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에 개봉한 미국의 심리 스릴러 영화
2016년 맨부커상 후보작이었던 오테사 모시페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 감독: 윌리엄 올드로이드
출처: 위키백과
처음에 이 영화를 넷플릭스에서 발견했던 이유? 솔직하게 말하자면 앤 해서웨이의 미친 비주얼 때문이었다. 그리고 줄거리를 보아하니 소년원에서 비서로 일하고 있던 아일린의 단조로운 일상을 파괴하는 심리학자 레베카의 등장으로 그녀에 삶에 엄청난 변화가 생기는 것을 암시하는 줄거리였다. 더군다나 스릴러라고? 그럼 안 볼 이유가 없지!
미국 메사추세츠 시골에 사는 아일린은 은퇴한(보아하니 쫓겨난듯) 경찰서장의 둘째딸이다. 어머니는 몇 년 전에 돌아가시고 언니는 집에서 아빠 뒷바라지 하다가 냉큼 시집가버렸다. 그리고 아일린은 알콜중독 아버지를 보살피며 살아가고 있다. 그녀의 아버지는 "너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 너는 절대 알지 못 하겠지만, 너는 경험할 수 없겠지만" 이라는 말로 그녀의 존재를 미미하게 만드는 폭언을 일삼고 있었다.
그렇게 잦은 폭언이 쌓이고 쌓여 그녀는 자기혐오가 생기고, 채워지지 않는 욕구와 욕정만 커져가고 있었다.
어느 날 그녀의 삶에 등장한 심리학자 레베카. 그녀는 하버드 출신의 의사다.
얼굴만큼이나 능력도 뛰어나다는 소개에 당연하다는 듯 미소짓는 레베카. 아일린은 레베카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녀에게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녀는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일했고, 뭔가 고정관념을 파괴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떻게 이런 여자에게 반하지 않을 수가 있지?
리 포크라는 소년은 아버지를 칼로 수십번 찔러 죽인 혐의로 소년원에 들어가 있었다. 레베카는 리 포크의 어머니를 만나려고 했고, 리 포크와 상담을 따로 했다. 그의 어머니는 화가 난 채로 나가버리고, 그는 따로 레베카의 방으로 가서 상담을 시작했다.
수첩을 면회실에 두고간 레베카를 위해 아일린이 갖다 주었다. (의도는 분명히 레베카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보려는 속셈) 레베카는 아일린에게 고맙다며 술을 한 잔 사겠다고 했다. 아일린은 몇 년 전 돌아가신 엄마의 옷장을 뒤져 멋드러진 옷을 입고 레베카를 만나러 나갔다. 레베카와 함께 술도 열심히 퍼마시고, 춤도 추고, 키스도 했다. 무채색이었던 아일린의 일상에서 그녀와의 저녁은 환상적이었고, 그녀의 미래에 색을 입혀줄 것만 같은 꿈으로 가득 찼다.
환상적인 저녁 이후, 눈을 떠보니 자신의 차 안에서 토사물 위에 쓰러져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어떻게 고주망태로 운전해서 집에는 돌아왔는데 마무리는 영 시원찮았다. 그 꼬락서니를 본 알콜중독 아버지도 정신 차리라며, 출근은 무슨 책이나 읽어라! <올리버 트위스트>를 던지며 말했다. 하지만 직업에 대한 책임감, 소명의식... 뭐 이런 것은 개뿔, 빨리 출근해서 레베카의 얼굴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었다. 아버지가 무슨 개소리를 하든 아 예예 하면서 넘어갔던 아일린인데, 이번만큼은 아버지에게 큰 소리내며 "내 차 키 내놔!"라고 말했다.
기쁜 마음으로 출근을 했는데 레베카는 며칠 휴가를 신청했다고 한다.
뭐야, 나만 진심이었냐고?
응, 너만 진심이었다 아일린아.
그렇게 다시 단조로운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 아일린에게 전화가 왔다. 레베카였다.
주소를 불러줄테니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자고 연락이 왔다.
레베카의 집에 도착했고, 옷매무새를 확인했다. 비누에 있는 꼬부랑털을 보며, 헤헿... 레베카건가?
화장실에서 나오니 레베카가 불편한 진실을 말하기 시작했다. 지금 있는 집은 레베카의 집이 아니고, 리 포크의 어머니가 살고 있는 집이라고 했다. 리 포크가 아버지를 죽였던 이유는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았는데, 레베카의 상담을 통해 진실을 알게 됐던 것이다. 그래서 자백하라며 그의 어머니를 찾아가 몸싸움을 했고, 지하실에 묶어뒀던 것이다. 레베카가 넌 내 유일한 친구라며 말하자 아일린은 그녀를 돕기로 마음을 먹는다.
아버지의 총을 들고 지하실로 내려가 리 포크의 어머니에게 총구를 겨눈 뒤, 진실을 말하라고 아일린이 협박한다.
