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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짝꿍과 함께 챌린지처럼 읽는 책이 있다. 웬만하면 다양한 장르로 읽으려고 노력중인데 이번에는 새드엔딩이라는 <리틀라이프>를 읽기로 했다. 그렇게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한 번 그 눈물에 공감하고자 짝꿍과 함께 읽어봤다.
Little Life : 하찮은 삶
A little life : 삶의 작은 활기
옮긴이 권진아님의 번역으로 미세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일단 한국어 제목으로 출판한 제목은 <리틀 라이프>로써 '하찮은 삶'을 나타내고, 원제인 <A little Life>는 '삶의 작은 활기'를 나타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원제도 한국어제목도 둘 다 납득이 가는 제목이었다. <리틀 라이프>의 캐릭터들은 어쩌면 허무한 결말을 맞이하기도 하고, 스스로를 하찮게 여기며 겨우 사는 삶을 살기도 하며, 그런 삶에 어떤 활기가 지니듯 잊을 수 없는 행복한 순간들도 느낄 수 있다.
<섹스 앤 더 시티> 남성판
뉴욕의 청춘 4인방
위의 사진은 <리틀 라이프>의 연극 버전 배우들이다. 왼쪽부터 말하면 말콤, 주드, 제이비, 윌럼 이렇게 4인방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리틀라이프>는 4인방의 20대부터 50대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로 주드 위주로 전개되고, 4인방 이외에 해럴드라는 주드의 양아버지의 이야기도 담곤 한다. 초반부에는 제이비, 윌럼, 말콤의 유년시절과 대학에 들어간 이후 어떻게 진로를 정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말콤 | 4인방 중 가장 부유한 집에서 살고 있다.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지만, 진정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모르는 인물이다. 그렇게 자신은 앞으로 살아야할지, 잘나가는 누나를 보며 자격지심을 갖는 백수다. (나는 솔직히 부자는 아니지만 초반부에 말콤의 인생에 많이 공감하곤 했다.) 나름 부잣집 도련님이라 가끔은 자신의 집의 다락방에 친구들을 묵게 해줄 때도 있고, 말콤의 아버지는 주드를 좋아해서 일자리(과외)까지 제공하곤 했다. 그리고 윌럼과 주드에게 돈을 빌려주기도 했는데, 친구들에게 빌려주는건 전혀 아깝다는 생각도 안 했을 뿐더러 그렇게 큰 돈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제이비 | 4인방 중 가장 유머러스하고 쾌활한 사람이다. 제이비는 홀어머니와 외할머니 밑에서 자라왔는데, 그는 항상 사랑을 많이 받으면서 커왔다. 말콤처럼 돈이 많지도 않았지만, 그는 충분한 사랑을 받아 왔기 때문에 항상 솔직할 수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그를 미워할 순 없었다. 그는 영감은 마구 떠오르지만, 이렇게 표현할만한 소재가 딱히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드를 보고 영감을 얻어 그를 그림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 전시회로 인해 제이비는 유명한 아티스트로 거듭나기 시작했지만, 자신의 얼굴이 여기저기 도배되는 것이 싫었던 주드와 멀어진건 그 때부터였다.
윌럼 | 그는 배우지망생이었는데, 매번 오디션에 떨어졌다. 하지만 비싼 뉴욕 땅에서 살아가려면 무슨 일이든 해야됐다. 그는 레스토랑의 웨이터로 파트타임을 뛰고 있었는데, 본업이 웨이터인지 배우인지 혼란이 왔다. 하지만 온전히 배우의 길을 지원해줄 부모님은 이미 대학생 때 여의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그에게는 지적장애인 형이 있었는데, 형도 죽었다. 그는 형을 많이 아꼈고 많이 그리워했다. 어쩌면 장애 형을 가진 동생은 희생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지만, 윌럼은 그런 부분을 원망한 적은 없었다. 부모님도 형이 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윌럼에게 재산도 빚도 남기지 않은 채 병들어 돌아가셨다. 윌럼은 주드와 절친이다. 그와 대학시절부터 졸업 이후에도 룸메이트였고, 주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했던 친구였다.
