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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책

불편한 편의점, 그동안 못 들어줬다고 이제 들어줄테니 말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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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마다 영풍문고에 가서 한시간동안 책 한 권 읽기 챌린지를 하려니, 활자만 스치는건지 내용을 읽겠다는건지 압박감이 들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술술 읽히는 재밌는 소설책 한 권을 한 챕터씩 읽어보기로 했다. <불편한 편의점>을 읽으려고 한건 회사 엘리베이터에 '이 달의 도서'라고 버젓이 떴는데, 내가 안 읽고 배겨? 요즘 제목 트렌드인건지, 내가 이런 책들만 골라 눈에 들어온건지.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달러구트 꿈 백화점>... 장소가 대세인건가? 그렇다면 하루 빨리 <달러구트 꿈 백화점> 1,2를 읽고 트렌드에 발 맞춰 나가야 겠다.

# 산해진미 도시락

염여사는 서울역에서 파우치를 잃어버렸다. 그런데 파우치를 갖고 있으니 찾아가라는 연락을 받게 된다. 독고와 염여사의 첫만남이다. 독고는 바로 파우치를 돌려주기 전에 염여사에게 주민등록번호를 말해서 증명해보라고 한다. 염여사는 어이가 없었지만 적어도 확실한 그가 나쁘지 않았나보다. 염여사는 청파동에 위치한 작은 편의점 ALWAYS를 운영하는데 그에게 보답차원으로 매일 저녁 밥은 ALWAYS에서 산해진미 도시락을 먹어도 된다고 했다.
독고는 매일 저녁 칼같이 가서 산해진미 도시락을 먹는데, 항상 폐기된 도시락만 먹는다. 그것이 도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느날 야간 알바가 그만 두자 염여사가 대신 일하고 있었는데 고등학생 무리와 시비가 붙어 상황이 곤란해졌다. 그 때 독고가 짠하고 나타나서 염여사를 지켜주었다. 그 때부터 독고는 ALWAYS의 야간 알바생이 되었다.

# 제이에스 오브 제이에스

시현은 험난한 취업준비를 하다 포기하고 편의점에 알바해서 받는 돈으로 만족하며 살아가는 중이다. 그녀도 무언가 열심히 살고 싶은데 영 의욕이 나지 않는다. 그녀는 편의점 만렙 알바생이라 못 하는 것이 없지만 그녀도 JS(진상)을 당해낼 재간은 없다. 어느날 독고에게 인수인계를 해주고 있는데, 독고가 진상 중 개진상을 깔끔하게 물리쳐 주었다.
독고가 시현에게 편의점 알바 업무를 배우고 나서 이런 튜토리얼을 유튜브에 올려보라 권유했다. 진지하게 너무 잘 가르친다고. 시현은 처음엔 독고가 말도 더듬고, 더럽고 냄새나는 노숙자라서 이야기 나누기가 싫었는데 그와 함께 있어보면서 그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유튜브에 편의점 알바생 튜토리얼으로 업로드를 했다. 꽤 반응이 좋았다. 어느 날, 편의점 3곳을 맡아서 관리해달라는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다. 그녀는 그렇게 ALWAYS를 졸업했다.

# 삼각김밥의 용도

오여사의 삶은 외롭고 고단하다. 그녀의 가족은 남편과 아들인데, 남편은 집을 나가 생사를 알 수 없고, 아들은 갑자기 회사를 그만둔 뒤 방 안에 틀어박혀서 게임만 줄창 하고 있다. 오여사는 독고가 싫다. 겉만 보고 알 수 없고, 아무리 괜찮은 척해도 속에 무슨 꿍꿍이가 있을지 모르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독고는 일을 안 하는 시간에도 착실하게 동네 할머니들에게 좋은 편의점 상품을 홍보하거나 집까지 짐을 옮겨다 드리고, 청소도 꼬박 꼬박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 왠지 기분이 이상하다.
어느날 오여사는 너무 외롭고 힘이 들어 독고에게 마음을 털어놓는다. 아들이 방 안에 박혀서 말을 안 한다고. 오여사가 편의점에 일하지 않으면 생계가 어려워진다. 그런데 밖에 나가서 취업을 하지 않는 아들이 미울 뿐이다. 엉엉 울면서 독고에게 말을 하고 나니, 독고가 삼각김밥과 옥수수수염차를 건네면서 자기가 사겠다고 한다. 이 삼각김밥과 옥수수수염차 그리고 손편지를 써서 아들과 대화를 시도해보라고 권유했다. 아들의 말을 들어주라고.