이 때, 아일린은 완전 다른 사람이 된다. 오래전부터 자신이 되고 싶었던 사람인 것처럼, 자신있고 활기가 있어 보였다.
그 겨눈 총을 보고 리 포크의 엄마는 진실을 말했다. 그 불편한 진실은 리 포크의 아버지가 밤마다 리 포크를 성폭행했던 것이고, 어머니는 그 비밀을 묵과했던 것이다. 그렇게나마 여자로써 사랑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아들은 어머니도 혐오스럽고, 아버지는 늘 죽이고 싶었기 때문에 그런 일을 저질렀던 것이다.
그 때, 리 포크의 엄마는 아일린에게 "넌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야"라고 말하자, 아일린은 바로 총을 쏴버렸다. 레베카가 왜 쐈냐고 묻자, "I was upset(화가 났어요)" 덤덤하게 말하고 끝.
갑자기 아일린은 좋은 생각이라도 났는지, 우리 집에 시체를 두면 곧 죽어가는 우리 아버지가 죽인 걸로 둔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우리 둘이 이 시골 마을을 벗어나서 같이 살자고 말한다. 레베카가 내가 정리할테니 먼저 집으로 가있으라고 한다.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집에서 기다리는데, 레베카는 오지 않았다. 그리고 아일린은 현실을 깨닫고, 리 포크의 어머니의 시체를 유기할 장소를 찾아 혼자 돌아온다.
후기
아일린의 트리거
넌 이해할 수 없어.
아일린은 자살 충동, 아버지에 대한 살인 충동을 수십번을 느꼈다. 아버지는 자기 자식한테 한다는 말이, "누군가는 드라마같은 인생을 사는데, 누군가는 남의 드라마를 지켜보는 인생을 산다. 그게 바로 너다. 너는 그저 평생 엑스트라로 살다갈 사람이야."라고 말한다. 아일린은 그 때 아버지의 머리를 총으로 쏴버리고 싶다는 상상을 한다. 아일린은 그저 그런 엑스트라로 남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와 뜨겁게 사랑하고 싶었고, 누군가가 뜨겁게 안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가 나를 좀 더 특별하게 생각해줬으면 했다. 그렇게 처음으로 바라봐준 사람이 바로 레베카였다. 그렇게 뜨거웠으면 하는 인생인데, 누군가가 자신에게 "넌 이해할 수 없어. 넌 경험할 수 없어. 넌 알 수 없어."라고 단정짓게 됐을 때, 살인 트리거가 당겨지는 것이다. 그래서 리 포크의 어머니도 죽었던 것이다.
아일린의 미소
살인 뒤에 후련했던 그녀의 미소
레베카는 그녀가 지은 미소때문에 소름끼쳐서 도망갔다고 보지만, 아일린은 그 살인으로 인해 후련했다. 드디어 자신만의 드라마가 생겼던 것이다. 남들이 갖지 못할 나만의 특별한 이야기. 내 인생에 입혀질 나만의 색깔. 앞으로 어떤 인생이 그녀에게 주어지더라도 그녀는 더 이상 누군가의 드라마에 그려질 엑스트라가 아니라는 것이다.
앤 헤서웨이의 레베카
예쁜 외모 만큼이나 능력도 좋다구요
그렇다, 확실히 앤 헤서웨이의 외모와 스타일링은 관객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그녀의 목소리, 발음, 몸짓 등은 확실히 배우가 맞았다. 그녀가 표현한 레베카는 충분히 매력이 있었지만, 그건 외적일 뿐이었다. 아일린을 좋아하는 척 꼬셔놓고, 자신이 만든 범행에 공조하게 만들고 막상 아일린이 사고를 치니 튀는 모습까지. 능력있는 모습을 보였지만 사실 아주 서투른 방법으로 일을 해결하고자 했다.
누군가의 고통에 눈물을 흘리지만, 누군가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에는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철저한 모순. 사실 이도저도 아닌 것 같은 느낌이 훨씬 강했다.
<아일린>의 결론
그래서 하고싶은 말이 뭔데?
퀴어도 담고 싶었고, 아동 학대도 담고 싶었고, 부모의 폭언과 학대로 인한 자기혐오도 담고 싶었고, 살해하는 과정도 담고 싶고... 그냥 할 말이 되게 많았다. 원작은 상도 받고 평가가 좋았던 작품같은데, 영화만 봤던 나는 그냥 앤 해서웨이를 통해 한 탕 대충 벌어보자는 심보로 보였다. 대충 싸이코패스적 장면 만들어주면 사람들이 좋아하겠지, 투자해주겠지...
하여튼 오랜만에 망작을 봐서 너무 재밌었다. 나는 늘 어떤 작품에 완전 몰입을 하기 때문에 딱히 비평을 하지 않는 편인데, 이렇게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을 만나면 되게 반갑다.
사진 출처: Film Grab
https://film-grab.com/2024/01/31/eil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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