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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영화

레슨 인 케미스트리 | 애플 티비 원작 후기, 얘들아, 상을 차려라. 너희 어머니는 이제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by 조잼 2024.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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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 인 케미스트리 애플TV 시리즈 & 원작

줄거리

 엘리자베스 조트는 화학 석사 학위를 받은 너드 중의 너드다. 때는 1950년대, 성차별과 인종차별이 만연했던 시대였다. 찐천재인 엘리자베스 조트는 다른 백인 남자 과학자보다 뛰어나면 뭐해? 그녀는 그저 과학실의 꽃일 뿐이었다. 그녀가 박사학위가 없다는 이유로 무시했지만, 결국 박사학위가 있으나 없으나 인정해주지 않는 현실을 같았다. 전임교수에게 성폭행을 당해서 방어를 하기 위해 뾰족한 연필로 찔렀는데, 오히려 전임교수에게 사과문을 쓴다면 박사학위를 주겠다는 답변만 되돌아왔다. 조트는 절대 사과하지 않았고, 그렇게 박사학위는 물건너 갔다. 

 캘빈은 엘리자베스의 능력을 알아본 스타 과학자였다. 그래서 엘리자베스를 자신의 연구실로 불러 같이 연구를 시작했다. 둘의 사랑은 깊어지고, 둘의 연구 또한 성과를 내고 있었다. 그러다 캘빈은 자동차에 치여 죽게 되었다. 조트가 슬픔에 잠기는 것도 잠시, 캘빈이 남긴 집과 남긴 뱃속의 아이를 책임져야 했기에 또 살아간다. 

 조트의 장기는 요리다. 그녀가 늘 하는 말, 요리는 화학이다.  조트는 영양가가 높은 음식을 다음날 점심 도시락으로 쓸만한 양까지 계산하여 만든다. 조트와 캘빈 사이의 자식인 매들린이 생긴 이후에도 요리를 멈출 수 없었다. 자식의 몸에 필요한 영양분을 보호자로써 제공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방송국에서 일하는 홀아비 윌터 파인을 만났다. 윌터는 조트를 보자마자 화제성을 불러일으킬 미친 캐릭터라고 생각했고, 조트에게 요리 쇼의 호스트를 제안했다. 

 조트는 매들린의 학비를 벌어야 했기에 시대가 허락하지 않았던 여자 화학자의 길을 접어둔 채, 요리 프로그램의 호스트가 되었다. 그녀의 학교에서 연구한 내용은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는데, 쇼의 호스트가 된 이후 미주 여성들이 그녀가 한 말을 받아 적을 정도로 인기가 많아졌다. 그러던 중, 매들린은 엄마 없이 혼자 있게 되자 아빠의 과거를 알아보게 된다. 

 

원작 vs 애플TV 시리즈 비교
캘빈 에반스의 사랑,  인종차별

 원작은 e북으로 읽었음에도 자그마치 2권이나 있다. 유튜브에서 영화 소개 영상을 시작으로 애플 TV를 곧장 구독해서 "레슨 인 케미스트리"를 하루만에 8개의 에피소드를 모두 보았다. 사실 브리 라슨이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나는 브리 라슨이 엘리자베스 조트 같았다. 눈이 시리지도 않는지 깜빡이지도 않고, 신나게 요리에 집중하는 모습이 누가 봐도 딱 엘리자베스 조트였다.(원작을 읽으니 더 실감이 났다) 

 나는 늘 원작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나 시리즈가 있으면 웬만하면 원작까지 같이 읽는다. 캐릭터들과 더 가까워지고 싶고,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다. 웬만하면 원작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원작에서 나오는 서사들을 단 몇 시간으로 풀어나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나 시리즈가 원작보다 더 이해가 잘 가서 서사가 탄탄했던 경우도 있다. 나는 <레슨 인 케미스트리> 시리즈가 조금 더 좋았다고 생각한다. 

