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 나타나고, 질서가 쇠퇴하며, 가족은 몰락하고, 혼돈이 지배하리라.
그냥 우연히 넷플릭스를 틀다가 쿨한 할애비가 "나 제우스인데~"
엥? 제우스? 일단 한 번 볼까? 하고 시작했다.
진짜 어떤 트레일러도 따로 보지 않았고, 영화를 소개하는 영상, 블로그도 전혀 접하지 않았다. 그저 제우스라는 한마디에 재생했다. 나는 사실 <브루스 올마이티> 같은 영화인줄 알고 시작했는데, 넷플릭스 시리즈였던 것이다. 부산 여행 중에 급 시청했던 시리즈라 한 시즌을 다 끝낸채 상경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는데 그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3박4일 동안 거의 홀리듯이 봤다.
흥미로운 관점 포인트 1
여러 신화 속 캐릭터를 활용한 내용 전개
한국 90년생 어린이들의 필독 아닌 필독 도서인 가나 출판사의 "그리스 로마 신화" 기억하는 사람들은 기억할 것이다. 여러가지 저작권 이슈때문에 말이 많았지만 90년생 어린이들에게 이만큼 도파민 터지는 만화책도 없었을 것이다. 지금이야 웹툰이 판을 치는 세상이지만 그 때는 집에 그리스로마신화 시리즈를 책장에 꽂아두면 그만큼 부내 진동하는 아이템이 없었다.
당시 가나출판사의 그리스로마신화에서는 트로이 전쟁에서 오디세우스 이야기 말고는 거의 하나의 에피소드 형식으로 내용을 전개했다. 예를 들면, 에로스-프시케 에피소드, 하데스-페르세포네 에피소드, 아르테미스-오리온 에피소드, 헤라클라스의 탄생,... 등 시간 흐름의 전개라기 보다는 캐릭터 위주의 서사가 많았다.
<카오스>에서는 오르페우스-에우리디케의 이야기와 미노스-미노타우르스에 관한 서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 올림푸스(신들의 성전)에서는 제우스, 헤라, 포세이돈, 디오니소스
- 인간세계는 미노스와 그의 쌍둥이 아리와 미노타우르스
- 지하세계에서는 오르페우스, 에우리디케, 카이네우스, 메두사, 하데스, 페르세포네
이 밖에도 운명의 신, 프로메테우스(카오스를 일으킨 중심인물) 등이 있었다.
흥미로운 관점 포인트 2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신화 속 에우리디케는 수동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그저 오르페우스만 사랑하던 인물이었고, 결혼 후 어떤 남자에게 겁탈 당할 뻔 했는데 도망치다 독사에게 물려 죽은 인물이다. 결국 에우리디케는 하데스가 다스리고 있는 지하세계로 가게 되었는데,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를 구하러 지하세계까지 가는 절절한 사랑이야기다.
하지만 <카오스>에서는 에우리디케는 남편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인물로 그려진다. 오르페우스는 뮤지션으로 활동하면서 에우리디케가 너무 필요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음악의 원동력은 사랑 즉, 에우리디케였기 때문이다. 에우리디케는 이건 사랑이 아니라고 느꼈고, 나 자신을 찾고 싶다고 느꼈다. 그래서 그를 떠나려던 어느 날 그녀는 차에 치여 죽게 되었다. 어떤 방법으로든 오르페우스를 떠날 수 있었다.
이 신화에서 사람이 죽었을 때 입 안에 동전을 넣어주면 환생할 수 있다고 믿는다. 즉, 내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에 따라 죽은 나를 위해 환생을 기원하는 가족/친구/연인이 입안에 동전을 넣어주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다. 이 때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가 지하세계에 계속 머물길 바랐다. 그래야 본인이 다시 인간세계에 데리고 나올 수 있으니까.
에우리디케는 사실 지하세계에서 환생을 못 했기 때문에 지하세계에서 일도 하고 친구도 사귄다. 오르페우스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었던 현실세계와는 달리 오히려 지하세계에서 에우리디케 자신 스스로 존재할 수 있었다. 그러다 카이네우스와 같은 필연자의 운명을 타고난 것을 알게 되었고, 그와 사랑을 하게 되었다.
