와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한편 아내 예원은 이미 선우를 찾다 거의 미쳐버렸다. 그래서 선준은 예원을 마음 치료를 할 수 있는 요양원으로 보내는데, 예원은 요양원에 있던 9살 짜리 로운이 부르는 노래를 듣고 선우라는 생각이 들어 납치해버렸다. 

 예원은 집으로 데려와 로운을 씻기고 밥까지 먹였다. 예원은 그 아이가 선우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선준과 예원이 로운을 다시 병원으로 돌려 보내야 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로운이 가족사진을 보고 "이선우다!"라고 외쳤다. 로운은 선우를 금평에 있는 울림 기도원에서 만났다고 했다. 그렇게 로운을 요양원으로 돌려 보내지 못하고, 선준과 예원 그리고 로운은 금평으로 선우를 찾으러 떠났다.

 


 

스포주의

 

 선우는 울림 기도원에 있는 사이비 종교에 의해 납치당했다. 예원은 선준의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병원비, 합의금, 육아까지 정신이 없던 중이었다. 선우는 아직 여섯살배기였기 때문에 그녀를 이해하기엔 너무 어렸다. 같이 불꽃놀이 보러 나가던 어느 날, 예원은 선우를 혼내주려고 손을 놓았는데, 뒤돌아 보니 선우는 사라지고 없었다. 로운 덕분에 울림 기도원에 있는 '석용희'라고 불리던 아이가 선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백골 시체는 '석용희'라는 아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렇게 집에 돌아갈 수 있게 된 선우는 엄마가 자길 버렸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예원은 로운을 납치했기 때문에 2년을 수감하게 되었고, 선준이 선우를 돌보았다. 그리고 선우는 예원을 용서할 준비가 되었다.

 결핍이 있는 사람들이 서로를 구원하는 서사. 내가 정말 미치게 좋아하는 전개 방식이다. 하지만 읽으면서 아이를 학대하는 장면들이나 아이가 방치되어있는 장면을 보면 너무 가슴이 아팠다. 인생이란 그냥 흘러가지 않는다. 오래 전 '못말리는 짱구'의 에피소드에서 짱구의 엄마 봉미선이 늘 자기 전에,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기도를 한다. '오늘도 무사히...' 가족이 생겼다는 것은 지켜야할 책임이 생겼다는 것이다. 부모가 책임에 짓눌려 정말 챙겨야 하는 아이들을 방치하고 있다면, 우선순위를 한 번 더 생각해봐야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방금 전에도 말했다시피 인생은 이론적으로, 이성적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가끔씩은 놓칠 수도 있다. 하지만 놓쳐버렸던 그 대가는 내가 또 다시 짊어져야 하는 무게나 마찬가지다.

 '날날날' 시리즈 중 가장 먹먹했던 이야기였다. 납치 시리즈 중, 실종 아동이 있는 가정의 실상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던 것 같았다. 가장 마지막으로 읽었던 소설이었는데, 이 소설을 처음으로 읽었다면 나머지 두 작품이 너무 가볍게 느껴졌을 것 같다. 작가의 말엔 '손'에 집중했다고 했다. 손을 잡고, 손을 놓고 이런 '손'의 의미를 서로를 용서해주는 매개체로 표현했다. 이런 것을 보면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손을 잘 잡아주는 것 같다. 이해는 못해도 용서는 해준다. 동심을 잃지 말자는게 어떤 의미인지 일부는 알 것 같다. 

 

선택의 날

 

ℹ️  줄거리

 결혼하고 얼마지나지 않아 발기부전이 온 종현. 발기부전때문에 아내가 떠난 것일까? 아내 현아는 갑자기 실종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니다. 실종 신고를 하니 경찰과 현아는 연락이 닿았는데, 현아는 곧 이혼소장 보낼거니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 종현은 현아와의 결혼 생활을 통해 그녀를 더 사랑하게 되었고, 그녀를 꼭 다시 되찾고 싶었다. 그래서 잘 다니던 대기업도 그만두고, 현아 찾아 삼만리였다. 

 그러던 어느 날, 덩치가 산만한 남자가 문을 부수고 들어오는게 아닌가? 그는 고구마 아니고, 거구남 아니고, 고구남. 현아가 그의 돈 2억을 들고 튀었다고 한다. 구남과 종현은 서로 티격태격하지만 결국 현아를 찾고자 하는 목적은 같았기에, 종현의 집에서 둘의 동거는 시작됐다. 

 CCTV에 흐릿하게 찍힌 어린 아이를 유괴한 어느 여자에 대해 제보가 필요하다는 뉴스를 보고, 종현과 구만은 단번에 그녀가 현아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래서 종현과 구만은 현아찾기 삼만리가 시작된다.

 


 

스포주의

 

 사실, <홍학의 자리>부터 시작한 정해연 작가의 책들은 뭔가 어둡고 습한 범죄의 기운이 스믈스믈 느껴졌다. 그리고 뭔가 범죄자들의 서사 또한 너무 안쓰럽고 고된 과거들도 눈에 띄었다. <유괴의 날>에서 로희와 명준의 티키타카 정도가 가장 가볍다고 느낀 정도였는데, <선택의 날>의 종현과 구만의 티키타카가 정말 재밌었다. 읽으면서 피식 피식.. 사실 읽으면서 생각나는 인물들이 있었다. 오랜만에 가상캐스팅을 해보자면..

