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jamjamzo.tistory.com/216
2년 전에 읽고 며칠 전에 포스팅했던 <정의란 무엇인가>... 나름 내로라하는 벽돌책들 읽느라 너무 바빠서 샌델 아저씨 책을 2년만에 펼쳐 보았다. 돌고 돌다 이제서야 드디어 읽게 됐다. 솔직히 말해서 마이클 샌델은 내가 평상시 오랫동안 고민하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 잘 얘기해준다. 일단 제목부터 어그로 확실하게 끄는 듯?
-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내가 돈을 많이 못 벌어도 다른 이들과 공정하게 가질 수 있는 가치가 있는지 궁금해짐
- 정의란 무엇인가: 나는 선행이 누군가에겐 민폐라고 생각이 되는데, 어떻게 해야 정의롭게 살 수 있는건가?
- 공정하다는 착각: 그치? 우리 삶은 불공평한거 샌델 아저씨도 인정하쥬?
- ..... : 일단 대표 저서 3권만 들고 왔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통해 마이클 샌델이 말하고 싶은 것은?
자본주의에 절여진 현대인들과 시장의 도덕적 한계를 논의해보자
따라서 돈으로 살 수 있는 것과 살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삶과 시민생활을 구성하는 다양한 영역을 어떤 가치로 지배해야 하는지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사색할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의 주제다. 내가 제안하고 싶은 대답을 미리 정리하자면 이렇다. 특정 재화를 사고팔아도 무방하다고 결정할 때, 우리는 최소한 은연중이라도 그것을 상품으로, 즉 이윤을 추구하고 사용하기 위한 도구로서 다루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모든 재화의 가치를 적절하게 평가할 수는 없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의 '서문' 중에서
교보eBook에서 자세히 보기: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4808937833663
아무래도 요즘 우리는 자본주의에 절여지고 또 절여진 상태라고 생각한다. 돈이면 다 되는 사회 아닌가? 억울하면 돈을 더 내! 재화를 단순히 사고 팔아 *시장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을 넘어서, 돈이면 다 되는 **시장사회가 형성이 되고 있다고 한다. 정말 돈이면 다 되는 것이 맞는걸까? 근데 한편으론 현재 돈이 있으면 다 되는 것 같고, 돈이 없어서 포기해야 하는 부분들도 떠오를 것이다. 근데 돈이 없어도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인간의 존엄성'이라고 생각이 든다. 물론, 그 존엄성 또한 돈이면 사고 팔 수 있을 수도.... 예를 들면, 몸을 파는 사람들이나, 아이들을 파는 사람들,... 등
*시장경제 : 생산활동을 조직하는 소중하고 효과적인 도구
**시장사회 : 시장가치가 인간활동의 모든 영역에 스며들어간 일종의 생활방식
새치기
돈만 내면 우선권을 받을 수 있다.
공항 보안 검색대를 빨리 통과하기 위해 줄을 덜 설 수 있는 "패스트 트랙" 서비스, 놀이공원에서 줄 서지 않고 바로 탈 수 있는 패스(Front of Line Pass) 서비스, 선착순으로 입장권을 받을 수 있는 공청회를 노숙자를 고용해 대리 줄서기를 시키는 로비스트와 줄서기 에이전시, 예약해서 몇 주 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 진료예약권 암거래 성행,... 등 이거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솔직히 나도 읽으면서 뭔가 이런 세상이 불공정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론 납득이 갔다. 이게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
이에 샌델은 반박했다. 우리가 놀이공원을 간다는 것,공항가서 비행기 타러간다는 것, 시민이라면 참여할 수 있는 공청회에 입장한다는 것, 아프면 진료를 받는다는 것, 국립공원을 방문한다는 것...등 돈 이전에 우리는 위의 내용을 정가로 구매하거나 평등하게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하면서 다른 사람의 경험을 빼앗는 것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줄을 서고 있다는 것은 그에 따른 목적을 갖고 경험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내 경험을 가로채간다? 그것도 웃돈을 주고 가져간다? 모든 사람들이 돈으로 해결할 수 있으면 참 좋겠지만, 그만큼 돈을 내기 힘든 사람들도 있다. 당연하게도 모든 사람이 다 해결할 수 있다면 돈의 가치는 없겠지. 그러나 돈이면 다 된다는 태도는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훔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마이클 샌델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이런 현상들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자본주의 사회니까 이걸 당연하게 여기는 태도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
