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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책

테드창, 당신 인생의 이야기(2)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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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은 아무 생각없이 거의 몰입하면서 봤던 작품같다. 무언가를 분석해보려고 하지 않아도 내용 자체가 흡입력이 있었다. 다만 후반부에 가서 내 상상력의 한계를 조금 느끼긴 했지만, 그래도 얼추 상상해냈다. 

 주인공 '리언'은 사고로 인해 뇌손상을 크게 입었다. 그는 뇌손상을 입은 이후, 그는 놀라울만한 기억력과 멀티태스킹을 경험할 수 있었다. 사고 전의 리언은 대학교를 중퇴하고 보통 사람의 지능을 갖고 있었다. 사고 이후, 뇌손상을 입은 환자들에게 처방하는 K호르몬 요법을 받고 있었는데 그 약물의 영향이지 않을까, 혹은 자신이 얼마나 똑똑해졌는지 실험해보고 싶어 닥터 셰이가 하는 연구에 참여하게 된다. 

 

# 호르몬 K 초기단계(2번 맞음): 보통의 사람이었던 리언은 갑자기 해킹을 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셰이가 내게 호르몬 K에 관해 얘기해줄 생각이 없다면, 혼자 힘으로도 알아낼 수 있다. 나는 집에 있는 단말기로 데이터넷에 접속한 다음 식품의약국의 공개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해 최신 연구용 신약들의 신청서들을 열람한다. 신약의 경우는 임상실험을 개시하기 전에 승인을 얻어야 한다. 

 닥터 셰이가 호르몬 K에 대해 말해주지 않자, 집에 가서 해킹해서 호르몬 K에 대한 정체를 밝혀낸다. 뇌 손상을 입은 동물들은 호르몬 K로 인해 예전보다 훨씬 많은 수상돌기가 있는 뉴런들을 생성해냈지만, 뇌손상을 입지않은 건강한 뇌에 투여한 경우에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즉, 호르몬 K는 오직 손상된 뉴런만을 대체하고, 건강한 뉴런에는 작용하지 않는다. 

리언은 이 때, 의문을 갖는다.

"지능에는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정점이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호르몬의 추가 주입에 의해 추가 증대할 수 있는 것일까? 그 대답은 의사들보다 내가 더 먼저 알게 될 것이다"

 

# 호르몬 K 3번째 주입단계: 수학, 과학, 예술과 음악, 심리학과 사회학을 망라하는 모든 학문에서 게슈탈트를, 음표들 속에 존재하는 멜로디를 볼 정도로 패턴에 강해지고 있다.

 원한다면 나는 새로운 수준의 방정식도, 외국어의 문법도, 엔진의 작동 방식도 얼마든지 파악 가능하다. 어떤 경우든 모든 것이 딱 들어맞고,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협조한다. 어떤 경우든 의식적으로 규칙을 기억한 다음 그것을 기계적으로 적용해볼 필요조차 없다. 해당 시스템이 전체적으로, 총체적으로 작용하는 방식을 저절로 지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세부 사항과 개별적인 단계들을 빠짐없이 자각하고는 있지만, 정신을 집중할 필요가 거의 없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호르몬을 한 번 더 맞으니 병원에서 몇몇 심리학자들의 검사가 모두 설득력이 없고,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해킹엔 도사가 된 리언은 식품의약국의 환자 기록 데이터베이스를 열람해보았다. 호르몬 K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동물 실험을 통해 뇌손상된 뉴런에 반응하는 호르몬 K가 왜 사람의 지능에만 영향을 주는 것인지. 동물들은 어떤 임계량 아래에 있으나 인간은 이 임계량을 초과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만이 새로운 시냅스가 추가되더라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던 것이다. 그리고 새롭게 알게 된 사실, 호르몬 K를 세 번 맞은 사람은 리언 하나뿐이었다. 리언은 연구 대상이 된 그 누구보다 더 많은 시냅스들을 새로 획득했다.  

 객원의사 클레우젠과의 대화를 통해 그가 단순한 객원의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정부 혹은 군부에선 리언을 통해 더 많은 실험을 할 것은 눈치챈 리언은 진짜 역량을 숨기고 틀린 대답을 했다. 집에 돌아가자마자 그들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리언은 집을 떠날 준비를 했다. 

