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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책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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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곧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으려고 마음은 먹었는데 다음으로 미루기만 했다. 몇 달 동안 회사 과장님 추천을 해서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마치자마자 이 책을 읽어 보았다. 나는 재작년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 <녹나무의 파수꾼>을 처음으로 접해보았다. 그 작품은 인물 하나 하나가 살아있는 것 같았고, 판타지스러운 부분 또한 너무 자연스럽게 녹여내서 실제로도 있을 법한 느낌이었다. 워낙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 다양한 장르로 많으니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어떤 장르로 이야기가 진행될 지 무척 궁금했다. 

 

 # 나미야 잡화점에서는 무슨 고민이든 다 들어준다!

 나미야씨는 어떤 유치한 고민이든 장난스러운 고민이든 모두 진지하게 들어준다. 진심으로 보내지 않아도 그의 진심어린 답장에 사람들은 진심을 느끼고 감사하게 된다. 그는 어느 날 '그린 리버'라는 사람의 소식을 지역신문에서 접하게 된다. 불륜을 저질러 낳은 자식과 함께 동반 자살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나미야씨는 자신의 펜으로 사람들의 인생을 감 놔라 배 놔라 했다는 것에 경솔함을 느끼고 괴로워 했다. 그는 병쇠가 깊어져 병원에 입었했는데, 어느 9월 13일에 자신의 조언을 들었던 사람들의 후기를 볼 수 있는 편지가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그 편지를 보러 잡화점으로 향해서 확인을 했다. 

 33년 후, 9월 13일에 아쓰야, 쇼타, 고헤이는 절도를 한 뒤 잡화점 안에 숨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잡화점 문을 닫으면 시간이 멈추고, 문을 열면 시간이 흐르는 것이다. 그리고 우유상자 안에 어느 편지가 들어있었고, 그들은 그 편지에 대해 답장을 했는데 뭐 거의 이메일 보내듯이 뚝딱 다음 답장이 우유상자 안에 들어온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시즈코와 가쓰로, 하루미의 고민을 들어주기 시작했다. 아쓰야, 쇼타, 고헤이는 편지를 주고 받다가 이 시기가 33년 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바뀔 미래가 어떨지에 대해 인터넷으로 찾아가며 진심으로 조언해준다. 

 

# 어떻게 고민이 해결되었는가?

        • 시즈코 : 시즈코의 남자친구는 시한부 인생으로 몇 달도 남지 않았다. 아쓰야, 쇼타, 고헤이는 이미 모스크바 올림픽이 일본의 보이콧으로 무산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훈련에 집중하지 말고, 남자친구와 시간을 더 보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시즈코는 그 조언에 자신이 진짜 해야 하는 일을 알게 됐고, 그녀는 올림픽 선수 대표에 발탁되기 위해 훈련에 더 집중했다. 결국 발탁되지 못했고, 올림픽은 무산됐고 남자친구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는 후회가 없다.

 

 아쓰야, 쇼타, 고헤이는 보던 내가 민망할 정도로 강하게 밀어붙였는데 정말 시즈코는 정말 친절하게 받아들였고 통찰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어떤 해결책이 나와도 그것은 다른 사람의 조언일뿐, 주는 바로 나의 선택인 것이다. 

 

        • 가쓰로 : 그는 <재생>이라는 명곡을 썼지만, 뮤지션으로서 유명하지 않아 아무도 그 곡을 몰랐다. 그의 아버지는 그를 응원했지만 점점 성공할 자신이 없어지는 그는 아버지의 생선가게를 물려받아 그냥 가업을 이어갈까 고민했다. 아쓰야, 쇼타, 고헤이는 팔자 좋은 소리하지 말고, 그냥 가서 아버지 일이나 도우라고 한다. 그는 맞는 말인데도 오기가 생겨 나미야 잡화점 앞에서 하모니카로 <재생>을 연주한다. 다음 답장은 끝까지 음악을 포기하지 말라고 한다. 그는 어느 날 환락원에 방문했다가 화재가 발생해 어느 아이를 구해주다 목숨을 잃었다. 그의 노래는 살려준 아이의 누나(세리)가 가수가 되어 <재생>이라는 곡을 히트시킨다.

 

        • 그린리버의 딸 : 그린리버의 딸은 자신의 어머니가 동반자살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자괴감에 빠진다. 어느 날 환락원(보육원)의 친구 세리가 보육원에 맡겨질 때 함께 맡겨진 물건들을 가지고 와 나미야씨의 편지를 읽어준다. 그녀의 엄마는 자신을 데리고 동반자살을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갑작스러운 사고로 그녀를 살려준 것임을 알게 됐다. 그녀는 나미야의 편지의 감사함을 느끼고 답장을 했다. 그녀는 세리의 매니저로 활동한다.

 

        • 고스케 : 부유했던 가정이 어려워지자 부모님은 야반도주를 계획했다. 고스케는 야반도주를 말리고 싶었고, 그래서 나미야씨에게 고민을 털어놨는데 나미야씨는 그의 편지를 진심으로 소중하게, 그리고 프라이빗하게 답장해주었다. 부모님을 믿고 그들을 따르라고 했다. 결국 고스케는 야반도주 하는 날 그들에게서 멀리 도망쳤고 히로시라는 이름으로 환락원에서 살아간다. 그는 33년 후, 나미야씨의 상담 후기를 남기려고 돌아왔는데 그의 부모님이 동반자살을 했다는 소식을 알게 된다. 그는 나미야씨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지 않고, 모든 일이 잘 풀렸다고 답장을 했다.