결국 오르페우스가 구하러 왔다. 에우리디케는 카이네우스와 함께 지하세계에서 같이 살고 싶었는데 자신의 숙명을 실현하기 위해 오르페우스를 따라 인간세계로 나갔다. 신화에서는 오르페우스가 뒤돌아봐서 에우리디케는 인간세계로 나올 수 없었는데, 이 시리즈에선 그저 에우리디케와 헤어지는 장면으로 끝이 났다. 어찌됐건 헤어지는건 같음.
그래서 시즌2가 기대되는 이유!
에우리디케는 어떤 식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흥미로운 관점 포인트 3
아마존과 카이네우스
그리스 신화에서 카에네우스는 독특하고 비극적인 이야기를 지닌 전설적인 인물입니다. 원래 카에네우스는 카에니스(Caenis)라는 이름을 가진 아름다운 여성이었습니다. 그녀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Poseidon)에게 구애를 받았지만, 이를 거부했습니다. 포세이돈은 그녀의 거절에 분노하며,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결정했습니다. 카에니스는 남자로 변신할 수 있는 소원을 빌었고, 포세이돈은 그녀를 남성으로 변형시키며, 동시에 그녀를 상처를 입지 않게 해주는 불사의 힘을 부여했습니다. 이렇게 카에니스는 카에네우스가 되었습니다.
카에네우스는 남성으로서 뛰어난 전사로 알려지게 되었고, 그의 강력한 힘과 거의 불사의 능력으로 많은 전투에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그는 아르고호의 일원으로 모험을 하기도 했고, 여러 전투에서 싸웠습니다.
하지만 카에네우스의 이야기는 랩리스와 켄타우로스의 전투에서 비극적으로 전개됩니다. 랩리스는 테살리아의 고귀한 부족으로, 이들은 켄타우로스와 격렬한 전투를 벌이게 됩니다. 켄타우로스는 상반신은 인간이고 하반신은 말인 야만적인 존재들로, 결혼식 연회에서 술에 취해 혼란을 일으키고 신부와 여성 손님들을 납치하려고 했습니다.
전투 중 카에네우스는 켄타우로스와 용감하게 싸웠습니다. 그의 불사의 능력 덕분에 일반적인 무기에는 상처를 입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켄타우로스들은 그를 무너뜨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습니다. 그들은 나무와 바위로 공격하고, 결국 대량의 잔해로 그를 묶어버리기로 결정했습니다.
비록 카에네우스는 죽지 않았지만, 무거운 나무와 바위들이 그를 눌러서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일부 버전의 신화에서는 카에네우스가 새로 변하거나 완전히 사라졌다는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결국 가장 강력한 영웅들도 피할 수 없는 운명과 신의 뜻을 강조하는 이야기입니다.
출처: ChatGPT
위의 챗지피티가 말했다시피 카이네우스의 신화 속 이야기와 <카오스>에서 그려진 이야기와 다르다.
<카오스> 속 카이네우스의 이야기는 아마존에서 태어난 비운의 남자아이 이야기다. 그리스로마신화에서 아마존 부족은 여성 중심 사회다. 여자들이 태어나면 한 쪽 가슴을 칼로 자르고, 전사로써 살아갈 수 있다. 남자아이는 그저 씨뿌리는 역할일뿐. 이런 부족에서 태어난 카이네우스는 "선이 나타나고, 질서가 쇠퇴하며, 가족은 몰락하고, 혼돈이 지배하리라."라는 운명을 지니고 태어난 필연자였다. 어쨌든 그는 죽게 되고, 카이네우스의 어머니는 D-day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카이네우스의 입에 동전을 넣지 않았다.
흥미로운 관점 포인트 4
올림푸스 12신(X) 5신(O)
제우스는 나중에 한 번에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나는 <카오스>에서 가장 인상깊게 봤던 캐릭터가 바로 헤라였다. 헤라는 야망있는 캐릭터였고, 자신의 권력을 지키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타키타(헤라에게 혀를 바쳐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시종)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의 비밀을 품고 있다. 이 비밀은 오직 헤라 자신이 인간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서 자신만 가질 수 있는 권력을 과시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제우스도 그게 그렇게 궁금해서 가끔 혀창고를 열어보곤한다.
제우스가 가끔 미치광이가 될 때마다 헤라는 아주 스무스하게 넘어간다. 그리고 제우스의 바람기도 잘 잡고, 혼자 바람도 아주 잘 핀다. 헤라는 자신이 있어야할 자리가 "퀸"이라는 것을 절대 잊지 않고, 그 권력을 아주 잘 이용한다. 사실 그녀는 제우스를 더 휘어잡고 거의 "킹"이 되려는 욕망이 있다. 자신의 목적이 달성할 때까지 제우스를 조용히 조종하며 계속 그 자리를 지킬 것 같은 능구렁이같은 캐릭터.
