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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책

명상록, 철학자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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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제국의 16대 황제이자 마지막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은 외적들의 침공을 제압하기 위해 10여년에 걸친 원정 기간동안 쓴 황제 마르쿠스의 일기다. 그의 일기에는 로마 제국을 다스리는 일과 이민족과의 전쟁이라는 외적인 압박감과 무거운 짐으로부터 물러나서 자기 자신의 속으로 들어가서 흐트러질 수도 있는 자기 자신을 다스리기 위해 스스로에게 들려주고 있는 교훈들을 기록한 책을 마주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 자신의 내면은 외적인 그 어떤 것도 침범할 수 없는 “요새”였다.

나는 마르쿠스의 기록들을 통해서 자기 반성의 시간, 나의 내면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 등을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도 어느 정도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거나 혹은 앞으로 이런 마음가짐으로 인생을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인간적인 모습들을 더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 마르쿠스는 말 그대로 ‘성인’이다. 옳은 말만 하고, 좋은 것만 보고, 세상의 진리를 다 깨우친 사람인 것만 같다. 하지만 내가 보는 마르쿠스의 일기에는 그가 지킬 수 없는 무언가의 벽에 부딪힐 때마다 이 일기를 통해 그 자신을 차갑게 회고하는 느낌이 들었다.

예를 들면, 욕심을 가지지 말아라! 라고 말하는 것은 욕심을 가졌기 때문에 자기 자신에게 하는 명령인 것 같았다. 사람을 미워하지 말아라! 라고 말하는 것은 누군가에 미워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자신을 달래는 마음처럼 느껴졌다. 그의 왕관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인간적일 수 있다고 합리화할 수 있는 순간에도 그는 끝까지 왕관의 무게를 견디는 것 같았다. 지금 쓰면서 생각해 본 바론 바로 그런 모습들을 통해 그를 ‘성인’이라고 칭하는 것이 아닐까? 한낱 인간이었지만, 자신을 다스리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성찰하고, 반성하면서 단단해져 가는 그의 요새를 통해 그는 성인이 된거라고 생각이 든다.

사실, 오래 전에 이 책을 선물받아서 책장에 모셔두었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소재로 철학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명상록>은 꼭 읽어야만 하는 책이 되었다. 사실 <명상록>을 읽으면서 가독성이 좋았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아마 내가 지금 처한 상황에서 내가 가장 부족하다고 느꼈던 부분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연약한 나의 마음, 쉽게 흔들리는 나의 마음, 비열하지만 인간미있는거라 합리화했던 나의 마음들을 돌아볼 수 있는 부분에선 마르쿠스의 어록들이 깊게 남았다. 아마도 내가 훗날 더 많은 삶을 경험하게 되면 그의 또 다른 어록들도 내 가슴에 새기는 날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느 책이나 마찬가지지만 1번 읽었다고 해서 끝이 아닌것이다.

기억에 남는 어록들은 열심히 기록해 봤다. 두고두고 봐야겠다.


# 제1권

7. 루스티쿠스로부터는 나의 성품을 교정하고 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 교묘한 언변과 수사학을 익히는 일에 빠져서 열을 올리지 않는 것, 순전히 이론적이거나 삽녀적인 문제들에 대한 글들을 쓰지 않는 것, 잘잘못을 따져 훈계하는 연설을 삼가는 것, 사람들에게 금욕주의자나 자선사업가처럼 보이려고 하지 않는 것, 수사학과 시학과 미사여구나 자선사업가처럼 보이려고 하지 않는 것, 수사학과 시학과 미사여구를 멀리하는 것, 정장을 하고 집안을 산책하는 것과 허황된 행동들을 하지 않는 것, 루스티쿠스가 시누엣사에서 내 어머니에게 쓴 편지처럼 편지는 담백하게 써야 한다는 것, 어떤 사람들이 내게 화를 내거나 잘못한 경우에도 금방 평정심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 그들이 조금이라도 돌이키고자 하는 기색을 보이기만 해도 그들과 기꺼이 화해하고자 해야 한다는 것, 책들은 피상적으로 한 번 훑어보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주의 깊게 정독해야 한다는 것, 유창한 언변으로 청산유수처럼 말하는 사람들의 말은 주의해서 들어야 하고 성급하게 동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고, 그의 집에 있던 필사본을 빌려주어서 에픽테토스의 <담화록>도 알게 되었다.


# 제2권

2. 내가 누구이든, 나는 육신과 호흡과 이 둘을 지배하는 정신으로 이루어져 있는 존재다. 네가 보던 책들을 집어 치워라. 그런 것들로 더 이상 너의 정신을 산만하게 하지 말라. 그렇게 하지 말고, 마치 네가 지금 죽음을 앞둔 사람인 것처럼 육신을 무시해 버려라. 육신이라는 것은 단지 피와 뼈, 그리고 신경과 정맥과 동맥이 서로 얽혀 있는 그물망에 불과한 것이다. 또한 호흡이 무엇인지도 생각해 보라. 호흡이라는 것은 공기의 흐름이고, 그 공기도 늘 동일한 것이 아니라, 매 순간마다 내쉬었다가 다시 들이마시는 것이다. 너를 이루고 있는 세 번째 부분은 너를 지배하는 정신이다. 네 자신을 노인이라고 생각해서, 너의 정신이 이제 더 이상 노예로 살아가게 하지도 말고, 온갖 이기적인 충동들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꼭두시각시가 되게 하지도 말며, 현재의 운명에 불만을 품거나 장래에 닥칠 운명을 두려워하게 하지도 말라.