인센티브
상금/ 벌금/ 요금의 경계
이번 편 또한 아주 흥미로운 주제였다. 마이클 샌델이 든 예시 중, 2010년 노스 캐롤라이너 주에 자선단체 설립자 중 '바버라 해리스'는 마약 중독자인 여성들에게 불임시술을 받으면 현금 300달러를 지급하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마이클 샌델이 아주 자세히 설명해줬지만, 내가 생각한 것으로 풀어서 이야기해보겠다.) 즉, 불임시술을 선택했으니 참 잘했다며 상금 개념으로 300달러를 지급하는 것이다. 아주 찬반이 쟁쟁했던 토론이었다. 마약에 중독된 나약한 인간에게 현금 300달러를 주면서 불임 시술을 권유했다는 것은 비인간적이고, 강제를 요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그렇게 당장 만질 수 있는 현금으로 또 다른 마약 범죄를 저지르도록 불을 지핀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리스의 경우, 이런 마약 중독자들이 아이를 가질 경우, 그 2세들은 보호 받지 못한 상태에서, 보이지 않는 학대를 받으면서 성장할 것을 우려했던 것이다. 솔직히 해리스 입장으로만 들어보면 완전 이해가 간다! 부모가 되려면 그만큼 아이를 잘 보살필 보호자로서의 준비가 필요하다. 근데 마약 중독자들은 이미 그런 책임감이 없는 사람들로 판단하므로 돈을 줄테니 불임시술을 받으라고 권유한거다.
어쩌면 해리스는 약간 타노스처럼 인류의 증가를 컨트롤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우생학처럼, 멀쩡한 인간들만 아이를 낳으라고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것이다. 만약 해리스의 의견이 모두에게 설득됐다면, 마약중독자의 불임시술로 끝맺일 수 있을까? 마약중독자의 불임시술은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불임시술, 범죄자들에 대한 불임시술, 나중엔 쌩뚱맞게 키작은 유전자는 매력적이지 않으니 불임시술을 권유받을 수 있다. 물론, 이 사람들은 마약을 하지 않았으니 정신이 온전하므로 권유한다고 해서 생각없이 냅다 받아들이진 않을수도... 하지만 해리스의 주장이 설득이 된다면 권유로 시작했지만 의무로 결정될 수도 있는 문제다.
맞벌이 부부들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길 수밖에 없다. 그러다 조금 늦게 도착하면 부모들은 그만큼 일을 더한 선생님들께 죄책감을 갖는다. 그래서 앞으로 더 늦지 않으려고 노력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안될 때가 있어 부모들이 지속적으로 지각을 하게 될 때,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벌금을 내라고 한다. 그럼 부모들은 마치 벌금을 내면 선생님들이 그만큼 일해야하는 요금이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신호/과속 위반 벌금을 부과받는다면, 해당 과속 요금을 지불할테니 당당하게 과속을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국립공원에 쓰레기를 버리면 벌금을 내라고 하니, 당당하게 버리고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요금을 지불한다고 생각한다.
상금(인센티브)라고 전부 나쁜 것은 아니다. 상금을 통해 학생들은 학업성취율이 올라갈 수 있고, 직장인들은 업에 대한 동기부여를 가질 수 있고, 아티스트들은 더 좋은 작품을 내놓을 수 있다. 상금을 통해 우리의 세계는 많이 발전해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착한 일을 할 때마다 돈을 받거나, 학업 성적이 오를 때마다 돈을 받거나,... 등등 돈을 안 받으면 굳이 해야할 이유도 없는 '왜곡된 인센티브'도 있다. 상금 뿐만 아니라, 벌금 또한 위험하다. 자신이 지은 행위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벌금으로 수치화한 것인데, 마치 윤리적 책임(죄책감)을 돈으로 해소를 넘어 권리(서비스)로 받아들이는 전제를 갖고 요금으로 둔갑해버리는 현상도 있다. 아무래도 인간들끼리 서로 사회를 만들다 보니, 윗대가리들이 사람들 조종하려고 돈으로 현혹하려고 한다. 세상을 각박하게 만들고, 보상과 벌금 체계를 만들어 계급과 서열을 다시 정리받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우리가 조종당하지 않으려면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가 정녕 무엇인지 한 번 더 고민을 해봐야 한다.
