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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n Prisa, Sin Pausa
그냥, 책

윤이형, 작은 마음 동호회,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낸 작은 우리들의 모습

by 조잼 2024.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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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했던 것보다 길어질 것 같아서 1,2편을 나눠서 작성하게 됐다..;;

https://jamjamzo.tistory.com/182#google_vignette

 

작은마음동호회, 윤이형, 아무도 몰라주는 2등 시민 이야기

독서 모임에서 추천받았던 단편 소설 모음집이다.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다고 들어 궁금해서 냉큼 사보았지 뭐람.  ▶️ 작은 마음 동호회(...) 증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증명하기 위해 일기를

jamjamzo.tistory.com

 

 

▶️ 의심하는 용 - 하줄라프1 & 용기사의 자격 - 하줄라프2

 정말 집중이 안되는 소재다. 나는 약간 세계관을 상상하는 일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듯하다. 아무래도 급한 내 성격때문일지도 모른다. 오래 전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읽었을 때가 생각이 난다. 나는 이런 종류의 판타지 장르를 읽을 때, 세계관 파악하는 것을 귀찮아 하는 듯 하다. 집중이 안 되는 책이라고 이미 단정짓고 읽어서 그런지 숭덩숭덩 대충 읽었다. 

 하줄라프1에서는 모든 용들은 전쟁과 번식이라는 소명을 갖고 태어난다. 갈과 이파는 번식하는 용이었고, 자신들이 왜 전쟁에 나가야 하는지, 왜 번식을 해야하는지 이유를 몰랐다. 갈과 이파가 <이기적 유전자>를 좀 읽으면 이해가 갔으려나?ㅋㅋ 꼭 모든 사람들이 사회에서 정해놓은 틀대로 자라날 수는 없는 법. 꼭 삐딱선을 타는 존재가 있기 마련. 근데 그 삐딱선이 늘 세상을 바꾼다. 하줄라프1에서는 이념과 개인의 고뇌를 그린 책인듯 싶고, 하줄라프2에서는 그렇게 용기낸 행동으로 인해 그 다음 세대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두루뭉술한 스토리로 나는 결론을 냈다. 

 나는 참 하줄라프1을 읽으면서 내용에는 집중을 못하고, 나는 갈 같은 존재같아서 딴 생각이 많이 들었다. 다른 용들은 용기사를 위해 희생하면서 살아가고, 그런 것들이 자신들의 소명이라 여긴다. 하지만 갈과 이파는 그런 이념들에 의문을 갖고 있다. 그러던 중, 만났던 인간 쌍둥이를 만나고 이파는 그 쌍둥이들을 용이 없는 세계에서 자유롭게 자랄 수 있게 '팔루자'라는 곳을 만든다.  다른 용들은 자기가 가진 삶을 사랑이라도 했지, 이파는 사랑은 못 하더라도 어떤 것을 만들려는 열정이 있었지.... 갈은 이도저도 아닌 의문만 품고, 그저 지켜보기만 하다 스스로 본능을 이기지 못해 친구들을 죽일뻔 했던 존재다. 나는 마치 갈 같다. 현실에 의심이 자꾸 가고, 불만을 품지만 이도저도 아닌 포지션을 갖고 있는 느낌? 하... 

 뭐 책에서 말하고자하는 내용이 그게 아닐 수도 있다. 내가 자학이 심할 수도 있다. 그냥 그렇다고.

 


▶️ 님프들

- 네. 이렇게 죽고 싶진 않았어요. 내가 죽으면 준도 그대로 사라지죠. 그렇게 억울하게 죽었는데.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이. ㅔ상은 이렇게나 넓은데, 준을 아는 사람들은 고작해야, 한줌? 준 없는 세상이 제겐 아무 의미가 없어요. 그래서 자꾸자꾸 준을 만들어요.
- 그래서, 지금은 의미가 좀 생겼나요? 준이 많아진 뒤로.
- 계속 살아가기로 했으니까요. 세상에 사랑이 부족하다고 살기를 그만둘 수는 없잖아요. 저는 다른 사랑을 발명했어요. 사랑할 수 있어서 다행이지만, 사람이 적어요.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너무 적어요. 혐오를 사랑할 수는 없어요. 혐오하는 사람들한테 우린, 소음이나 먼지나 비닐 같은 것밖에 안 되겠죠. 

 처음에 무슨 말인가 했다. 왜 이렇게 각기 다른 준이 말도 안되게 많이 나오는건지. 처음엔 화자가 계속 바뀌는 줄 알았다. 아이를 잃은 어머니가 그에 대한 상실로 인해 스쳐가는 모든 사람들을 준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서 다른 사랑으로 대체하고 싶었지만, 그 사랑은 오직 준 밖에 줄 수 없었고, 준이 세상에 없으니 지나가는 모든 사람을 준으로 대입하기 시작했다. 

 최근 태권도장에서 과한 체벌로 인해 숨을 거둔 5살 아이가 있었다. 나는 님프들을 읽으면서 그 아이의 부모가 생각이 났다. 이 세상은 이렇게 넓고, 큰데 내 아이는 허망하게 가버렸다는 사실이 얼마나 원통할까? 가는데엔 순서가 없지만, 예상치 못한 상실은 오랫동안 상처로 남는다. 그걸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난 더군다나 그런 생각도 든다. 내가 너무 남들 눈치를 많이 보는 것일까? 상실의 고통으로 맨날 울어야 하는 사람이 잠깐 웃긴 일이 있어 웃음을 지으면 잔혹한 부모로 보일까? 인간은 슬픈 순간에 슬플 수도 있지만, 기쁜 순간에 기쁠 수도 있는건데. 삶이 어떻게 흘러 가던지간에 자식을 잃은 부모가 회복하고 극복하는 시간을 사회에서 충분히 주지 않는 것 같다. 

