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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책

노벨문학상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후기 | 작별하지 않는다는 것은 끝까지 기억하고 싶은 마음 (제주 4.3 사건)

by 조잼 2024.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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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교보문고

 

 2022년 6월, 처음으로 시작했던 한강 작가님의 작품 <작별하지 않는다>는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끝없는 우울감, 꿈과 현실, 환상, 과거와 현재 등을 넘나드는 이야기였고, 계속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머리만 아팠다. 그 강렬한 인상은 당시 사놓았던 한강 작가님의 작품들을 멀리하게 만들었고, 나랑 맞지 않는다는 선입견 마저 생겼다. 2년 뒤, 우리 나라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작가가 한강님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2년 전에 내가 무엇을 놓친건가! 싶었다. 한강 작가의 총 4권의 책을 읽고, 과거에 묻어두었던 <작별하지 않는다>를 드디어 꺼내 읽었다. 그 당시에는 읽히지 않았던 문장들이 드디어 와닿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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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한강 <소년이 온다> 44년이 지나도 끝나지 않은 5.18 광주 민주 항쟁

2년 전, 유명한 소설들을 다 읽고 싶은 마음에 한강 소설도 응당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처음 시도했던 책은 였는데, 특유의 우울하고 어두운 문체와 시같은 표현들이 당시 나에겐 크게 와닿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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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프랑수아즈 사강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가 생각나는 작품이었다. 영혜는 처음에 꿈을 꾸고 육식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거부하다 나중엔 마치 식물이 된 것처럼 꽃이 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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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한강 <희랍어 시간>, <흰> 후기 | 한강 작가의 인류애가 담긴 삶에 대한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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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배경
제주 4.3 사건

 제주 4·3 사건은 1947년부터 1954년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대규모 민간인 학살 사건으로, 당시 남한에서 좌우 이념 갈등과 냉전의 영향으로 발생한 비극이다. 사건의 발단은 1947년 3월 1일, 제주도에서 열린 3·1절 기념 행사 중 경찰의 발포로 민간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제주도 내 좌익 세력과 경찰 간의 갈등이 심화되었고, 1948년 4월 3일에는 남로당 제주도당의 주도로 무장 봉기가 일어났다. 당시 무장 봉기에 대한 진압 작전이 시작되면서, 제주도 전역에서 심각한 폭력과 인권 침해가 발생하였다. 군경과 우익 단체들은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과 마을의 불태움, 고문 등을 자행하였다. 이로 인해 제주 인구의 약 10%에 해당하는 2만 5천에서 3만 명의 민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많은 주민들이 육지로 강제 이주당하거나 생계를 잃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2000년, 대한민국 정부는 제주 4·3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였고, 희생자들의 명예 회복을 위한 노력을 시작하였다.  2018년에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건에 대해 사과하며,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유감을 표명하였다. 현재, 제주 4·3 사건은 역사적으로 재평가되고 있으며, 피해자들의 아픔을 되새기는 기념행사와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출처: https://www.hani.co.kr/arti/area/jeju/1136863.html

 

제주4·3희생자 보상금 5명 중 1명 미청구…지급률 78%

보상금 지급이 결정된 제주4·3 희생자 가운데 21.6%가 보상을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는 지난 2022년 11월 보상금 지급이 시작된 뒤 보상 대상자 4만9639명 가운데 외국 거주자(702명)

www.hani.co.kr

 

 당시 제주 사람들은 극심한 흉년으로 인해 삶이 피폐해졌고, 콜레라로 인해 최소 369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이렇게 힘겨운 삶에서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점점 떨어졌을 것이다.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이런 이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이렇게 살고 있는 것 좀 봐달라는 의미로 당시 대한민국 공산주의인 '남로당'에 가입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건 남로당에 가입한 사람들만 학살을 당한 것이 아니라, 제주 시민들까지 무차별하게 학살 당했다는 사실이 끔찍한 것이다. 이렇게 진압 과정에서 살해 당한 민간인 희생자 수는 14,442명이라고 한다. (출처: 위키백과)

 제주공항 활주로에서 발견된 유골들이 작품에서 언급되는데, 아래 내용은 그 기사다. 우리가 재밌게 관광하면서 룰루랄라 놀러가던 제주의 땅엔 이런 아픈 역사가 묻혀 있었다. 그렇게 잔혹하게 죽여놓고,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덮어버리면 그만이었을까? 

