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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책

정세랑 소설 11권(3) : 무던하게 코믹한데 깊게 파고드는 이상한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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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소설 11권(1) : 무던하게 코믹한데 깊게 파고드는 이상한 매력

재인, 재욱, 재훈 독서 : 2022.10.13 ~ 2022.10.26 평범한 삼남매에게 평범하지 않은 능력이 있다. 강력하고 단단한 손톱을 가진 첫째 재인, 위험한 장소를 감지할 수 있는 둘째 재욱, 엘리베이터를 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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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소설 11권(2) : 무던하게 코믹한데 깊게 파고드는 이상한 매력

보건교사 안은영 독서 : 2022.05.23 ~ 2022.05.25 친구들에게는 늘 '아는 형'이라고 놀림받는 소탈한 성격의 사립 M고 보건교사 은영은 어릴적부터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환영들이 보인다. 일종의 엑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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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애슐리

독서 : 2022.11.16 ~ 2022.11.17
 애슐리는 본토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는 섬 사람이다. 섬 사람의 외모와 같은 부분이라곤 그을린 피부밖에 없기 때문에, 다른 섬사람과 이질적인 외모 때문에 많은 차별을 받아왔다. 그녀는 유람선에서 관광객들의 기대에 부흥한 짬뽕같은 전통 춤을 추는 일을 하는데, 관광객들은 왜 본토(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느냐고 묻곤 한다. 그녀에게 고향은 섬인데...
 애슐리의 아빠는 카누 국가대표 선수였고, 본토에서 온 애슐리의 엄마는 섬으로 유학을 오고 애슐리의 아빠를 만나 애슐리를 갖게 되었다. 하지만 2년 후, 엄마는 떠나고 아빠는 본토 여자와 새 장가를 갔다. 애슐리는 이복 동생 셰인을 갖게 되었다. 셰인은 늘 똑똑한 친구였고, 항상 애슐리를 볼 때면 '허,헡,하..' 하곤 했다. 애슐리의 가족들은 모두 본토로 이민을 갔고, 가장 섬과 어울리지 않는 애슐리만 섬에 남았다. 
 어느 날, 소행성의 충돌로 인하여 본토에 큰 피해가 갔고, 많은 사람들이 섬으로 피난을 왔다. 애슐리도 그 재난을 이겨내기 위해 돕기도 했다. 어느 날 어떤 때국물 진하게 묻은 아이가 있길래 애슐리가 씻겨 주었다. 그 모습을 '리'라는 기자가 찍었다. '리'가 찍은 애슐리의 모습은 전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그렇게 한 번도 주인공이 된 적이 없던 애슐리는 그 섬에서 차별 속에서도 선한 마음을 품은 존재로 급부상했다. 
 리는 꾸준히 애슐리의 사진을 찍었고, 셰인은 혼자서 본토에서 섬으로 돌아와 의료진으로써 일하곤 했다. 마을의 청년층 수장인 아투는 핫한 애슐리에게 만인의 앞에서 청혼을 했다. 하지만 재난이 잠잠해지자, 아투는 애슐리가 불의의 사고로 죽음을 위장한 뒤 애슐리가 죽게 방치해뒀다. 하지만 리가 애슐리를 사진 찍으러 몰래 따라다녔기 때문에 결국 애슐리는 리가 사는 곳으로 갔고, 그곳에서 본인의 삶을 살아갔다. 
 세월이 흘러, 아투가 죽기 전에 리는 애슐리에게 아투의 죄를 낱낱이 세상에 공개할 용기를 내자고 말했다. 그렇게 애슐리는 그 섬의 땅을 다시 밟았다. 
 그 사진 속에 있는 건 도무지 나 같지가 않았다. 거대한 볼트와 너트가 불거져 있는 화물선 갑판, 조악한 드럼통 여과기, 화물선을 타고 오느라 상태가 엉망이었던 그 여자애, 그리고 그 여자애를 안고 씻기고 있는 나…… 모두가 그대로이긴 했지만, 색감과 음영은 본 적 없는 것이었다. 화물선의 적당히 녹슨 갑판이 이렇게 강렬했던가? 내 주근깨가 저렇게 극적인 간격으로 흩뿌려져 있었나? 아이가 저렇게 혈색이 나빴나? 머리에서 흘러내려 목덜미에 달라붙은 시든 꽃은 저런 연보라색이었던가? 
나는 눈을 내리깔고 있었는데, 하필 땀이 한 방울, 속눈썹 끝에 맺혀 있었다.
눈물을 흘리는 섬의 애슐리.
캡션을 보니 기가 막혔다. 이 사람들아, 이건 아무리 봐도 땀이잖아. 애가 너무 무거웠다고!

 차별과 시선, 그리고 간접적인 폭력 속에서 살아온 애슐리의 삶. 정세랑 작가는 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존재하지 않는 섬을 배경으로 이 작품을 써내려 갔다. 애슐리는 이 곳의 사람인데 아무도 나를 이 곳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고,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이방인이었던 것이다. 삽화와 함께 그려진 애슐리의 삶은 어둡고 외로웠지만, 정세랑 작가가 표현하는 애슐리 시점은 이미 익숙한 삶이기에 담담했다. 아투한테 배신 당할 때, 좀 폭발했으면. 온 가족들이 자신에게 사랑을 주지 않을 때 표현했으면. 떠난 엄마를 찾아보려 했으면. 리의 촬영을 이용해 아투처럼 성공해보려 했으면. 이것은 나의 바람이었지. 애슐리는 이미 그런 삶에 익숙해진 차별의 피해자였다. 짧지만 임팩트있던 글, 언제나 정세랑 작가답게 유쾌한 필력.

