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두려워할 필요 없어. 누군가를 두려워한다면,
그건 그 사람에게 자신을 지배할 힘을 내준 데서 비롯해.
(...) 나방은 자기에게 뜻과 가치가 있는 것, 자기가 필요로 하는 것, 자기가 꼭 가져야만 하는 것, 그것만 찾는거야.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믿을 수 없는 일도 이루어지지.
(...) 그걸 수행하거나 충분히 강하게 원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소망이 나 자신의 마음속에 온전히 들어 있을 때, 내 본질이 정말로 완전히 그것으로 채워져 있을 때 뿐이야.
(...) 내 의지가 준비되어 있었기 떄문에 즉시 기회를 포착한거야.
요즘 들어 드는 생각이 있다. 나의 인생이 담긴 퍼즐에 그에 걸맞는 퍼즐조각을 채워나가야 하는데, 그 퍼즐 조각들이 하나같이 딱 맞지 않고 대충 들어 맞는 기분이 든다. 인생이 가진 능력에 비해 운이 좋아 술술 풀린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고, 퍼즐 조각을 퍼즐에 맞게 세공하지 않고 대충 끼어 넣거나 금방 포기해버릴 때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내 인생의 흘러가는 모양새가 허술해 보인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 느낌은 지금 내가 어떤 수를 취하지 않는다면 내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계속 찝찝함으로 남아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가 정말 이 세상을 태어나 온전히 쏟아부을 "소명"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퍼즐 조각의 일부가 아니라, 내 본질이 완전히 채워질 퍼즐 자체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이래저래 많은 생각들이 들었던 데미안.
데미안을 읽으면서, 개인적인 나를 떠올리며 이입해봤을 때 남들과 같아지려고 하지말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대해 나의 마음의 소리를 듣고, 끝내 쟁취하도록 최선을 다해 사랑하라는 말 같이 느껴졌다. 세상은 어떻게든 굴러간다. 하지만 내 세상은 내가 하라는 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귀를 기울여라. 세상에 선과 악은 양면성이 존재하는 것이다.(니체가 말했던 것처럼 누구에겐 나의 선이 악이 될 수도 있는 것)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할 것.
고전을 읽다보면 통찰력을 얻는 것이라고 하는데, 고전 소설은 남자 작가들이 참 많다. 그래서 그 당시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가치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데미안에서 여자라는 존재는 스쳐가는 엑스트라 같은 행인이다.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도 없고, 들어줄 가치도 없다. 다만, 주인공 싱클레어가 마음이 갔던 여자 2명은 베아트리체와 에바 부인이다. 사실상 두 여성의 공통점은 남성적인 얼굴과 여성의 몸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베아트리체는 싱클레어가 지어준 가명일뿐,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은 단 하나도 없고 그저 그의 상상 안에 갇힌 인물이다. 그 상상의 현실화가 된 존재가 에바 부인이다.
에바 부인은 자신이 알을 깨고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줬는데, 심지어 에바 부인과 "결합"을 꿈꾸며 완전한 소유로 만들고 싶어했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인 1차세계대전이 시작했을 때, 싱클레어는 에바 부인을 보호의 대상으로 넣었다.
난 요즘 내가 가진 이야기들로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많아졌다. 그런데 소설을 쓰려고 생각해보니 어떤 생각이 드냐면 다 내가 가진 가치관이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나, 다른 사람이 미운 나, 내가 가진 생각을 알아줬으면 하는 나, .... 전부 어떤 캐릭터를 이용한 "내" 이야기다. 내가 최근 좋아하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라는 작가가 루시 바턴을 자신의 정체성을 부여한거라고 말했던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헤르만 헤세는 자신의 이름이 아닌 다른 필명으로 <데미안>을 만들었다. 결국, 헤르만 헤세는 자신의 이야기(생각)를 데미안으로 풀어놓은 것이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도 할말이 많은 고전작품이나, 멀리 바라봤을 때 들었던 생각은 "남자는 남자를 사랑하고, 그들에게 인정받고 싶어한다." 결국, 싱클레어는 전쟁 중 데미안의 환영을 꿈 속에서 보았는데, 싱클레어는 자신에게서 데미안을 찾았다고 한다. 결국 싱클레어가 되고 싶어하는 정체성은 데미안이다. 뭐,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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