시장은 어떻게 도덕을 밀어내는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을까?
미국 퇴직자협회는 가난한 퇴직자에게 시간당 30달러의 할인된 비용으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해줄 의향이 있는지 변호사들에게 물었다. 변호사들은 이 제의를 거절했다. 이번에는 가난한 퇴직자들에게 무료로 법률 조언을 제공해줄 수 있는지 물었다. 변호사들은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변호사들은 시장 거래보다 자선활동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관대한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사회심리학 연구 분야에서 이러한 상품화 효과를 설명하는 이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직면한 임무에 대한 도덕적 신념이나 흥미와 같은 내재적 동기와 돈이나 다른 유형의 보상과 같은 외재적 동기의 차이점을 강조한다. 내재적으로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돈을 지급하면 그들의 내재적 흥미나 헌신을 ‘밀어내거나’ 그 가치를 떨어뜨려 동기유발을 약화시킬지 모른다. 일반 경제학 이론은 성질이나 출처에 상관없이 모든 동기를 선호로 해석하고 그것이 모두 부가적이라 추정한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돈의 잠식 효과를 간과한 것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중에서
교보eBook에서 자세히 보기: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48089378336633
돈보다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이타심'이다. 이타심은 돈처럼 소모되고 없어지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고 배려해서 발휘할수록 점점 커지는 근육같은 것이다. 위의 사례에서 할인된 비용으로 상담할 의향이 있냐고 물었을 때는 거절하고, 무료 상담일 경우에는 승낙한 것처럼, 동네에 핵 폐기장 유치를 보상금을 주면 거절하고, 이 동네 밖에 설치할 곳이 없다하면 승낙하는 것은 사람들의 이타심이다. 만약 변호사들이 가격을 할인해준다면, 어쨌든 퇴직자들은 그 서비스를 산 것이니 그만큼 정당한 대가를 요구할 것이다. 그리고 변호사들은 돕기 위해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결국은 돈을 받았기 때문에 클라이언트다. 처음 가졌던 동기가 변질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리고 핵 폐기장 유치에 개개인이 보상금을 받는다면, 그 보상금은 천문학적인 수치여야 한다. 우리 동네를 내준 것에 다른 사람들이 감사함과 존경심을 얻는다면, 그 자체로 가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몇 푼 안 되는 보상금으로, 정부는 우린 돈 줬으니 이 동네는 이런 대접 받아도 된다는 식으로 생각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을 위한 희생과 봉사, 즉 이타심이 돈으로 수치화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구체적인 예로 우리의 삶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우정과 사랑같은 마음, 노벨상같은 명예같은 것이다. 돈이 엮이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지만, 돈은 부수적인 문제다. 우정과 사랑에 돈이 주요 문제가 된다면, 부모와 자식의 사랑은 돈에 비례해야 한다. 그리고 서로에게 돈이 오가지 않는 직장동료들은 서로 딱히 친해질 이유가 없다. 서로에게 돈을 들여 선물을 하고, 시간을 더 쓰게 된다면 그 관계는 풍성해지겠지만 우정과 사랑의 전제조건은 "돈"이 아니라는 것이다.
스스로 업적을 성취해서 얻어낸 타이틀인 노벨상, 아메리칸리그의 MVP상, 서울대 입학... 등은 돈만 주면 얻을 수 있다면 그 가치는 퇴색될 것이다. 혹시 돈많은 부자들이 돈 주고 열심히 사재기하면 "명품 브랜드"같은 모양을 띨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돈으로 얻어낼 수 없고, 오로지 실력과 성취로 얻어낸 가치기에 특별한 것이다. 물론 이 사례도 돈이 엮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게 당연시 되지 않고, 알려질 경우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 자체가 돈으로 얻을 수 없는 것이다.