# 원 플러스 원

경만은 영업사원이다. 월급은 매년 동결이고, 집에 가면 아내와 쌍둥이딸이 있는데 왕따나 다름없다. 그가 하루를 마무리하는 방법은 퇴근 후 ALWAYS에 들러서 참참참(참깨라면+참치김밥+참이슬)을 먹는 것이다. 예전에 야간알바를 하시던 아저씨에서 조금 젊은 남자로 바뀐 것으로 보아 그가 사장인 것 같다. 경만은 독고가 ALWAYS를 운영하는 사장이라고 생각했다.
어느날 독고는 경만에게 종이컵에 옥수수 수염차를 담아 주었다. 경만은 편의점 사장이라고 생각해 양주를 주는건가 착각했다. 독고는 건네주며 술을 줄이라고 했다. 경만은 술을 줄이기로 마음을 먹었고, 편의점에 발길을 서서히 끊었다. 어느날 기분이 좋아 편의점에 들렀는데 독고가 1+1 이벤트 행사 중인 초콜렛을 가리키며 쌍둥이들이 좋아하니 사가라고 했다. 이 초콜렛을 가장 좋아하는데 아빠가 돈버느라 힘드니 이벤트있을때만 사먹는다고 했단다. 경만은 집에서 왕따라고 생각했지만 가족들에게 사랑받는 가장이라는 것을 새삼 느껴 괜시리 눈물이 난다.

# 불편한 편의점

인경은 왕년에 연극배우였지만 극작가로 진로를 변경했다. 그런데 글이 잘 안 써지는 것이다. 이번에도 글이 안 써진다면 절필을 결심하기로 했다. 지인 중 한 명이 청파동에 방이 하나 비었는데, 몇 달 동안 묵으면서 한 번 글을 써보라고 권유를 했다. 인경은 여전히 글이 잘 안 써졌다. 집 앞에 ALWAYS라는 편의점이 있는데, 말을 더듬고 덩치 큰 남자가 산해진미 도시락을 추천한다.
어느날부터 그녀는 독고를 인터뷰하기 시작한다. 그가 기억을 어쩌다 잃게 됐는지? 어쩌다 노숙자에서 편의점 알바생이 될 수 있었는지? 인경은 독고를 인터뷰하기 시작한 날부터 어떤 작품을 쓰게 될지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그녀는 기억을 잃은 남자의 기억을 찾는 과정을 쓰기로 했다. 그리고 그 제목은 '불편한 편의점'!

# 네 캔에 만원

민석은 염여사의 아들이다. 그의 누나처럼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을 나오지는 못했지만 그는 젊었을 때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돈을 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혼 이후, 전재산을 잃고 한 방을 노리고 있다. 예전 지인이 연락이 왔다. 한국에 에일맥주가 뜨고 있으니 같이 투자해서 해보자는 것이다. 에일맥주 맛이 꽤 괜찮았지만 돈이 없었다. 그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은 민석의 엄마가 운영하고 있는 편의점이었다.
염여사가 운영하는 편의점을 들러 계산하지 않고 나가려 하자 독고가 막아섰다. 민석은 당당하게 이 편의점 주인 아들이 난데 왜 계산을 해야되냐며 도리어 화를 냈다. 독고는 염여사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염여사의 아들인 것을 증명해보라 했다. 민석은 그 흔한 가족사진 하나 없었다. 결국 맥주 하나 사갖고 돌아오지 못해 민석은 씩씩거리며 집에 돌아갔는데, 염여사의 뒷모습을 보니 안쓰러웠다. 오랜만에 엄마와 함께 술 한 잔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니 기분이 좋다. 하지만 민석은 독고가 아주 거슬렸다.