출처: https://www.jej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189498

 

4.3희생자 유해 5구 70여년 만에 신원 확인 - 제주일보

제주국제공항에서 발굴된 4·3희생자 유해 5구의 신원이 확인됐다. 집단 학살 후 암매장된 지 70여년 만이다.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4·3희생자 신원확인 유전자 감식으로 5명의 신

www.jejunews.com

 

 

꿈과 현실에 대한 모호한 경계
폭력과 상처를 마주하는 용기

 

그 꿈을 꾼 것은 2014년 여름, 내가 그 도시의 학살에 대한 책을 낸 지 두 달 가까이 지났을 때였다. 그후 사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나는 그 꿈의 의미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 도시에 대한 꿈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고, 빠르고 직관적이었던 그 결론은 내 오해였거나 너무 단순한 이해였는지도 모른다고 처음 생각한 것은 지난여름이었다.

"작별하지 않는다"중에서

교보eBook에서 자세히 보기: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4808954682152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 문학동네- 교보ebook

한강 장편소설, 藍?내밀 때, 그 마음이 닿은 자리가 눈송이처럼 차갑고 동시에 불꽃처럼 뜨거워 영영 잊히지 않는 것은 한강의 소설만이 전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닐까. 이렇게 한강의 소설이 우리

ebook-product.kyobobook.co.kr

 

 실제로 한강 작가는 <소년이 온다>를 2014년에 세상에 내놓은 뒤, 엄청난 후유증을 시달렸다고 한다. <작별하지 않는다>의 마지막 작가의 말을 보면, 2014년에 이 작품의 1-2페이지를 쓴 뒤, 2018년에 다시 집필을 시작해 2021년에 완성했다고 한다. 작품 자체를 쓰는 시간은 3년이지만, 인간의 잔혹함과 상처를 마주하는 용기를 내기 까지는 4년이 걸렸다. 아마 2014년에 작성했던 2페이지 가량이 실제로 한강 작가가 꿨던 악몽이었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 경하는 한강 작가의 분신이지 않을까 싶었다. 

 제주에서 목수로 일하고 있던 오래된 파트너이자 친구인 인선이 서울에서 있는 병원에서 손가락이 잘렸다며 연락이 왔다. 인선이 경하를 병원으로 부른 이유는 간병을 원해서도, 보고싶어서도 아니었다. 제주에 두고 온 인선이 키우는 앵무새 아마에게 밥을 줘야 하기 때문에 경하에게 부탁을 했다. 이렇게 경하는 인선의 집이 있는 제주로 향한다.

 제주로 내려간 날, 어마어마한 폭설이 내리고 있었다. 한강 작가의 책을 읽었을 때, 눈(흰 색)이란 깨끗하고, 고고하고 맑은 순수한 이미지로 많이 느껴졌다. 하지만 무언가를 덮어버리는 흰색은 어쩌면 회피와 무관심 같이 느껴졌다. 경하가 이 폭설을 뚫고 인선의 집에 가는 여정만 수십 페이지가 되는 것 같다. 차갑디 차가운 고통들을 뚫고서라도, 앵무새 아마를 살려내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악몽에 시달리다 언젠가 삶의 끈을 놓으려고 했던 무기력한 경하는 어디갔나 싶다. 중간에 안되겠다 싶었을 때, 인선에게 전화해서 포기 선언을 하고 싶었지만, 인선의 간병인이 받고 인선은 당시 심각한 상태였던 것 같았다. 그래서 어쩔 도리가 없이 인선의 집에 갈 수밖에 없었다. 나 또한 읽으면서 "아마야 죽지마라, 죽지마라." 이렇게 바랐다.