 

 내가 제일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고스케는 비틀스의 열렬한 팬이었는데, 그들이 해체되고 나서 마지막 영화 <렛 잇 비>라는 영화를 보러갔다. 

 들려오는 말로는 이 영화를 보면 비틀스가 해체한 이유를 알게 된다고 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서도 뭐가 뭔지 알 수 없엇다. 왜냐하면 스크린에 등장한 것은 실직적으로 이미 끝나버린 비틀스였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고스케는 그걸 알고 싶었다. 
 하긴 이별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고스케는 생각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 끊기는 것은 뭔가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아니, 표면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서로의 마음이 이미 단절된 뒤에 생겨난 것, 나중에 억지로 갖다 붙인 변명 같은게 아닐까. 마음이 이어져 있다면 인연이 끊길만한 상황이 되었을 때 누군가는 어떻게든 회복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이미 인연이 끊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침몰하는 배를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 네 명의 멤버들은 비틀스를 구하려 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비틀스의 팬이었던 고스케는 힘들게 그가 소장했던 앨범들을 친구에게 팔고, 비틀스를 놓아주었다. 그러다가 아버지와 크게 다투게 된다. 아버지는 고스케를 일부러 크게 혼낸 것 같다. 이미 동반 자살하려고 마음 먹었는데, 이렇게 혼낼테니 제발 멀리 도망쳐서 다른 이름으로 잘 살기를 바란 것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혼내던 아버지에 정이 떨어져 멀리 도망가버린 고스케는 비틀스와 이별하듯이 부모님과도 이별하고 혼자의 삶을 살게 된다. 

 어느 날, 나미야 잡화점에서 단 하루 9월 13일만 오픈하니 후기를 답장해달라는 글을 보게 된다. 그래서 그 편지를 전하러 오는 길에 바에 들러 술 한 잔 하다 자신이 예전에 팔았던 앨범들이 그 바에서 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게 매몰차게 끝냈던 인연을 다시 접하면서 부모님의 소식 또한 듣게 된다. 그는 이별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원망이었고, 다시 접하게 된 그 순간에 감정이 휘몰아쳤다. 

 영화관에서 봤을 때 지독한 연주라고 느꼈던 것은 고스케의 마음 상태가 원인이엇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마음이 이어져 있다는 것을 어떻게도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고스케는 잔을 들어 위스키를 꿀꺽 마셨다. 조용히 눈을 감고 다시금 부모님의 명복을 빌었다. 

 

 

        • 하루미 :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셔서 환락원에서 지내던 도중, 이모할머니가 찾아와서 하루미를 거둬주었다. 이모할머니,할아버지는 부유했지만 사위가 사업을 하다 말아먹어서 친정의 돈을 싹 가져갔다. 하루미는 회사원으로 취업했지만 돈이 너무 부족한 집에 도움이 되기 위해 호스티스로 일했던 것이다. 그러다 나미야 잡화점에 상담을 시작했는데, 야쓰야, 쇼타, 고헤이는 진심을 다해 미래의 부동산과 주식에 대해 조언해주고 부자되는 방법을 말해주었다. 하루미는 33년 후 부자가 되었고 나미야씨에게 감사의 편지를 쓰기 위해 고향에 갔다가 집에 도둑을 들었다.

 

 

        • 야쓰미, 쇼타, 고헤이 : 환락원 출신으로 각자 사회에 나와 일하고 있는데, 다들 경기가 좋지 않아서 인원 감축의 대상이 되었다. 어느 날 환락원 출신은 그들은 무토 하루미가 망해가는 환락원을 매입했다는 기사를 보게된다. 그들은 그녀가 분명 환락원을 무너뜨리고 호텔을 지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무토 하루미의 별채에 찾아가 돈이 되는 물건은 전부 팔아치워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나미야 잡화점으로 도망쳐 들어가 다른 사람들의 고민들을 들어주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 절도범들을 작가가 어떻게 감싸줄런지 참 고민이 많았다. 그렇지만 나름 그들은 이유가 있었고, 그들은 어쩌다 보낸 백지의 편지로 나미야씨의 마지막 상담자가 되었다. 나는 그들이 앞으로의 미래가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백지에 대해 답장한 나미야씨의 편지가 계속 여운이 남는다. 백지라는 것은 무한하게 자유로운 것을 의미한다는 것. 그리고 어떤 상담이든 받아들이는 사람은 어떻게든 그 진심을 읽고 자신의 선택대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름 없는 분에게.
 어렵게 백지 편지를 보내신 이유를 내 나름대로 깊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이건 어지간히 중대한 사안인게 틀림없다, 어설피 섣부른 답장을 써서는 안 되겠다, 하고 생각한 참입니다.
 늙어 망령이 난 머리를 채찍질해가며 궁리에 궁리를 거듭한 결과,이것은 지도가 없다는 뜻이라고 내 나름대로 해석해봤습니다. 
 나에게 상담을 하시는 분들을 길 잃은 아이로 비유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지도를 갖고 있는데 그걸 보려고 하지 않거나 혹은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알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마 당신은 그 둘 중 어느 쪽도 아닌 것 같군요. 당신의 지도는 아직 백지인 것입니다. 그래서 목적지를 정하려고 해도 길이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일 것입니다. 지도가 백지라면 난감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누구라도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겠지요.
 하지만 보는 방식을 달리해봅시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상담 편지에 답장을 쓰는 일은 이제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멋진 난문을 보내주신 점, 깊이 감사드립니다. 
나미야 잡화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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