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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책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후회하는 일을 되돌릴 기회가 생긴다면 다른 선택을 해보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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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책 표지.

 

 "23시 22분 죽기 전 그녀의 삶"

 주인공 노라는 35살의 다재다능한 여성이다. 그녀의 오랜 친구인 고양이 볼테르가 죽고난 뒤, 자신의 삶을 마감하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유년기 시절 수영선수로 활동했었고, 피아노 연주는 물론 작곡 실력까지 뛰어나다. 그녀는 성적도 좋아 빙하학자가 되고 싶었고, 철학을 전공하면서 사람들을 가르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현재는 '스트링 시어리'라는 악기 판매점에서 일하고 있다. 현재의 일이 싫은 것은 아니다. 의욕이 없을 뿐...

 자신의 고양이는 죽고, 며칠 뒤 출근하니 사장님이 노라를 해고했다. 그리고 밴드활동을 했던 시절, 같이 연주했었던 멤버였던 라비를 만나고, 그를 통해 친오빠 조의 근황을 듣게 된다. 라비도 조(조도 그 밴드의 멤버였다)도 그녀를 원망하고 있다. 그녀 덕분에 더 큰 음반시장에서 유명해질 수 있었지만, 그녀는 댄과 결혼을 약속하고 싶었기에 그 꿈을 포기했다. 그녀는 댄도 갑자기 보고싶어졌다. 그녀는 또한 리오라는 학생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었지만, 리오의 엄마가 그녀를 해고했다. 그녀의 친구들은 다 멀게만 느껴졌다. 그녀는 지금 죽어도 나쁠 게 없다. 

 책의 인트로에는 15살의 노라가 도서관 사서였던 엘름 부인과의 대화가 있다. 엘름부인은 노라의 부친상을 전해주었던 인물이고, 그녀의 꿈에 대해 잘 들어주었고, 그녀와 체스를 두곤 했다. 그녀가 죽으려고 시도했던 23시 22분,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 도착했다. 그녀는 엘름부인을 만났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후회의 책"

 엘름부인은 34살의 노라를 15살의 노라처럼 맞이해주었다. 여전히 따뜻하고, 친절했다. 도서관에는 그녀의 수많은 인생이 담긴 책들로 가득했었다. 그 중 가장 눈에 띈 책은 "후회의 책"이었다. 

 "네가 태어난 후로 했던 후회들이 전부 여기 기록되어 있지." 엘름 부인이 손가락으로 표지를 톡톡 쳤다. 
"이제 열어봐도 된다. 내가 허락하지."
책이 너무 무거웠기 때문에 책을 펼치려면 돌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야만 했다. 
...(중략)
"후회는 시간 순서를 무시하지. 마구 떠다닌단다. 이 목록은 배열 순서가 늘 바뀌어."

 넘치는 후회는 그녀를 숨막히게 만들었다. 후회의 책 외에 다른 책들의 내용은 그녀가 현재 생에서 선택하지 않고, 후회로만 남겨뒀던 결정에 관한 책이었다. 만약 그녀가 그 결정을 했더라면 어떤 삶을 살게 됐을까?가 쓰여진 책이었다.  그녀는 그녀의 약혼자 댄과 파혼하지 않고, 결혼했더라면 어떤 삶을 살게 될지 가장 먼저 궁금했었다. 그녀는 그 책을 펼쳤다. 막상 댄과 함께 한 그녀의 삶은 시골에 조그만 펍을 차리고 소소하게 사는 삶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댄과 이야기를 몇 번 나누고, 그녀가 좋아하지 않았던 댄의 모습을 다시 느끼게 됐고, 댄은 결혼 생활 도중 바람을 펴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사랑을 선택했던 노라에게 배신감까지 안겨줬다.  이 밖에도 그녀는 유년기 시절 수영선수로 활동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올림픽에 출전한 유명한 수영선수의 삶을 체험해봤고, 자신이 작곡한 음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유명한 싱어송라이터, 북극에서 빙하를 연구 중인 빙하학자,... 수만가지의 선택이 담긴 책들을 경험했다.  그녀가 빙하학자가 되었을 때, 그녀는 북극곰에게 잡아먹힐 위험에 빠졌었다. 무사히 그녀는 그 위기에서 벗어나 목숨을 건졌는데, 그녀는 생명이 위협받는 순간 살고 싶어졌다. 그녀는 삶이 무의미하다고 느껴 자살을 택했는데, 결국 그녀는 죽기 싫었던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에 혼란을 느꼈다. 그리고 같이 연구했던 팀에서 위고라는 남자를 만나게 됐는데, 위고도 또한 그녀처럼 이런 수만가지의 삶을 경험하는 사람이었다. 노라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해서 도서관으로 그녀의 삶이 담아 있지만, 위고는 비디오를 좋아해서 비디오방에 그의 삶이 담겨 있었다. (아마도 내가 나만의 삶이 담긴 장소로 가게 된다면, 아마 카페이지 않을까 싶다. 미드나잇 카페... 내가 원하는 선택이 담긴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마시면 바로 그 삶에 빙의가 되는거다. 물론... 너무 쓴 원두는 쓴 인생을 맛보겠지. 너무 맛있는 원두는 그 맛에 속지 말아야할거고. 무튼..!) 그녀는 인생을 거듭 살면서, 그녀의 선택으로 인해 소중한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15살에 아빠가 돌아가셨는데, 어떤 선택으로 인해 아빠는 살고 다른 사람과 바람이 나서 엄마는 화병으로 돌아가셨다..;; 이 밖에도 친했던 친구가 죽는 일이라던지, 친오빠가 죽는 일이라던지.. 자꾸 자신의 선택으로 새로운 삶과 새로운 사람을 얻는 대신에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 삶의 대가인것인가? 하여튼 노라는 아빠를 다시 만났던 삶에서 아빠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사랑의 부재"

