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다음 여행지를 기약하는 기록

성장의 첫단계: 인정 그리고 내가 글을 쓰려는 이유

반응형

 

Palace of Fine Arts, San Francisco (Jan. 2024) photo by jamjamzo

 

 어느 날 내가 함부로 재단하고 낮게 보았던 한 사람이 무척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참 비슷한 우리였다. 한 때는 나 혼자서 '우리'라고 묶은 채 동일시하게 생각하곤 했다. 마치 거울같아서 그 사람이 하는 것들은 마치 나를 따라하는 것 같고, 나보다 잘 하고 있는 것이 있으면 시기를 넘어선 증오까지 도달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만큼 상대도 나를 똑같이 신경쓰는 걸 체감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문득 나 혼자만 신경쓰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우린 거울이며 서로가 함께 루저라고 생각했었는데, 진정한 루저는 바로 나였다는걸 알면서도 인정하기 싫었다. 열등감에 갇혀 진실을 무시하고 자기혐오에 빠졌다는걸 문득 알게 되었다.

 도전이라 말했지만 사실 도피와 같았던 지난 내 삶. 

 내 삶은 마치 유리같아 금방 깨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랫동안 쌓여 왔던 열등감, 자기혐오를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도피하고 스스로를 속여왔지만 결국엔 드러난다. 애먼 사람과 비교하며 자신을 높이 사는 일로 참 많이 위로해왔다. 내가 가장 증오하는 인간상인데 내가 그런 인간일 때도 있었다. 

 내 자신이 이렇게 혐오스러울 때도 있는거지. 뭐 어쩌겠어.

이미지 출처 : https://www.whats-on-netflix.com/news/when-will-dirty-john-season-2-be-on-netflix-05-2021/

 최근 넷플릭스 Dirty John(더티존) 시즌 2인 '베티 브로데릭' 편을 봤다. (더티존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넷플릭스 시리즈다.) 현직 변호사인 남편 댄은 베티를 상대로 4년 동안 이혼소송을 진행하여 베티를 미치게 만들었다. 마지막 장면으로 베티가 지난 날의 선택을 달리 했다면 현재 어땠을지 상상하면서 끝이 난다. 그들만의 지독한 사정도 있었지만 지금 내 얘기에 이 사건을 이야기 하는 이유는... 본인이 아닌 타인에게, 현재가 아닌 과거에 얽매이게 된다면 나 자신은 지옥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되는 것이다.

 지난 밤 나는 "성장"이라는 단어를 "나 자신을 구원하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나는 오늘 성장의 첫 단계인 '인정'을 시작해보려고 한다. 어차피 유리같은 인생이라면, 끄떡없는 강화유리가 되고 싶다. 

 


 예전에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작가의 <내 이름은 루시바턴>이라는 글을 읽고, 글을 쓰고 싶어졌다. 루시는 불우했던 어린 시절 책을 보고 위로와 치유를 받았다. 그래서 그녀는 작가가 되어 자신의 글로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과 위로를 전해주고 싶었다. 

 나는 요즘 짧게라도 내 생각을 쓰려고 노력한다.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사람 사는 것 다 똑같구나. 내가 이상한 게 아니구나. 라며 감히 심심한 위로와 응원을 보내주고 싶다. 그리고 난 당신과 같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진정 평생 이런 감정 못 느낄 것 같나요? 그럼 축하합니다. 우리의 삶에 명확한 해결책이 어디 있겠어. 그냥 인정하고, 더 나은 내일을 바라며 사는거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