# 폐기 상품이지만 아직 괜찮아

  곽씨는 왕년에 경찰이었지만 뇌물수수로 쫓겨나 흥신소를 운영하며 간신히 먹고 사는 독거노인이다. 오랜만에 민석에게 의뢰가 들어왔다. 독고라는 녀석을 편의점에서 내쫓고 싶은데, 구실이 필요하니 뒷조사를 해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독고를 뒤따라 나섰다.
독고는 참 많이 걸었고, 은근히 정의로웠으며, 무언가 수상한 과거를 지닌 것 같았다. 그를 따라다니다 그가 일하는 편의점까지 왔다. 독고는 곽씨에게 옥수수수염차를 건넸다. 곽씨는 독고에게 민석의 의뢰를 받아 뒷조사를 하고 있다고 이실직고했다. 독고는 놀란 눈치도 아니었고, 오히려 본인은 이번에 그만 둘 예정이니 민석이 원하는 대로 편의점에서 쫓아냈으니 돈이나 더 받아가라 했다. 그리고 곽씨는 독고 다음으로 일할 야간 편의점 알바생이 될 예정이다.

# ALWAYS

한 때, 독고의 기억은 청파동에 위치한 편의점 ALWAYS에서 일하면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는 의료사고로 인해, 젊은 여자 대학생의 생명을 잃게 만들었다. 그가 일하던 성형외과에서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도록 무마시켰다. 하지만 독고의 죄책감은 점점 커져만 가고, 그의 아내와 딸은 독고를 떠났다.
노숙자 생활을 시작하게 만들어준 노인 독고가 죽은 뒤, 그를 죽음을 추모하며 독고로 다시 태어났다. 물론, 그는 그의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았던 것도 있었지만 노인 독고가 겨울에 조용히 숨을 거두었던 것처럼 그도 그렇게 따라가고 싶었다. 한강물에 빠져 죽으려 했다.
편의점 사장을 만나고 따뜻하게 맞이해준 덕에 기억도 찾고, 반성도 했다. 그래서 그는 반성의 의미로 대구로 내려가 의료 봉사를 시작하려고 한다. (2020년 초, 코로나 발병 시기 세계관이 배경이다ㅎㅎ)



아.. 솔직히 이 책 읽으면서 현웃도 터질 때도 있었고, 엄청 재밌었다. 보통 책을 읽고 책을 정리할 때는 읽었던 책을 뒤적거리면서 기록을 남기곤 하는데, 매일 점심시간마다 읽었던 내용을 한 번에 이 글로 옮기려니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내 머릿속에 있는 내용이 실제 책과 얼마나 다를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독고가 가져온 변화와 그로 인해 변화된 독고를 기억한다.
하여튼.. 나 또 가상캐스팅에 꽂혀가지고 책에 온전히 집중해서 즐길 수 없었다는게 함정... 이렇게 한 번 더 드라마나 캐스팅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존경하는 바이다. 언제쯤 온전히 독서기록, 가상캐스팅, 교훈 이런 압력 없이 즐기면서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인가? 그러기엔 내가 지금 너무 심하게 블로깅에 빠져 있는 상태이다. 병이다, 병ㅋㅋ 적어도 기록하니까 내용은 안 까먹고 좋네!



가상캐스팅

前노숙자, 後야간 편의점 알바생 독고 / 배우 하도권
편의점 사장님 / 배우 예수정
편의점 알바 베테랑 시현 / 배우 박주현
오여사 / 배우 박성연
경만 / 배우 윤서현
은퇴 배우, 절필위기 작가 인경 / 배우 하윤경
편의점 사장님의 아들 민석 / 감독 및 배우 양익준

흥신소로 간신히 먹고사는 독거노인 곽씨 / 배우 박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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