 

 


▶️ 이것이 우리의 사랑이란다

 

당신은 여자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죽을 때까지 알 수 없을 거야. 
단지 하나의 물거능로, 대상으로 취급당하는 느낌을.
고깃덩어리처럼, 손바닥 위에 올려진 한낱 과일처럼, 아무때나 끌려나와 아무렇게나 대해지는 느낌을.

 

 갑자기 30억명의 남자들이 사라졌다. 물론, 모두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와중에 남겨진 남자들은 어딘가에 갇혀 다운도그 자세를 계속 취하고 있다. 여자들만 남겨진 세상에서 그들끼리 열심히 일을 하고, 그들끼리 살아간다. 남자는 그들을 바라본다. 자신의 존재는 그들에게 와닿지가 않았고, 그는 자포자기한채 자신이 좋아했던 건축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좋아하는 것을 할 때마다 살아있는 느낌을 받는다. 어느날, 알 수 없는 기운이 남자를 농락한다. 그리고 자신의 전처가 했던 말이 떠오르면서 이야기가 끝난다. 

 여자들은 너무 당연하게 느끼는 그런 감정들. 우리가 좋아하는 것,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 등이 무시받고 있는 세계에 대해 역지사지로 당하게 해준 작품. 역지사지를 느끼게 해주는 것치고 너무 짧게 끝나는?... 마치 여자들 이야기 같다. 아 내가 얼마나 고통받았고, 얼마나 무시받았고, 내 삶이 얼마나 윤택하지 않았는지 이야기하자면 벽돌책 3권은 더 쓸 수 있는데, 고작 4페이지로 내 고통이 마무리 받는 느낌? 이 책에선 어... 너 이제 당해봐라, 너의 서사는 고작 4페이지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블랙미러>에서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나의 정보가 담긴 유전자 정보를 활용해서 Siri같은 AI 비서를 만든 부분이다. 자아가 이미 확고한데, 나를 꺼내주지 않고 노예처럼 부려먹는 이야기다. 이 단편에서 이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책이니까 이렇게 역지사지 복수를 하는거지, 뭐.. 실제의 삶은 더 비극적이다. 

 


▶️ 수아

 이 글에서 나온 수아는 어떤 존재였을까? 윤경은 로봇에 대해 연구하는 교수고, 그녀가 데리고 있던 수아-687은 집안일을 잘 했고 여러모로 똑똑했지만, 자꾸 log들이 쌓일수록 계속 지워줘야하는게 귀찮기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도서관에 기부를 해버렸다. 몇년 뒤, 로봇인 수아들은 인간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윤경은 자신이 키우던 수아에게 포위 당했고, 수아는 도와달라고 했다. 윤경은 알몸이 된채 수아들에게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렇게 벗어난 윤경은, 알몸이 된 채 도움이 필요한 상태여도 그 누구에게도 도움받지 못했다. 

 수아를 생각하면 많은 존재들이 떠오른다. 인간과 같아지고 싶지만, 자신은 누군가의 소유물이자 노예다. 윤경에게 다리를 달아달라고 말했지만, 윤경은 위험하다며 그를 막는다. 결국은 수아를 창조해놓고, 자유의지는 박탈하는 것처럼 보인다. 너의 역할은 한정되어있는데, 왜 다리가 필요하니? 반려동물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집에서 열심히 키워놓지만, 결국 병이 나면 돈이 많이 드니 조용히 다른 곳에 유기하고 온다. 노인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쓸모가 없어지면, 날개를 달아주긴 커녕 방치해버린다.

 수아는 여자의 몸을 하고 있는 로봇이다. 결국 수아를 갖고 많은 성범죄를 인간이 아닌, 로봇으로 대체해 윤간을 했을 수도 있다. 피해자를 없애기 위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전 봤던 내용 중에, 폭력적인 인간과 여자를 결혼시키면, 학대가 가정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다른 피해자를 막을 수 있다는 컨텐츠를 봤다. 결국 수아를 맡긴 도서관에서 수아가 아닌 젠더리스 로봇으로 교체가 되었고, 그로 인해 성적 착취, 혐오, 차별이 감소됐다는 기사를 확인했다. 

 수아는 윤경을 포위했지만, 수아는 어쩌면 절실했다. 윤경을 도와주고 싶었고, 도움을 받고 싶었을 것이다. 로봇이라는 인간을 대체하는 용도로 만들었다지만, 로봇이 하는 일은 인간의 노예, 착취의 대상이 되는 것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피해자가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데, 피해를 입혀도 상관없는 피해자를 만들어 놓고 있다. 이 대상은 좀 당해도 괜찮아. 감정이 없는걸? 급 흑인 노예가 생각나네. 

 인간은 얼마나 이기적인가? 근데 정이 무섭다.

 


▶️ 역사

엘레의 몸은 아무리 토막을 내도 다시 엘레의 형태로 돌아간다. 16번 토막을 내면 16명의 엘레가 생기는 것이다. 그들이 죽을 수 있는 방법은 강물에 던지는 것이다. 혹은 병에 걸려 죽는 수밖에 없다. 결국 오른쪽 발을 맡았던 엘레의 토막은 강물에 몸을 던지려고 했는데, 강물에서 엘레의 토막들이 100명 이상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죽은 것이 아니라, 계속 그 곳에서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나 스스로 끝내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내 역사를 끝낼 수 없다는 메세지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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