# 제3권

14. 이제 더 이상은 이리저리 헤매거나 우물쭈물하지 말라. 네게는 네가 적어 놓은 비망록 수첩이나 고대 로마인들과 그리스인들의 행적이나 나이 들어서 다시 읽어 보겠다고 생각해서 쌓아둔 발췌본들을 읽을 시간도 아마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네 자신에게 어떤 염려되는 것이 있다면, 아직 시간이 허락되는 동안에 다른 모든 헛된 희망들은 다 내던져 버리고서, 오직 그 목표를 완성하는 데 온 힘을 다 쏟아서 네 자신을 구해내라.


# 제4권

3. ...
그러므로 이제부터는 네 자신이라는 이 작은 공간 속으로 물러나 쉴 생각을 하라. 무엇보다 고민하지 말고 긴장하지 말라. 네가 자유인으로서 네 자신의 주인이 되어, 한 사람의 남자이자 인간이자 시민이자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로서 사물을 바라보라. 네 마음에 새겨두고서 늘 반추하고 돌아보아야 할 두 개의 원리가 있다. 하나는 외부에 있는 사물들은 외부에 있어서 너의 혼을 지배할 수 없고 너를 흔들어놓을 수 없기 때문에, 불안은 언제나 너의 내면에 있는 생각이나 판단에서 생겨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네 눈에 보이는 이 모든 것들은 한순간에 변하여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리라는 것이다. 네 자신이 이미 얼마나 많은 변화를 겪어 왔는지를 끊임없이 생각하라. 우주는 변화이고, 삶은 의견이다.
5. 죽는 것은 태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연의 신비다. 원소들이 결합되는 것이 출생이고 해체되는 것이 죽음이기 때문에, 죽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전혀 아니다. 죽는 것은 사고력을 지닌 존재와 부합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그런 존재의 이성과 부합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6. 온갖 유형의 사람들이 서로 다르게 행동하는 것은 본성에 따른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일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본성과 다르게 행동하기르 ㄹ바란다면, 그것은 무화과나무에서 얼얼하고 매운 즙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요컨대, 너도 곧 죽을 것이고 그 사람도 곧 죽을 것이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너의 이름조차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될 것임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49. ...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난 것은 내게 불운이다"라고 말하지 말고, 도리어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났는데도 여전히 나는 현재 일어난 일 때문에 망가지지도 않고, 미래에 일어날 일도 두렵지 않으며, 이렇게 아무런 해악도 입지 않고 멀쩡한 것은 내게 행운다"라고 말하라. 그런 일을 입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너는 왜 전자를 생각해서 불운이라고 말하거나, 인간의 본성의 목적에 어긋나지 않은 것을 인간의 본성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냐. 너는 인간의 본성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이미 배워서 알고 있다. 인간의 본성의 목적은 정의롭고 고결하며 절제하고 지혜로우며 사려깊고 정직하며 겸손하고 자유로운 것, 그리고 인간의 본성을 완성시켜주는 그 밖의 다른 특질들을 추구하는 것인데, 네게 일어난 그런 일이 네가 그런것들을 추구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방해하더냐. 앞으로는 다음과 같은 원리를 마음에 새기고 있다가 네가 해악을 입었다고 느끼는 어떤 일이 일어날 때마다 그 원리를 굳게 붙들어라: "이 일은 불운이 아니다. 도리어 이런 일을 겪는데도 내가 나의 본성을 지켜내는 것이야말로 내게 행운이다."