 


옥상에서 만나요

독서 :2022.11.23 ~ 2022.12.03
 흙수저 집안의 가장이고, 성희롱과 성차별이 난무하는 회사에서 일하는 평범한 일개 사원인 '나'는 같이 일하는 언니들이 결혼하는 것을 보고 너무 부러웠다. 왜냐하면 언니들이 결혼하고 나서 그들의 인생이 한결 나아진 것처럼 보여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언니들에게 결혼 비법을 물어봤는데, 언니들이 「규중조녀비서」라는 책을 건네주었다. 회사 옥상에서 이 책 내용대로 하면 남편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 옥상에 올라가 남편을 소환했더니, 무슨 장승같이 생긴 괴물이 나온게 아닌가? 일단 남편이니 집에 데려가서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보긴한다. 아무리 보살펴도 남편은 점점 야위어 가고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어느날 남편은 '나'의 머리를 잡더니 그녀가 갖고 있었던 모든 우울과 고민을 다 먹어버렸다. 남편은 우울을 먹고 사는 장승이었다. 
 남편을 먹여 살리기 위해 주변 인맥을 총동원해서 집으로 불러 그들의 우울을 남편에게 먹였다. 주변 사람들은 머리가 맑아지며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남편과 함께 시골에 집을 구해 사람들의 우울의 늪에서 구원해주었다. 그녀가 회사를 그만 둘 때 본인처럼 힘들어할 다음 사람을 생각하며 옥상에 「규중조녀비서」를 숨겨두고, 그 사람도 이 책을 발견해 행복해지길 바란다. 
- 『옥상에서 만나요』 중 「옥상에서 만나요」
근이는 군대를 갔고, 전역해서는 호주에 갔어. 호주에 같이 가자고 했을 때는 도저히 그럴 수 없었어. 대학도 겨우 왔는데 무슨 어학연수. 몸만 오라고 해도 도저히 그럴 염치는 없었어. 골드코스트라 했어. 근이답게 낙천적인 지명을 골랐구나 싶었어. 써핑을 배운다고도 했고 캠핑을 간다고도 했고 호주의 유명한 배우를 봤다고도 했고 롤러코스터를 탔다고도 했어. 인터넷 전화는 반박자쯤 느려서 성가셨고 한번쯤 가야지 했지만 결국엔 가지 않았어. 근이가 돌아왓을 때 나는 직장인이었고 근이가 취직 준비를 할 때는 다시 대학원을 다니다 말다 하는 중이었어. 대학원 때부터는 너와도 따로 살았잖아. 방은 반토막이 되었고 오븐도 고장나서 버렸어. 그사이 언젠가부터 근이와 나는 헤어져 있더라. 서로 다른 사람을 만났어. 맨홀에 낀 굽을 빼주는 정도의 귀여운 일은 언제나 일어나고, 근이는 좀처럼 집요한 타입이 아니었으니까. 억눌리지도 뒤틀리지도 않은 사람이 집요하기란 쉽지 않아, 그치?
- 『옥상에서 만나요』 중 「효진」

 나는 장편처럼 쭉 감정선을 이끌어가는 것도 좋지만, 가끔씩은 단편이 참 좋다. 단편을 읽으면 임팩트있게 가슴에 꽂혀 오랜 시간동안 여운이 남는다. <옥상에서 만나요>를 읽으면서 사실 가장 감명깊게 읽은 이야기는 <효진>이다. 친구에게 전화하는 내용을 글로 읽었을 때 그 현실 반영이 된 것이 가장 여운이 남았다. 자신의 인생 전반에 걸친 이야기를 생각나는 대로 전달하고 생각나는 대로 느끼는 그 감정. 정세랑 작가의 글을 대부분 읽어봤다고 이제는 자부할 수 있지만, 정세랑 작가는 나에게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작가다. 다른 사람들의 책을 읽으면 아...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스토리 대박이다! 이런게 끝인데, 정세랑 작가는 인간의 가볍고, 무거운 내면을 덤덤하게 풀어나가 내가 몰래 쓰는 일기장같다. 

 


아미 오브 퀴어(언니밖에 없네 中)

독서 : 2022.12.06 ~ 2022.12.09
 22세기는 어떤 곳일까? 성별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고, 모두의 선택이 보호받고 존중받는 곳이었다. 도시국가들은 '궁극의 윤리 엔진'을 통해 차별에서 벗어나 환경에 임팩트를 덜 주는 방식으로 문명을 복구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AI를 활용하여 차별없는 세상을 살고 있는 22세기의 사람들. 그 중 AI의 파트너로 될 이들이 태어나 '연결자'라고 불리우는 정보처리기에 가까운 신경가소성을 가진 신인류의 탄생이 있다. 
 이런 평화로운 세상을 견디지 못한 시코드 시티는 인류의 퇴화하고 있다며, 전쟁을 주도했다.
시코드의 지척에서 몰살당해 들판에 누워 있는 부대원들이 거의 눈앞에 그려졌다. 그리고 세계는 200년 전으로 거꾸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런 일들은 언제나 일어났다. 반(反)의 시대는 도사리고 있다가 틈만 나면 닥쳐왔다. 안간힘을 쓰지 않으면 퇴보하는 게 문명이었다. 나아가는 것보다 퇴보하는 게 훨씬 쉬우니까. 

 이렇게 차별이 없는 시대에 사는 삶은 어떤 삶일까? 읽으면서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작가의 말대로 차별이 없고, 그의 개성이 보호받고 존중받는 세상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 이야기는 늘 적응이 안돼서... 집중이 안 될 때 읽으면 텍스트가 머리에 들어오지 못하고 날아가버려 서너번은 더 읽었다. 한 글자 한 글자 곱씹어 읽어보니 드디어 이해가 가더라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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