주드 | 위의 4인방은 초반부에 유년시절의 이야기와 함께 그들의 서사를 읊어주는데, 주드의 과거는 계속 밝혀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가 교통사고 인해 다리를 절뚝거린다고 알고 있지만, 자세한 사정은 전혀 알 수가 없다. 주드가 절대 과거를 언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하버드를 졸업하고 연방검찰로 일하게 되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수더분한 인상을 주지만, 일할 때만큼은 아주 명확하고 냉철한 태도를 보일 정도로 다른 사람이 된다. 그는 윌럼처럼 고아지만, 윌럼은 성인이 된 뒤 부모를 잃은 케이스라면 주드는 고아원 출신이었다. 하지만 그의 과거에 대해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초반부 글을 읽다보면, 뉴욕에 살고 있는 꿈을 가진 4명의 청년들의 <섹스 앤 더 시티>를 보는 것만 같은 기대가 생긴다. 도대체 어떤 부분이 슬프다는거지? 다 이 정도 사정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섹스 앤 더 시티>만큼 발랄한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고, 각자의 심연을 낱낱이 드러내듯 살짝 어두운 베이스를 깔고 있었다.
[대왕 스포일러] 하찮은 삶
루크 수사, 트레일러 박사 그리고 케일럽
중반부에 들어가자 주드는 견딜 수 없는 트라우마에 휩싸일 때마다 자해를 한다. 면도칼을 갖고 자신의 몸을 적당히 죽지 않을 만큼만 긋는다. 그러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리게 돼서 몇 번 응급실에 가게 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마다 주드를 담당했던 의사는 앤디였다. 앤디는 그에게 자해를 하면 안된다, 상담을 받아야 한다 몇번이고 설득하려고 한다. 주드의 알몸을 본 사람은 오직 앤디 뿐이었는데, 앤디는 차마 물을 수도 없는 상처들을 이미 봤다.
루크 수사, 자해의 시작
주드가 이렇게 자해를 시작하게 된 것은 루크 수사 때문이었다. 그는 고아였기 때문에 가톨릭 수도원에서 길러졌는데, 가톨릭 내에서 이뤄지는 아동학대는 만연하다는 것을 벌써 두 권의 책과 1편의 시리즈에서 알게 되었다. 먼저, 이 작품 <리틀 라이프> 그리고 <레슨 인 케미스트리>, 영화로는 <베이비 레인디어>. 당시 수도원에 있는 수사들은 주드를 아주 심하게 때렸다. 그 중 주드를 아껴주었던 사람은 오직 루크 수사였다. 주드에게 루크는 자애로운 아버지같이 느껴졌다. 어느 날 루크 수사가 함께 떠나자고 했다. 루크 수사는 직장을 못 구하자 주드에게 따뜻한 말로 도와달라고 한다. 그 때부터 몇년 동안 주드는 성착취를 당하게 되었고, 루크 수사는 그렇게 돈을 벌었다. 루크 수사도 따뜻하게 그를 위로해주며 조금만 버티라고 하면서 본인과 함께 하는 것이 진짜 사랑이라며 또 성착취를 했다. 주드는 그게 정말 이상하고 죽고 싶게 싫었지만, 루크 수사를 위해 꾹 참았다. 어느 날 주드가 크게 다친 날은 몸을 팔지 않아도 되었다. 그 날부터 주드의 자해는 시작되었고, 아무데나 몸을 박아대려고 했다. 루크 수사는 면도칼을 가져다주고 몸을 긋는 방법을 알려주었다.(이걸 읽을 때도 너무 끔찍했는데, 이걸 내 손으로 쓰려니 더 끔찍하다) 결론은 루크 수사는 아동 학대로 신고를 받게 되어 경찰이 들이닥쳤는데, 루크 수사는 바로 자리를 옮겨 자살을 했다.
닥터 트레일러, 장애의 시작
주드가 절름발이가 된 데엔 닥터 트레일러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루크 수사에서 벗어나 고아원을 들어가게 되었는데, 거기서 일하고 있는 카운슬러들은 주드가 어차피 몸 파는 아이였다고 생각해 똑같이 그를 범했다. 주드는 이런게 너무 익숙했기에 그냥 냅뒀지만 그는 탈출을 꿈꿨다. 그렇게 히치하이킹을 하면서 몸을 팔면서 보스턴 쪽을 향해 떠나려고 했다. 나름 루크 수사가 미친놈이긴 했지만, 주드의 가르침은 멈추지 않았기에, 주드는 매우 영리했다.(아 이런 모순적인 새끼) 그렇게 이동하면서 멈춘 곳은 필라델리아였다. 눈을 떠보니 닥터 트레일러라는 박사가 주드를 치료하고 있었다. (작품에서는 병명을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았지만, 에이즈는 아닌 것 같고 매독이었던 것 같다.) 치료가 다 끝나자 주드를 가둬놓고 식량을 제한하고, 전보다 훨씬 하드코어한 방식으로 주드를 범했다. 주드는 정말 죽는게 낫겠다 싶을 정도였다. 트레일러 박사가 이젠 보내주겠다고 해놓고 주드를 차로 쳐버렸다. 물론, 몇 년 뒤 트레일러 박사는 경찰에 연행되어 감옥을 가게 되었다.
