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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여행지를 기약하는 기록

이미 상대를 간파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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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사람들과 얘기해보면, 언제부턴가 나부터도 굉장히 큰 오류를 범하고 있다. 우리는 타인에 대한 추측을 넘어 확신으로 정의내리고 있다. 다른 사람의 진짜 속마음이 뭔지 우리는 죽었다 깨어나도 알지 못한다. 요즘 사람들은 MBTI, 사주 등(나부터가 이런 것을 진짜 좋아하고 즐겨한다!)으로 사람의 특징을 하나로 정의를 내리고 있는데, 엄밀히 따지면 다 인간 이야기 거기서 거기다. 성격부터 성향은 상대적으로 반응하는 것이고, 우리 속엔 항상 부캐가 있다. 그렇기에 모든 인간들은 각기 알 수 없는 다른 생각들로 시작하지만 어쩌면 비슷한 결론을 도출해낸다. 그러니 상대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는게 아닐까? MBTI나 사주를 좋아하고 믿는 사람으로서... 내가 이런 말을 뱉는 것 자체가 너무 차갑고 회의적이다.

 최근에 지나가다 들었던 두 가지 사례를 이야기 해보겠다. 사주에 대해 설명하는 유튜버가 사주 팔자에 '화'가 많은 사람들은 모든게 눈에 잘 보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짚고 넘어가는 특성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ISFJ에 대해 설명하는 한 유튜버가 다른 사람들의 속내를 다 간파하고 있기 때문에, 나의 호불호에 따라 대응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 사례에 공통점이 있다. 다른 사람들을 간파할 수 있다는, 파악할 수 있다는 경솔함이다. 나는 '화'가 많은 사람도 아니고, ISFJ도 아니다. 그런데 나는 특히나 누군가를 훤히 꿰뚫고 있다는 오만하고 경솔함을 갖고 있었다. 그 말인 즉슨, 인간 대다수가 이런 오만함과 경솔함을 갖고 있다는 거겠지? 근데 한 편으로는 이 간파한다는 생각은 내가 당당하게 말하지 못 할 나만의 자랑이었다. 근데 나말고도 다른 이들도 그렇게 능구렁이마냥 음흉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하니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지 뭐람. 그리고 심지어 남을 함부로 분류하는 사람들이 혐오스럽기도 했다.(마치 거울치료?!)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내 이름은 루시 바턴'에서 사람의 삶은 추측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했다. 타인을 추측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내가 누군가를 추측할 수 있다는 것은 나도 같은 인간으로서 그런 경험과 감정 한 번 쯤은 느껴봤기에 나오는 자연스러운 생각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인간의 본질은 비슷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여튼 요점은 생각한다는 것은 언제나 자유다. 내가 남을 어떻게 생각하든 그 생각이 행동으로 뿜어져 나오지 않는다면, 나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행동으로 보여지는 순간, 그것은 나의 나의 책임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동기로 인해 행동을 보여주던 사람들은 내 진짜 속마음은 모르고, 내 행동의 결과로만 나를 판단한다. 그러니 나의 오만하고 경솔한 마음은 안 가지려고 노력하면 금상첨화겠지만, 생각만큼 안 될 경우 타인에게 웬만하면 들키지 말자, 다들 속에 능구렁이 하나씩 키우고 살그든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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