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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책

므레모사, 죽은 땅 위에 건설된 귀환자들의 마을이자 지구상 최후의 디스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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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가 허전한 내 허벅지를 쓰다듬을 때, 그러면서 "금속 다리로 구두를 신고 춤추는 네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데. 그걸 본 순간 나는 사랑에 빠졌지" 하고 속삭일 때, 나는 고통을 기꺼이 견디며 춤을 추고 싶었다. 실제로도 어느 정도는 그랬다. 한나가 내가 바란 것은 완성된 형태의 아름다움이나 강인함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어떤 나아감의 방향, 지향점이엇다. 불안정한 지면 위를 위태롭게 한 발 한 발 내딛는, 넘어질 듯 아슬아슬한 춤을 지속하는. 그 춤이 지속되기만 한다면, 한나는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새벽이 되면 나는 알 수 있었다. 고요와 적막이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깊은 밤이 되면, 바로 이곳이야말로 내가 궁금적으로 머물러야 할 자리라는 걸. 흔들림도 뒤척임도 없는 부동의 장소. 움직임이 없는 몸. 모든 것이 멈춰 선 몸. 
 그 몸 안에서 나는 고통도 괴로움도 없이 자유로웠다. 
 한나는 도약하는 나를 사랑했고 나는 도약을 멈추고 싶었으므로 우리의 끝은 정해져 있었다. 이제 더는 도저히 춤출 수 없다고, 더는 움직임을 원하지 않는다고, 모든 움직임이 매 순간마다 나를 고통스럽게 한다고 이야기했을 때 한나는 울면서 나에게 말했다.
 "제발, 죽지는 마. 살아 있어. 어딘가에 살아 있으란 말야."

 

 이르슐은 므레모사가 있는 가상의 국가이다. 후쿠시마나 체르노빌처럼 사고로 인해 죽어가는 도시가 되었는데, 어느 날 귀환자의 도시라고 불리는 '므레모사'로 투어를 참여하고픈 사람들을 모집했다. 므레모사에 들어가니 사람들은 회색빛의 얼굴로 조종당하듯이 일을 하고 있었고, 하얀 천으로 가려졌던 기둥을 보니 죽은 귀환자들의 시체였다. 한국에서 유명한 무용수인 유안은 다리를 잃어 기계다리로 무용을 하곤 했는데, 그녀는 모든 것이 부질없이 느껴졌기 때문에 그 이 투어에 참여했다. 그녀는 므레모사에 도착한 뒤, 그녀는 춤을 추고 싶지 않았던 것이지 살고 싶었던 것을 느끼게 된다. 전쟁, 재난, 참사, 테러, 고문 등으로 인한 비극의 참사가 가득한 이 곳, 므레모사에서 유안은 자신의 비극도 삶의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므레모사가 합류하길 원하면서 이야기를 끝맺는다. 

 

 

# 짧은 느낀점

 글쎄, 김초엽 작가 작품 중 마지막이었던 <므레모사>는 장편이라고 느낄 수 없을 만큼 빠른 시간 내에 읽을 수 있었다. 분명 압도적으로 스토리를 끌고 나간게 틀림없었다. 아직까지도 알 수 없는 떡밥, 왜 헬렌, 레오, 유안, 가영, 탄, 이시카와를 <므레모사>에 초대한건데? 분명 티켓팅을 하다가 서버가 터져서 아무도 예약을 못 하게 되는 상황이 되었고, 참여한 사람 모두가 지인에게 추천을 받아서 참여할 수 있었다. 근데 이상하게 연결고리가 꽤 이상하다. 다들 유안과 레오를 제외하고 관광홍보를 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결국은 참여자 모두가 므레모사의 음식을 먹고 그 향에 취해 조종당하게 되었다. 결국 그들은 원래 자신들이 살던 곳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그래서... 왜? 이 사람들을 불러온거고, 어떤 의미가 있었던 건지 모르겠다.  

 김초엽 작가의 어느 작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대해 적나라하게 표현을 한다. 나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원전사고로 인해 폐도시가 되어가는 그 지역 주민의 비극에 대한 고찰이 담겨 있었다. 그들의 삶은 무너져 가는데, 사람들은 '다크 투어리즘'을 경험해보고자 하니 얼마나 모순적인가? 사람들은 유안의 기계다리로 추는 춤을 추고 감동을 받는다. 왜냐? 어떻게 저런 다리를 갖고도 우리에게 춤을 보여줄 수 있는지, 그것은 사람들에게 희망으로 다가온다. 유안은 남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추고 싶지 않다. 장애인을 향한 비장애인에 대한 태도 또한 생각할 만한 가치가 있다. 

 내가 쓴 느낀점 중, 가장 성의가 없는 것 같지만 명확하게 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그리고 느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므레모사>를 먼저 읽고 <지구 끝의 온실>을 읽었다면 조금은 김초엽 작가에 대한 좋은 마무리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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