(왼쪽부터) 조정석, 마동석, 정유미

 

 왠지 찌질하지만 사랑에는 진심이었던 호리호리한 매력인 종현은 조정석이 바로 생각이 났다. 190cm가 넘는 거구의 깡패같은 얼굴이지만 순정파 건달은 마동석이 바로 생각났다. 너무 진부한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아의 가상캐스팅은 정유미가 생각이 났다. 평상시에 천사같은 얼굴, 아련한 분위기를 내뿜어 종현과 구남을 한 번에 사로잡을 수 있는 매력이 필요했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현아가 왜 모든 것을 속이고 종현과 결혼을 한건지, 종현의 돈으로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구만의 아이는 왜 임신하게 놔둔건지(스포지만, 읽으면서 많이들 예상했을거라 생각한다), 종현이 기껏 현아의 친부모를 찾아가 알게된 그녀의 서사는 왜 종현의 추측에서 마무리가 짓는건지.. 뭐 등등 생각보다 현아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 수 없어 아쉬웠다. 물론, 범죄자의 서사에 대해 궁금해할 필요가 없다는건 꽤나 요즘 트렌드이긴 하나... 적어도 정해연 작가의 작품들 만큼은 어느정도 설명을 기대했던게 있었다. 뭔가 악랄할거면, 끝까지 악랄하게 현아 시점으로 좀 더 보여줬음 좋았을텐데 그것도 아니었다. 쩝스..

 그러나 저러나 <선택의 날>은 유괴 시리즈 중 가장 재밌게 읽었던 책이었던 것 같다. 종현과 구남의 티키타카 너무 좋았다. 

 


 

유괴 3부작을 읽으면서,
유괴범들은 지독한 가정파괴범이다.

 

 유괴시리즈를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들이 있다. 부모들은 없어진 자식들을 두고 밥을 먹기도 커피를 마시기도 죄책감이 든다. 내 입으로 무언가 들어온다는 것 자체가 죄를 짓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그들은 경제활동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전단지 돌려가면서 아이를 찾아야 하고, 아이에 관한 연락이 올까 휴대폰만 들여다 봐야 한다. 그러다보니 돈은 못 버는데 빚은 늘어만 간다. 전단지 만드는 비용은 당연하고, 시간이 많이 지날 후에 AI로 성장한 아이의 얼굴을 예측해서 전단지를 만들어야 한다.

출처: YES24

 

 김영하 작가의 <오직 두 사람> 중 <아이를 찾습니다>라는 두 번째 단편이 있다. 줄거리는 아이가 실종돼서 찾아다니다 수년이 흘렀다. 결국 와이프는 정신적으로 아프게 됐고, 아이가 어떤 여자에 의해 납치됐는데 그 여자는 자살을 했다. 그래서 결국 친부모에게 돌아올 수 있었던 아이. 이미 오랜 시간동안 납치범을 부모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던 아이는 친부모가 더 어색했던 것이다. 친부모라고 다르지 않았다. 그 때 꼬꼬마에서 벗어나고, 청소년이 집에 들어왔는데 어떻게 맞춰줘야할지 그저 어색할 따름이었다. 더군다나 실종된 아이를 찾겠다고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다 써서, 아이에게 동화 속에 나오는 궁전같은 집에 머물게 해줄 수도 없었다. 

 위의 작품에선 실종된(유괴당한) 아이가 오랜 시간 끝에 친부모를 찾게 될 경우, 정말 드라마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날까? 라는 의문을 품은 것 같았다. 근데 한 번도 겪지도 않고, 지켜보지도 못한 문제인데 마치 극사실주의처럼 느껴졌다. 

 아이를 잃은 부모는 거의 반송장이 될 것이다. 아이를 찾느라 빚더미에 앉을 것이다. 사람들과 만나서 웃고 떠드는 것, 밥이 목구멍에 넘어 가는 것, 자신의 커리어를 살아가는 것,... 죄책감 때문에 잘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부모가 안 미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 사회는 마치 미치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 진짜로 미치면 거리를 둬야 하는 사람으로 취급한다. 도대체 어쩌라는건지. 

 이래서 유괴범이 진정한 가정 파괴범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피해 가정에 있는 모든 구성원들이 제각기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아나가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부터 파괴하고, 그들의 꿈과 미래, 목표 모든 것들을 점진적으로 파괴한다는 것이다. 수년이 지났을 경우(계속 실종으로 남았다면), 그들이 다시 재회했을 때 가족같은 마음, 정도 안 들게 막은 것이다. 인간은 부모로부터 태어나고, 그들로부터 많은 것들을 배우고 앞날을 선택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유괴범들은 이런 모든 선택권들을 빼앗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느꼈다.

 내가 유괴시리즈 3부작을 읽으면서, 유괴를 안 당하도록 교육을 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말 유괴범들은 정말 못된 놈들이란걸 새삼 더 느끼게 됐다. 차라리 유괴해서 돈만 뜯고 돌려줄 심산이면 정말 그나마도 나은 예다. 예를 들어, 아동 성착취를 하는 인간 말종이면 정말 너무 혐오스럽다. 제발 아이는 건들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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