# 제5권

1. 날이 밝았는데도 잠자리에서 일어나기가 싫을 때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라: "나는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 일어나는 것이다. 나는 그 일을 위해 태어났고, 그 일을 위해 세상에 왔는데, 그런데도 여전히 불평하고 못마땅해하는 것이다. 나는 침상에서 이불을 덮어쓰고서 따뜻한 온기를 즐기려고 태어난 것이 아니지 않느냐."
"하지만 침상에서 이렇게 빈둥거리는 것이 좋은데 어쩌란 말인가."
"너의 그 말은 네가 쾌락과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 태어났다는 말이냐. 요컨대 내게 묻고 싶은 것은 네가 태어난 것은 누리기 위해서인가 행하기 위해서인가 하는 것이다. 작은 들풀 하나, 공중의 작은 새, 개미, 거미, 꿀벌 같은 천하의 모든 미물들도 각자에게 맡겨진 소임을 수행하면서, 우주의 질서에 기여하기 위해 각자의 몫을 다하고 있는 것이 네 눈에는 보이지 않는단 말이냐. 그런데도 너는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기를 거부하고, 자연과 본성이 네게 명하는 일들을 하기 위해 달려가지 않겠다는 것이냐."
"하지만 얼마간의 휴식도 꼭 필요한 법이다."
"나도 그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연은 먹고 마시는 것에 한게를 정해 놓았듯이 휴식에도 한계를 정해 놓았다. 그런데 너는 그 한계를 이미 넘어섰고, 네게 필요한 정도를 넘어섰다. 반면에 네가 해야 할 일들에서는 너의 능력을 다 발휘해서 하지 않았고, 여전히 미흡하다. 문제는 네가 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만일 네 자신을 사랑했다면, 분명히 너는 너의 본성과 그 본성의 의지도 사랑했을 것이다. 자신의 일이나 기술을 사랑하는 자들은 그 일에 몰두하느라고 목욕하는 것도 잊고 먹는 것도 잊는다. 하지만 네가 네 자신의 본성을 존중하는 정도는 대장장이가 철물을 만들어내는 것, 무용수가 춤을 추는 것, 수전노가 돈주머니를 지키는 것, 명성을 얻고자 하는 자가 자신에 대한 대중의 환호를 소중히 여기는 것보다 못하다. 그런 사람들은 자기가 소중히 여기는 그런 일들에서 무엇인가를 이루어내고자 할 때에는 먹는 것과 자는 것을 그만두고서라도 그 일들을 이루어내고 만다. 그런데 너는 공동선을 위한 일들을 하는 것이 그런 일들에 비해 중요하지도 않고 애쓸 가치도 적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8. ...
네가 네게 일어난느 모든 일에 만족하고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 마땅한 이유가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그 일들은 너를 위해 일어난 것이고, 너를 위해 처방된 것이며, 오직 너와 관련된 것이고, 까마득한지 저 옛날의 원인들에 의해 처음부터 너를 위해 정해진 운명의 실들이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개개인에게 일어나는 일ㄷ르은 우주 전체를 지배하는 이성이 잘되고 완전해지며 계속해서 존속할 수 있게 해주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네가 서로 결합되어 하나의 통일체와 연속체를 이루고 있는 원인들이나 부분들 중에서 아주 조금이라도 잘라내 버린다면, 우주 전체의 완전함은 손상을 입게 된다. 그런데도 너는 네 마음에 들지 않을 때마다 네가 할 수 있는 한 그 원인들이나 부분들을 잘라내 버리고 파괴해 버린다.


# 제7권

56. 이제 네 자신은 죽었거나 네가 살아야 할 분량은 이미 다 살았다고 생각하고, 너의 여생은 덤으로 주어진 것이라고 여겨서 본성을 따라 살아라.


# 제8권

42. 나는 다른 사람을 의도적으로 해롭게 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하물며 내가 내 자신을 해치는 것은 옳지 않다.


# 제9권

13. 오늘 나는 나를 괴롭히는 온갖 것들에서 벗어났다. 아니, 그것들을 던져 버렸다. 그것들은 외부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즉 내 자신의 판단에 있었기 때문이다.
40. 신들에게는 능력이 있는 것이거나 없는 것이거나 둘 중의 하나다. 신들에게 능력이 없다면, 왜 너는 신들에게 기도하는 것이냐. 신들에게 능력이 있다면, 너는 네게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나거나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말고. 그 어떤 일이 일어나도 두려워하지 않게 해 주고, 그 어떤 것도 원하지 않게 해 주며, 그 어떤 일에도 슬퍼하거나 근심하지 않게 해 달라고 왜 기도하지 않는 것이냐. 신들이 인간을 도울 수 있다면, 그런 것들도 분명히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너는 이엃게 대답할지도 모르겠다: “신들은 그런 것들은 내가 스스로 할 수 있게 해 주었기 때문이오.” 그렇다면 네게 주어지지 않은 것들을 달라고 비굴하고 무기력하게 신들을 조르는 것보다는 신들이 네게 준 능력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는가. 우리가 신들이 우리에게 준 능력을 사용해서 우리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자 할 때에는, 신들이 그런 우리를 돕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네게 말하더냐. 그런 것들을 놓고 신들에게 한 번 기도해 보라. 그러면 너는 알게 될 것이다. 어떤 사람이 저 여자와 한 번 자게 해 주소서.”라고 기도한다면, 너는 “저 여자와 한 번 자고 싶은 마음이 내게서 없어지게 해 주소서”라고 기도하라. 어떤 사람이 “저 살마에게서 벗어나게 해 주소서”라고 기도하면, 너는 “저 사람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내게서 없어지게 해 주소서”라고 기도하라. 다른 사람이 “내 아이를 구해 주소서”라고 기도하면, 너는 “내 아이를 잃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을 내게서 없애 주소서”라고 기도하라. 너의 모든 기도를 그런 식으로 바꾸고 나서,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주시해 보라.



# 제 10권

16. 선한 살마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말했으니, 이제는 그런 말은 그만두고, 네 자신이 선한 사람이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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