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내가 자랑스럽게 말했던 것이 있다. 나는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게 자랑스럽지 않다. 책은 그저 취미일 뿐, 그게 나를 대단하게 만드는 요소는 아니라며 으스대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실질적으로 마음 한 켠에는 책을 많이 읽는 내가 참 좋았다. 남들한테는 그렇게 말을 해도 속으로는 참 좋았단 말이다! 어느 날, 새해가 다가오면서 동생한테 넌지시 내가 올해 목표했던 독서량보다 월등히 많이 읽었다며 자랑스럽게 말했던 적이 있었다. 동생이 언니는 책을 많이 읽은 게 자랑은 아니라고 말해도 기분은 좋은가봐?! 라고 되묻는 것이다. 그 때 순간적으로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사람이 되었지 뭐람.
본인은 물론, 이 세상 대다수가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사람들이다. 예전에는 그 사람들이 모순적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매 순간마다 변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매 순간 결정하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 다르다. 이걸 인정하기 전에는 위의 이야기처럼 누군가가 나의 말을 지적할 때 창피함이 밀려왔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창피해 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매 순간 변하는 인간의 속성을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더불어 누군가가 한 입으로 두 말하더라도 함부로 재단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문득 내뱉은 말 한 마디가 누군가에게 큰 울림이 될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겐 나를 정의내리는 어느 키워드 하나로 자리잡을 수 있다. 내 말 한 마디로 나 자신을 정의 당한다면 정말 억울하지 않을까? 그래서 한 입으로 두 말을 할 순 있지만, 말을 신중하게 내뱉어야 한다고 늘 가슴에 새기며 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인생은 본인 쪼대로 사는 거라고 생각한다. 한 입으로 백 말은 더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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