돈으로 살 수 있지만 안 되는건, 아이를 거래하는 행위나 사람의 장기 판매를 예로 들 수 있다. 만약 입양을 필요한 사람들이 아이를 거래한다면, 아이는 그 자체로 재화가 되어 인종부터 시작해서 나노단위로 상품가치가 달라질 것이다. 그런 상품가치를 갖고 자라온 아이들이 이 사회에 성인이 된다고 생각하면 너무 끔찍하다. "가성비 좋은 아기" 타이틀로 자라나는 아이가 있을거고, "명품 아기" 타이틀로 자라나는 친구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 사이에서 서열과 계급이 생기고 차별이 생기겠지. 또한 사람의 장기를 팔 수 있다면,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팔 것이다. 이거야 말로 우생학 아닌가? 돈있는 사람들만 살아남는 그지같은 세상ㅋㅋㅋ
삶과 죽음의 시장
죽어야만 가질 수 있는 돈 = 생명보험
이 이야기는 너무 충격적이었다. 월마트 매장에서 부지배인으로 일하던 48세의 마이클 라이스는 일하다 중간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는데, 마이클 명의로 생명보험을 들어놨던 월마트는 보험금으로 30만 달러에 이르는 이익을 챙겼다. 당연히, 보험금은 마이클의 가족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근데 이런 사례가 월마트 뿐만 아니라, 미국의 많은 대기업들이 직원들을 상대로 생명보험을 들어놓고, 직원들의 가족까지 들어놨다. (완전 미친 놈들이라고 생각했다. 이 아이디어 생각해낸 사람 누구냐 진짜...)
하여튼 회사들의 입장은 이렇다. 누구에게도 피해주지 않고, 오래 일한 직원을 잃으면, 새로운 직업을 트레이닝 시키는데 많은 시간과 돈이 들기 때문에 보험을 들어놓았다고 했다. (근데... 직원들의 가족까지 보험든건 좀 에바아님?) 하여튼 문제가 되니까, 정부에서 본인 동의를 받아두라고 한다. 그래서 회사들은 꼼수를 부려 당사자에게는 몇 천 달러 적선해주면서 맘 달래주고, 회사는 몇 만 달러를 가져간다. 심지어 9.11 테러 때도 생명보험금의 일부가 회사로 돌아갔다고 한다....
근데 회사 맘대로 생명보험 들어놓고,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는거라면 직원을 사고로 위장해서 고의적으로 죽일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위험이 도사리는 와중에 책에서는 말기환금(곧 죽을 사람으로부터 생명보험금의 반값으로 보험증권을 사서, 죽은 뒤에 생명보험금을 타는 것), 데스풀(사람 생명에 배팅을 거는 게임) 등을 언급한다. 어쩌면 돈을 벌기에 좋은 아이디어처럼 느껴지지만, 투자한 만큼 원하는 돈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그 생명을 고의로 죽일 수도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생명과 불운에 배팅하는 도박은 듣기에도 비윤리적이지 않나?
근데 뭐 보험 때문에 가족도 죽이는 시대에... 보험이라는 것이 정말 사후에 가족들에게 어떤 안전장치 역할을 해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죽음과 불운을 통해 얻어오는 자본으로 인해 인간의 도덕을 해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 정부 혹은 공공 단체에서 죽음으로 인한 이익을 취하는 행위에 대해 선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명명권
내가 좋아하는 것 + 상업주의
유명 야구 선수의 싸인이 있는 야구공의 가치가 5만불,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관람하던 경기장에 생긴 VIP 전용 스카이 박스, 유명작가가 쓴 책에 담긴 불가리 광고, 학교 성적표에 있는 맥도날드 배너,... 등 우리의 삶에는 많은 기업들이 광고를 넣고 있다. 심지어 나의 블로그에도 구글 애드센스 덕분에 광고가 깔려 있다.