 노라는 볼테르의 죽음을 알려주었던 애쉬라는 의사가 생각이 났다. 그가 예전에 자신에게 커피 한 잔 하자며 데이트 신청을 한 적이 있었는데, 아마도 그와 함께 한 삶은 다르지 않을까 싶었다. 애쉬와 함께 한 삶은 완벽, 그 자체였다. 그녀는 철학을 사람들에게 가르쳤고, 교직 생활을 중단하고 철학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녀는 애쉬와 결혼을 하고 몰리라는 딸까지 두었다. 완벽한 가정, 완벽한 이웃, 완벽한 교우관계,.. 모든 것이 완벽하고 잘 맞아떨어졌다. 그녀는 이 삶이 너무 좋았고 깨달았다.  자신이 원했던 것은 사랑이었다. 현재 삶에서 그녀는 너무 외로웠었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없다고 느꼈다. 그치만 이 삶에서 자신은 사랑받고 있었다. 그녀는 그 삶을 계속 이어나갈 수 없었다. 왜냐면 이 삶은 그녀의 삶이 아니라 우주 평행 이론에 따르면 이 삶을 사는 노라 대신 잠시 머물고 있는 것이었다. 

 

 "인생은 체스 게임처럼"

 

"옛날 생각이 나는구나. 우리가 학교 도서관에서 체스를 둘 때 넌 게임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돼서 제일 좋은 기물을 빼앗기곤 했지. 네 차례가 돼서 퀸과 룩을 내놓았다가 빼앗기고 나면 넌 이미 게임에 진 것처럼 굴었어. 네겐 폰과 나이트 한두 개만 남았으니까."
...(중략)
"경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넌 그걸 깨달아야 해. 체스판에 폰이 하나라도 남아 있으면 경기는 끝난게 아니야. 한 사람은 폰 하나와 킹 하나만 남고, 다른 사람은 기물이 다 있어도 경기는 아직 진행 중인거야. 설사 네가 폰이라고 해도, 아마 우리 모두 그럴테지만, 넌 폰이 가장 마법 같은 기물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해. 폰은 하찮고 평번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 왜냐하면 폰은 절대 그냥 폰이 아니니까. 폰은 차기 퀸이야. 넌 그저 계속 앞으로 나아갈 방법만 찾으면 돼. 한 칸 한 칸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그러다 반대편 끝에 도달하면 얼마든지 다른 기물로 승급할 수 있어."
...(중략)
"우리가 정돈해놓은 체스판을 보렴." 엘름 부인이 부드럽게 말했다.
"게임이 시작되기 전인 지금은 얼마나 질서 있고 안전하고 평화로워 보이니. 아주 아름답지. 하지만 동시에 지루하고 죽어 있어. 그러다 네가 체스판의 말을 움직이는 순간 상황은 변하지. 좀 더 무질서해져. 네가 말을 한 번 씩 움직일 때마다 그 무질서는 점점 쌓이는거야."
...(중략)
"절대 사소한 것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지 마라."


 그녀는 가까스로 응급실로 가서 목숨을 구했다. 그래서 현재 삶을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넌 절대 폰이 아니야"

  난 노라처럼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노라만큼 두꺼운 후회의 책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 후회의 책은 시간 순서를 무시하니까.. 난 지금 이 시간에 빨리 잠에 들지 못하고, 이 글에서 못 벗어나는 내 자신을 내일 아침 후회할 것이다. 그 책을 읽으면서 나는 제발 빨리 노라가 그만 모험을 즐기고, 현재 삶으로 돌아가길 바랬다. 

 내가 이 삶을 선택했다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졌을까? 궁금하다 물론! 그렇지만 나는 내 앞날을 모르는 내 인생이 더 신난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이 삶이 숨막히게 재미있다.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를 만드는 것이다. 

 덤으로 위로를 얻었기도 했다. 가끔 내 인생가 엑스트라 같다고 느낀 사람들이 보면 정말 좋은 책인 것 같다. 사랑의 부재, 관심의 부재... 나도 가끔 내가 엑스트라 같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런 삶을 살 사람이 아닌데 왜 이렇게 맘대로 되어 가지 않는걸까 라는 자괴감에 빠지곤한다. 항상 이겨낼 수는 없겠지. 그럴 때마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마음에 새기려 한다. 나는 절대 폰이 아니야. 

+ 헨리 데이비드 소로, "무엇을 보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이 책의 노라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라는 철학자를 자주 언급한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서 소로처럼 보는 법을 읽었을 때, 소로의 관점을 겉핥기 했었는데, 소로라는 철학자를 조금 더 깊게 연구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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