화끈하고 멍청한데 섹시한 캐릭터로 연기한 포세이돈. 사실 이런 캐릭터는 아레스(전쟁의 신)에 더 가깝지 않나? 싶기도 한데 포세이돈은 잔혹하기까지 하다. 그냥 개또라이. 근데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연약한 남자다. 포세이돈은 헤라와 밀회를 즐기는데 그는 진심으로 헤라를 사랑한다. 그렇기 때문에 헤라를 위해서는 개도 마다하지 않는다.
디오니소스는 다들 알다시피 포도주, 향략의 신이다. 사실 현대에서 가장 핫한 신이지 않을까? 마약, 술, 파티 등 위험하지만 짜릿한 곳엔 언제나 디오니소스가 있으니 말이다. 약간 디오니소스 첫인상은 살짝 소악마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자꾸 보다보니 금쪽이 같은 아픈 손가락 캐릭터같았다. 자신이 태어나자마자 엄마는 헤라때문에 벌이 되었고, 자신은 남들 다 하는 진지한 사랑 한 번 해보지 못한 철부지였다. 개나소나 다 사랑한다는데, 본인은 왜 그 사랑이 그렇게 힘든걸까? 그래서 마약, 술, 파티에 찌들 수밖에 없는 금쪽이 캐릭터. 그래서 이래저래 인정한 번 받아보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신들의 세계는 화려한 것과는 달리 더 잔혹했고, 오히려 인간세계가 더 낫다고 생각이 드는 듯 싶다.
내가 그리스로마신화에서 가장 가장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다. 섹시미 한가득!
나말고도 지독하게 하데스에 미친 인간들이 많을거라 믿는다. 차갑고 누구에게도 흔들리지 않는 캐릭터. 오로지 한 여자 페르세포네만 바라보는 지독한 순애보. 자신이 좋아하는건 오직 페르세포네 그리고 케르베로스(애완견) 뿐이다. 심지어 페르세포네는 외모와 리더십을 두루 겸비한 미친 캐릭터다... 이 둘의 로맨스를 더 보고 싶지만 지하세계에서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죽어서 보자!
<카오스>에서 하데스는 강단은 있지만, 미치광이 제우스한테 벼락맞고 뻗어버리는 심약한 캐릭터다.... 페르세포네도 내조도 잘 하고 리더십도 있지만 결국 12신 앞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인간도 신도 아닌 애매모호한 캐릭터.
지하세계는 흑백으로 연출됐기 때문에 지하세계와 인간/천상세계를 잘 구분지을 수 있어 이 것 또한 재밌는 관전포인트였다.
결론: 인간은 안락한 세상에서 신을 찾지 않는다
신은 어디에나 있다. 인간은 늘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제우스는 이 모든 것을 간파했기에 인간들에게 재난을 선사해준다. 약한 재난, 강한 재난, 가뭄, 비,.. 등 날씨를 다스리는 천둥의 신 제우스는 재난/재앙 등을 통해 농업 및 목축업의 레벨을 조절한다. 약간의 불행은 신을 더 믿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이 믿음은 훗날 신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신에 대한 믿음 = 죽은 뒤 환생할 수 있다는 믿음
살아 생전에도 신을 믿는다며 내 말을 들어주겠지 라는 희망을 품을 수도 있고, 죽게 된다면 다시 태어날 수 있겠지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죽게 되고, 환생이 된다는 프레임을 통과하게 될 때 그저 "물"로 변한다. 그 물은 영생의 물이 되는 것이고, 그 영생의 물을 마신 신들은 영생을 얻게 되는 것이다. 고로 신이 인간을 이용한다는 것.
결국 제우스는 권력을 유지하고 싶은 최고의 신이었을 뿐이다. 인간을 사랑했던 프로메테우스는 이 모든 운명을 토대로 계획을 세웠다. 결국 계획은 성공에 이르렀고 어떤 카오스(혼돈)이 찾아올 지는 시즌2를 봐야 알 것 같다.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 자리에 오르게 된다고 하더라도 제우스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신이나 인간이나 자신이 존재하고 있는 자리에서 역할이 다 있는 법인데.
사진 출처: IMDB
https://www.imdb.com/title/tt855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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