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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책

라틴어 수업, 각자 자기를 위한 숨마 쿰 라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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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드에서 보면 항상 너드들은 라틴어를 잘 알고 있다. 라틴어는 우아함과 고상함의 상징처럼 표현된다. 나는 이 책이 아마도 영어 단어가 라틴어의 영향을 받았을테니, 역사나 어원에 대한 설명이 많을 것을 기대하고 읽어나갔다. 그리고 요즘 나의 교보문고 장바구니 알고리즘에 한동일 교수님 작품이 계속 떠서 한 번 쯤은 읽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도전을 해본 이유도 있다. 어차피 인생 작가를 찾기 위해 독서를 시작했는데, 한동일 교수님이 나의 인생 작가가 될 지 누가 알겠나? <라틴어 수업>은 나의 동생 책장에 잘 보관되어 있어서 빌렸지만, <로마어 수업>과 <믿는 인간에 대하여>는 ebook으로 구매했다. 아침마다 두껍고 무거운 <라틴어 수업>들고 다니면서 기록하느라 애먹었는데, 내일부터는 ebook으로 간편하게 메모하면서 읽을 수 있어 다행이다. 그래도.. 종이책만의 장점이 있긴 하지만..!

 한동일 작가는 총 26강으로 라틴어 수업을 진행하였다. 제목을 읽고, 서론을 읽으면 영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가 될 지 알 수가 없다.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영어의 어원을 설명해주면서 그 단어와 관련된 작가의 일화를 들을 수 있다. 그런데 그 일화와 얽힌 인생 교훈으로 이어진다. 라틴어 수업은 인생 수업이었다. 매일 아침 철학과 인문을 읽어서 머리를 정화하고 하루를 시작하고자 했는데, 2주 정도 되는 시간동안 매일 3~4강씩 읽어왔다. 

 

매일 아침 NOTION에 내가 챕터별로 기록해놓은 이 책의 요약과 느낀점

 

 흥미있는 내용도 있었고, 너무 졸려서 활자가 눈에 튕겨 나갔던 내용들도 있었다. 마음에 와닿았던 강의 몇개를 해보자면, 4장. 우리는 학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위해서 배운다23장.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날도 계속해서 내 길을 가야한다 에서는 공부에 대한 고찰이 담겨 있었다. 최근 들어, 공부와 싸우고 있는 나의 모습, 언제까지 공부를 해야할까 고민에서 오는 지친 마음을 조금 달래주었다.

 솔직히 이런 책들, 뻔하다고 생각한다. 다 뻔한 좋은 말들, 힘내라. 괜찮다. 이렇게 살면 된다. 저러면 된다. 이런 이야기들은 날 설득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 이런 책을 읽는 이유는 나는 위로받아 마땅한데 내가 스스로 해주지 못해 이렇게나마 위로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일 교수는 공부는 남 주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내가 배운 것을 다른 사람에게 주는 우아한 지성인을 언급했다. 이렇게 내가 느낀 내용을 누가 보지도 않는 내 블로그에 내가 느낀 것을 나누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도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누구 한 명은 유용했다 하더라고? 지식을 나눈다는 것은 '내가 가진 정보를 전달하다'라는 의미보다 '내가 가진 정보가 도움이 됐다니 기쁘다'라는 말이 맞고, 그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우아한 지식인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공부는 언제까지 해야하나, IT업계에서 일하려면 평생 공부해야 한다고 하는데 정말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었던 적이 있었다. 한동일 교수는 평생을 공부해왔고, 앞으로도 공부를 계속한다고 한다. 그리고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라틴어를 암기한다고 한다ㅋㅋ... 공부를 하기 위한 공부 워밍업이랄까? 공부는 습관이라고 한다. 습관처럼 하다보면 그냥 공부하는 것이 나만의 루틴이 된다고 한다. 그래, 어차피 이렇게 살아야 하는거 즐기면서 밥먹듯이 해봐야지 뭐.

 

 6장. 각자 자기를 위한 '숨마 쿰 라우데' 에서 숨마 쿰 라우데는 '최우등'을 의미한다.  로마에서 성적을 구분할 때, 최우등, 우수, 우등, 좋음 이렇게 구분한다고 한다. 좋음-보통-나쁨 이런 누군가와 비교를 하는 워딩이 아니라 최우등-우수-우등-좋음은 어제보다 발전한 나에게 칭찬해주는 말과 같다. 사람은 좋고 나쁜 이런 명확한 비교를 한다. 오늘 하루는 별로였고, 어제는 엄청 좋았다. 뭐 이런식? 예전엔 엄청 뚱뚱했는데, 지금은 엄청 날씬해졌다. 비교에 비교로 우리는 삶을 살아간다. 누가 나한테 비교를 한다고 한들 나 자신은 적어도 어제보다 나아진 나, 나아진게 없어도 언제까지나 멋진 나로 정의하고 살 수 없나? 

 

 가끔 종교의 이야기가 나올 때, 살짝 어려웠는데 이건 아마도 <믿는 인간에 대하여>를 읽게 되면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로마인의 욕설, 나이, 놀이, 생활도 간단하게 설명해준 강의가 있었는데, 이 부분은 <로마어 수업>을 읽으면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면서 아침에 정화되는 기분이 들었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많은 어원과 역사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아쉬운 것은 있었다.

 위로받는 아침을 선사해준 <라틴어 수업>에게 Vale(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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