 원작에선 캘빈 에반스도 엘리자베스를 과학자로서 존중했지만, 여자로서는 소유하고 싶어 했다. 자신과 결혼하길 원했고, 자신의 성을 따르길 바랐다. 결국 그 꿈이 이뤄지기도 전에 교통사고 나서 죽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시리즈에선 결혼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지만, 엘리자베스 조트라는 인간 자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삶을 지향하는지 있는 그대로 존중했다. 그래서 결혼 반지를 선뜻 줄 수 없었던 것이다. 물론 어쨌거나 저쨌거나 팩트는 결혼 반지를 줄려고 마음먹은 날에 죽게 되었지만...(나는 조트에게 결혼 타령을 안 하는 캘빈이 대장금의 민정호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원작에서나 시리즈에서나 민정호가 되려면 멀었다. 민정호가 되려면 피임을 아주 잘해서 애도 안 남기고 갔어야지.)

 원작에선 흑인 관련 사회 이슈를 많이 드러내진 않았다. 하지만, 시리즈에선 대놓고 흑인 관련 사회 이슈를 드러냈다. 엘리자베스는 그들을 지지하고 있다는 용기를 보여주는 장면까지 넣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내용을 아주 거창하게 담지는 않았고, 실패로 돌아갔다는 현실적인 결말까지 보여줬다. 

 

원작과 시리즈가 주었던 울림
여성 연대 그리고 사랑

 요즘 비혼주의 여성들과 기혼 여성들의 벽은 생기기 시작했다. 기혼 여성들은 일명 "남미새"로 불리우며, 가정에서 생기는 불화들을 다른 여성들에게 위로받는다. 친구들은 그들에게 진심어린 위로와 해결을 주지만, 결국 다시 가정으로 하는 수 없다는 듯이 돌아간다. 이런 모습을 보며 친구들은 감정 쓰레기통이 된 것처럼 느껴지고, 무력함을 느낀다. 양쪽 다 이해할 수 있는 입장이지만, 이래저래 편 가르는 요즘 세태가 조금은 아쉽게 느껴진다. 

 <레슨 인 케미스트리>는 다른 아픔을 가진 여성들, 다른 시련을 겪는 여성들이지만 결국 우리는 모두 하나라는 것을 보여준다. 성폭행을 당해서 원하는 공부를 마칠 수 없었던 여성들, 아이를 키우느라 경력이 단절됐던 여성들, 더 높은 자리로 오를 수 없는 여성들, 집안일을 가벼운 일로 취급받는 여성들.. 등 각자 다른 입장이지만, 결국 모두 겪는 일이 됐다. 우리는 이런 삶도, 저런 삶도 모두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있다. 캘빈 에반스의 친어머니를 찾게 됐을 때, 엘리자베스에게 당신은 도움받기 싫은걸로 보이지만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라고 한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받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조트가 매들린에게 캘빈 에반스의 친어머니를 소개해줄지 말지 고민하고 있을 때, 해리엇은 매들린이 받을 수 있는 사랑이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고 했다. 

 우리는 꼭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 서로가 있어야 개인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적인 감상평

 원작에서 매들린은 너무 조숙해서 왠지 엘리자베스 조트의 교육관을 좀 더 알고 싶었다. 많이 듣고, 많이 이야기하고, 같이 탐구하는 자세랄까? 왠지 나도 아이가 생긴다면 그렇게 훈육하고 싶은 느낌. 그리고 엘리자베스가 캘린 에반스를 잃고, 아이를 자연 낙태시키려고 조정을 10km씩 탔다. 결국 더 건강해진 몸으로 아이낳기 좋은 몸이 되어버린 것.... 갑자기 운동이 미친듯이 하고 싶게 만들어지 뭐람? 

 시리즈에서 엘리자베스가 만들어낸 음식들을 볼 때마다 너무 요리를 하고 싶었다. 요즘 하찮은 일, 작은 일이라고 불리우는 것을 애정을 주려고 노력한다. 엘리자베스가 매일 자신의 입 속으로 들어가는 요리를 온 정성을 다해 만드는 것을 보니 나를 위해 너무 요리하고 싶었다. 역시 사랑없이 세상은 돌아가지 않는다. 내가 사랑하지 않는 무언가를 누군가를 사랑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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