케일럽, 잠깐의 희망을 평생의 절망으로 바꿔버린 남자
그런 성적 착취들을 겪었지만 애나 덕분에 잘 빠져나와 학교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는 과거에 관한 이야기를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자의든 타의든 매춘을 했던 과거는 본인을 갉아먹기만 했다. 그래서 그는 자해를 멈출 수 없었고, 미친듯이 외로웠지만 본인을 감싸줄 사람은 절대적으로 없을 것 같기에 돈을 많이 벌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었고, 그 누구에게도 의지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그의 몸에 새겨진 상처보다 마음의 상처는 더 깊었다. 그러던 중 다짜고짜 들이댔던 남자가 있었는데, 케일럽은 패션계에서 꽤 잘 나가는 사람이었다. 닥터 트레일러에서 벗어난 이후, 그 누구와도 애정으로 만나는 인연을 맺고 싶지 않았던 주드는 한 번 시도해볼만 했다. 하지만 케일럽은 주드에게 아주 심각하게 폭력적인 사람이었다. 주드의 휠체어가 눈에 띄거나, 주드가 절름거리며 걷게 되면 주드를 폭행했다. 그래도 주드를 창밖으로 던져버렸던게 마지막 폭력이었으니 다행이었을지도. 그래도 주드는 그 폭력을 마지막으로 케일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는 어떠한 죗값도 제대로 치르지 않고, 그저 젊다면 젊은 나이 50대에 암으로 죽었다. 삶이란 이렇게 허무하다.
[대왕 스포일러] 삶의 작은 활기
윌럼, 해럴드, 앤디 그리고 친구들
이렇게 주드가 힘든 삶만 살았다면, 이 책이 굳이 20대에서 50대까지 대장정 스토리를 쓸 필요가 있었을까? 주드의 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유년시절에는 불운한 기억들이 많았다. 하지만 20대 이후, 그가 정말 스스로 누군가도 믿지 않고 독립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그리고 그의 능력을 최고로 발휘되곤 했다. 그가 뭘하던 옆에서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 부모가 되어 주고 싶다는 양부모 해럴드와 줄리아도 있었다. 주드를 만난 이후, 사는 평생 주드의 형처럼, 가족처럼, 연인처럼 옆을 지켜준 윌럼도 있었다.(훗날 윌럼은 주드의 연인이 된다.)
즉, 정리하자면 주드는 커리어도 정점을 찍게 되고, 그렇게 갖고 싶었던 가족도 갖게 된다.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든 본인 자체를 사랑해주는 연인 윌럼을 얻게 된다. 그는 재산도 축적할 수 있었고, 주변에는 그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이들로 가득차게 되었다.
주드는 아팠던 기억으로 평생을 자해하며 스스로 상처내며 살아왔다. 하지만 주드 또한 사랑을 했고, 사랑을 받았던 치유의 순간들도 있었다. <리틀 라이프>는 끝날 수 없는 트라우마를 보여줬던 작품이었다. 우리는 각자 크고 작은 트라우마를 갖고 살아간다. 트라우마라는 것은 일반인이 함부로 병명을 진단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 아픈 기억들은 지금의 나를 만들고, 그것이 나를 평생 쫓아 다닌다. 타인의 작고 큰 상처를 그저 있는 그대로 감싸줄 수 있는 태도가 누군가에겐 "작은 삶의 환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슬펐던 장면은 윌럼과 말콤이 죽었을 때와 주드가 죽고난 이후 해럴드의 시점이었다. 해럴드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됐을 때가 몇 번 있었는데 왠지 너무 울컥거렸다. 뭔가 아버지지만, 양아버지이므로 한계를 느낄 때마다 나는 독자로써 안타까웠던 것 같다. 하지만 주드는 아버지 또래의 남성들에게 성착취를 꾸준히 당해왔으니, 해럴드를 믿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웠을 것이다. 주드의 상처가 깊어, 좀처럼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던 일화들은 마음이 아주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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