 하지만 아마는 죽었다. 그렇게 경하는 아마를 묻어주고, 인선이 작업한 프로젝트를 보게 된다. 인선과 경하가 4년 전에 작업하기로 했던 프로젝트인 <작별하지 않는다> 였다. 

 

작별하지 않는다
슬픔을 유예하고 있을 뿐, 잊지 않고 있다

 

 인선은 목수가 되기 전 다큐멘터리 감독이었다. 그녀는 전쟁, 학살 등으로 피해를 입었던 희생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했던 감독이다. 경하와 함께 제주 4.3 사건에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나무 아흔 아홉개를 심기로 했다. 하지만 이 폭력을 마주하기 어려웠던 경하는 포기하기로 한다. 인선은 포기하지 않았고, 그녀는 목수가 되어 꾸준히 프로젝트를 이어 나갔다.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 정심과 다른 유족 가족들을 인터뷰하며 당시 상황을 비디오로 담아두었다. 

 사실 인선은 제주 4.3 사건의 피해 가족이었다. 인선의 엄마 정심과 정심의 언니는 학살로 인해 죽은 사람들을 학교 운동장이나 논밭에서 발견했다. 가족들을 찾기 위해, 얼굴에 쌓인 눈을 언니가 쓸어내면 정심이 얼굴을 보고 확인까지 했다. 그렇게 유골들은 바닷가로 떠내려갈 때도 있었다. 정심은 그 이후로 그 시체들을 먹을 물고기들을 생각하니 원통해서 죽는 날까지 물고기를 먹지 못했다. 정심의 오빠는 죽지 않았지만 대구형무소로 옮겨졌다. 정심은 1960년까지 오빠를 찾아다니기 위해 유족회를 만들어 자료를 모았고, 회비를 내며 정보들을 공유받았다. 결국 오빠는 찾지 못했지만, 당시 대구형무소로 같이 옮겨졌던 인선의 아버지를 만나 둘이 같이 살게 되었다. 

 사실 경하 관점으로 이야기 하지만, 거의 유체이탈 하듯이 인선이 제주로 내려와 경하에게 자신의 조사했던 자료들과 어머니가 해준 이야기를 공유해준다. 그래서 마치 인선의 이야기를 하는 듯 하지만, 결국 정심의 이야기였다. 정심은 죽는 날까지 4.3사건의 피해자였고, 인선의 외삼촌을 찾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결국 나중엔 발 벗고 찾지 않았지만 오빠 대신 PTSD 심하게 온 인선의 아버지를 데리고 살며, 그가 겪었던 수모를 들어주었다. 정심은 단 한 순간도 오빠를 잊지 않았고, 찾는 법을 놓지 않았다. 

 


 거의 클라이막스를 다다를 때, 울컥 거리는 순간이 왔다. 남은 가족들은 사는 내내 아프다. 아직도 가족을 찾아도, 찾지 못해도 아프다. 하지만 세상은 그저 새로운 것으로 덮으면 그만이다. 누군가가 이렇게 지독하게 끄집어 내야 한다. 내 생각을 아주 감히 말하자면,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사람들이 외면하는 비극을 마주서서 바라보고 꺼내어 본다는 용기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우리 나라는 참 많이 성장했다. 그 성장 과정에서 지독한 성장통 또한 겪어왔다. 스스로 자랑스러워 해야 하는 것도 많지만, 반성하고 사죄하는 마음, 감사하는 마음 또한 지니고 살아야 한다. 상처가 많은 사람들을 외면한 것에 대한 사죄, 내가 그들로 하여금 누리고 있는 현재에 대한 감사를 지니고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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