좋아하는 선수의 싸인이 담긴 야구공을 그저 갖고 있었을 뿐인데, 가치가 5만불까지 올라갔다. 그래서 선수들의 싸인이 담긴 물건들을 모아보니 제테크가 되었다. 좋아서 갖고 있었는데 결국 기억의 재산이 아닌, 진짜 자산이 되었다. 다같이 으쌰으쌰 즐기면서 관람하는 경기장에 프라이빗하게 볼 수 있는 스카이 박스가 생겼다. 이런 특별한 자리가 만들어질수록 서열과 계급은 선명해질 수 있다.(하지만 나도 이렇게 관람하는거 재밌고 즐겁긴 했다...)
하지만 어떤 대상이든 기업의 로고를 새기면 의미가 바뀐다. 시장은 흔적을 남기기 때문이다. 간접광고는 책의 품위를 변질시키고 저자와 독자의 관계를 타락시킨다. 신체에 새기는 문신 광고는 그 대가로 돈을 받는 사람을 사물화하고 품위를 떨어뜨린다. 교실에 침투한 상업주의는 학교의 교육적 목적을 훼손한다.
물론 이러한 판단에 이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책·신체·학교의 의미, 이들에 대한 가치부여 방식을 놓고 의견을 달리할 수 있다. 실제로 가정생활·우정·성·출산·건강·교육·자연·예술·시민정신·스포츠 등 시장이 침입해온 많은 영역에 어떤 규범이 합당한지를 놓고 서로 의견이 다르다. 또한 사망 가능성에 관해 주장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난다. 하지만 내가 말하려는 요점은 시장과 상업이 재화의 성질을 바꾸는 상황을 목격했다면 시장에 속한 영역은 무엇이고 시장에 속하지 않은 영역은 무엇인지 의문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재화의 의미와 목적, 재화를 지배해야 하는 가치를 놓고 깊이 사고하지 않고서는 이러한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중에서
교보eBook에서 자세히 보기: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4808937833663
우리의 삶에는 자연스럽게 광고들이 자리 잡고 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도 광고, 블로그에도 광고, 티비 프로그램에도 광고, 유튜브에도 광고, 택시 문짝에 붙은 광고, 인스타 스토리 광고... 등 어디에나 광고가 있다. 이렇게 주변에 많은 광고들이 주어져도 결국 소비는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 벌어지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생각한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는 이런 현상을 자유방임주의라고 판단했고, 2가지로 반박했다. 첫번째는 강압과 불공정성, 두번째는 부패와 타락이었다. 제한된 환경 안에서 자극적인 미디어를 활용한 광고를 제시하는 것은 거의 가스라이팅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미디어 안에서 교묘하게 이용하는 광고는 작품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게 하고, 소비를 불러일으키는 교란 작전 같은 것이다.
결론 : 지갑을 열기 전에 생각 좀 하자
이 책에서 마이클 샌델은 이렇게 살면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하고 있지 않다. 돈이면 다 해결될 것 같은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떤 방향으로 소비를 하고, 어떤 재화를 만들어 판매를 해야하는지 생각하는 자리를 만들어 줬다. 심지어 각 파트에서 단순하게 돈 더 내면 빨리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인센티브로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했던 점, 돈이면 다 될거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그 이면에는 다른 문제점들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책에서 돈보다 중요한 가치에 대해 말한다기 보다는 독자들이 돈을 어떻게 가치있게 쓸지 고민해보길 바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 많은 사례들을 통해 설명해줄 때마다 참 마케터들이 읽으면 좋을 책 같았다. 어차피 이미 자본주의에 찌들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만약 판매하는 마케터/세일러거나 물건을 사는 소비자라면, 도덕적인 가치를 생각하는 건강한 자본주의 사회를 만들어 나가도록 노력하면 좋지 않을까?
'그냥,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서습관만들기 - 재밌는 책부터 읽자]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일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 입문 5권 추천! (9) | 2024.11.11 |
---|---|
알베르 카뮈, 부조리 3부작 <시지프 신화> | 자살 예방 도서 (3) | 2024.10.31 |
노벨문학상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후기 | 작별하지 않는다는 것은 끝까지 기억하고 싶은 마음 (제주 4.3 사건) (3) | 2024.10.29 |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챕터 요약 |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 (4) | 2024.10.24 |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 아무도 엄마의 죽음을 슬퍼할 권리는 없는 것이다 (4) | 2024.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