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Sin Prisa, Sin Pausa
그냥, 영화

<용의자X> 2012년작 | 류승범, 이요원, 조진웅 주연 | 히가시노 게이고 <용의자 X의 헌신> 결말 비교

by 조잼 2024. 9. 9.
반응형

 

아무도 풀 수 없는 문제를 만드는 것과
그걸 푸는 것.
둘 중에 뭐가 더 어려울까?

 

 

출처: http://m.cine21.com/movie/photo_view/?movie_id=34217&img_id=272023

 

내 블로그에선 많이 언급하지 않았지만 내가 즐겨찾는 작가의 작품들이 있다.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정말 좋아한다. 사실 요즘 웬만한 추리 소설이나 영화는 반전이 있어봤자 금방 눈치를 채는 경우들이 허다하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읽다가 가끔 반전으로 깜짝 놀라는 작품도 있는 반면, 범인은 누군지 알겠는데 그 과정을 전혀 짐작하지 못하는 경우들도 있다. (물론, 내가 너무 추리소설을 많이 접하지 않아 나 혼자 순진무구한 것일 수도 있다.) 

 

출처: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461135

 

 대략 6개월 전까지 거의 3달 가까이 하와이에서 지냈었다. 한창 유튜브 썸머썸머의 범죄 실화 이야기에 꽂혀 내리 보다가 도장 깨듯 다 끝내버렸다. 그러고도 나는 이런 범죄 미스터리에 너무 목이 말라 히가시노 게이고를 찾게 되었다. <용의자 X의 헌신>에서 "천재 수학자"와 "천재 물리학자"의 쫓고 쫓기는 두뇌 싸움? 소개글만 읽어도 궁금해서 드릉드릉 거렸다. 

 

 

영화 <용의자X>의 스토리
착각하기 쉬운 맹점을 찌르다

(왼쪽부터) 류승범(석고 역), 조진웅(민범 역), 이요원(화선 역)

 

 석고(류승범)는 고등학생 때부터 일명 '뽕타고라스'라고 불릴 정도로 수학 천재였다. 그의 꿈은 늘 풀리지 않은 난제들을 풀어 증명해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현위치는 증명해내지 못한 고등학교 수학 선생으로 남아있었다. 그의 지루한 삶에 한 여자가 들어왔다. 그녀의 이름은 화선(이요원). 화선은 폭력적인 전남편으로부터 도망쳐 조카와 함께 몰래 살고 있었다. 그 남편에게 현거주지를 들켰고, 몸싸움을 하다 결국 화선의 전남편은 죽게 되었다. 옆집에서 다 듣고 있었던 석고. 그녀를 위해 사건을 해결하고자 발벗고 나서게 되었다. 

 

시체는 한강에서 떠올랐고, 시체의 얼굴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치아와 지문까지 다 없앤 채로 발견되었다. 그렇게 형태는 못 알아보게 했으면서, 자전거와 모텔 열쇠 등의 단서들은 확실하게 치우지 않았다. 그런 완벽하면서도 허술한 티가 나는 범죄현장을 의심하던 형사 민범(조진웅). 그는 화선이 범인이라 생각하고 접근하고 지켜보다 옆집에 자신의 고등학교 동창인 석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석고가 그 사건과 연루되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착각하기 쉬운 맹점을 찌르시거든요 
기하학 문제처럼 보여도 사실은 함수문제라던가.



 

석고는 사건 처리 이후, 화선의 스토커처럼 화선의 집에 수도세가 많이 나오는 것을 대놓고 감시하고, 그녀의 옷이 야하다며 지적하는 등 오지랖을 부렸다. 화선은 자신을 도와준건 감사하지만 이상하게 그의 관심이 기분이 나빴다. 화선에게 새로운 남자가 다가왔었는데 그 남자와 함께 있는 사진을 석고가 찍어서 보낸다던지, 그 남자를 찾아가 화선을 얼마나 사랑하냐며 공격하려고 했다. 

결국 석고는 경찰서에 가서 화선의 스토커였기 때문에 그녀를 위해 전남편을 살해했다는 자수를 했다. 

 

(스포주의) 그래서 어떻게 된거냐고?

 

 석고는 수학을 좋아하는 만큼 규칙적인 것을 좋아하던 캐릭터다. 출퇴근길에 똑같은 루틴으로 지나가는 사람들, 똑같은 자리에 있는 노숙자들, 화선이 일하는 도시락집에 들러 사는 점심. 그는 그 시간에 멈춰있는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석고는 화선의 전남편의 시체를 유기하기 위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사건의 맹점을 찌를 수 있을 것인가? 

 사건 당일 매일같이 지나가던 노숙자 중 한 명을 섭외해 모텔에 묵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그는 그 노숙자를 살해하고 그 시체를 훼손한 뒤, 한강에 노숙자를 유기했다. 그리고 모텔 열쇠와 자전거 등을 배치하며 의도한 증거물을 남겼다. 그럼 전남편의 시체는 어디로 간 것일까?

 

 

사실 원작과는 다르게, 석고는 다이빙을 즐기는 캐릭터로 나온다. 어찌보면 원작보다 조금 더 친절한 설명이 들어간 영화일 수도 있다. 다이빙도 하고, 물 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캐릭터다. 영화에서 석고만 아는 물 속 어딘가에 전남편의 시체를 단단히 묶어둔 채 돌아온 것이다. 

 

 

석고는 또 다른 살인까지 하면서 화선을 도왔던 것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랑"이었다. 은근히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보면 추리소설 뒤에 사랑과 연민이 늘 깔려 있다. 범죄는 아주 어둡고 끔찍하지만, 다 인간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끔찍한 살인자지만, 누군가에게는 로맨티스트. 인간은 역설적이고 모순적인 것이라는 것을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느낄 수 있다. 

 

원작보다 괜찮았던 결말
주인공의 순애보를 지켜주자

 

 

원작에서는 결국 화선의 캐릭터가 석고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자수를 한다. 석고가 풀지 못하는 문제를 만들어 화선의 앞으로의 미래를 설계해놨는데, 화선의 캐릭터는 자수를 하고 석고는 소리를 지르면서 마무리가 된다. 나는 이런 부분이 정말 히가시노 게이고가 너무 사악하다고 생각됐던 부분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저 화선이 미안하다고만 얘기하고 울면서 마무리한다. 더 할 말이 많았지만 그의 노력을 헛되이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본인의 인생도 조금 생각하지 않았을까?) 나는 영화에서 석고의 순애보를 지켜준 것이 아주 맘에 들었다. 석고는 풀 수 없는 문제를 푸느라 평생을 다 바쳐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본인도 그 위대한 수학자들처럼 풀 수 없는 문제를 만들었다. 그 마음을 지켜주는 것도 화선의 도리다.

 

반가운 얼굴
방은진 감독

 

 

씨네 21에서 사진을 가져오려다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이름은 처음 들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랑의 불시착>에서 손예진의 새엄마로 나오는 사람이었다. 이 분이 감독님이셨다니! 그래서 순애보를 지켜주신건가요??? 그렇다면 매우 감사합니다!

 


 

절절한 사랑이 깔려 있는 범죄 미스테리는 역시 낭만적이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