 

 <이해>에서 다음 내용이 가장 흥미로웠다. 어떻게 리언은 호르몬 K 연구팀, CIA 혹은 정부, 군부 이 큰 단체로부터 도망칠 수 있었을까? 

객원의사 클라우젠을 만나고 나흘 후, 리언은 닥터 셰이에게 이 실험을 이제 그만두고 싶다고 말한다.

▶ 닥터 셰이는 당황했지만 이틀 후, 호르몬 K의 부작용이 발견됐다며 급하게 리언을 부른다.

▶ 리언은 바로 가겠다고 대답한 뒤, 전에 해킹해둔 호르몬 K에 대한 연구의 최신정보를 확인한다. 부작용에 관한 업데이트는 따로 없었고, 리언은 지금 병원으로 돌아가는 것은 덫이라고 확신했다.

▶ 리언은 짐을 싸고, 은행 예금을 모두 인출했다. 

▶ 그는 모든 짐을 싼 뒤 바로 도망치지 않고 병원으로 향했다. 닥터 셰이에게 편지를 남기고 떠난다. 편지의 내용은 이렇다.

안녕하십니까, 셰이 박사님.
아마 저를 찾고 계실거라고 짐작합니다. 
제 아파트에서 대기하고 있는 덩치 큰 간호사들에게 돌아오라고 연락하는 편이 나을 겁니다. 그 친구들의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박사님은 아마 경찰에 연락해 저를 전국 지명수배자 명단에 올릴 결심인지도 모르겠군요. 따라서 실례인 줄은 알지만 제 자동차 번호를 입력하면 엉뚱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바이러스를 차량 등록 컴퓨터에 심어놓았습니다. 물론 제 차의 겉모양을 경찰에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박사님은 제 차를 보신 적도 없으시죠? 
리언

▶ 리언은 차량 등록 컴퓨터에 바이러스를 심어놨지만, 그것은 풀기 쉬운 바이러스였다. 프로그래머들이 리언의 바이러스를 풀고, 리언의 프로그래밍 실력이 별거 없다고 생각한 순간, 관건은 그 다음 바이러스이다. 두번째 바이러스는 백업 파일과 실제 파일 모두를 변형시켜, 정확한 차량 번호를 알아낼 때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다.

▶ 리언의 다음 목표는 호르몬 K의 새로운 앰플을 손에 넣는 것이다. 연구 데이터베이스를 참고하여 근처에 있는 앰플 배송지를 향해 대기하여 앰플을 챙겨왔다. 

 

 너무 간단하고 대충 말한 탈출기록인데, 이 부분을 직접 읽는다면 진짜 "이 미친놈"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천재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탈출에 허점이 없다. 리언은 도망자로 살아야 하기에 주식과 도박을 이용해 돈을 벌어서 산다. 리언은 점점 일반 사람과는 다른 차원의 사람이 되어간다. 이미 많은 것을 알게 되어버린 리언은 다른 사람들과 섞일 수 없었고, 그들의 행위에 참여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새로운 언어를 설계하고 있다.

 

# 호르몬 K 4번째 주입단계: 몸과 마음을 컨트롤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르게 된다. 

 그는 새로운 언어를 설계하는데 한계에 부딪혀 4번째 앰플을 주입했다. 리안은 뭐 거의...죽다 살아났다. 리안은 4번째 호르몬 주입 이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이론적으로만 납득했던 본인의 마음도 뚜렷하고 상세하게 볼 수 있고, 그의 육체도 새롭게 자각할 수 있어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게 되었다. 가령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영상을 보고 바로 똑같이 따라 칠 수 있을 정도로, 눈으로 보고 몸으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무술하는 영상만 봐도 몸을 컨트롤할 수 있기에 빠르게 방어할 수 있을 정도로 민첩하게 만들 수 있다. 머릿속 혈류 증가에서 비롯된 열을 효과적으로 발산시키기 위해 머리를 밀었다. 밖으로 나와서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면, 그들의 페로몬 냄새, 그들의 근육 내부의 긴장까지 느낄 정도로 모든 몸은 섬세해졌다. 그는 꿈까지 제어할 수 있다. 그는 모든 것들을 통제할 수 있음에 어떤 깨달음의 경지, 어디까지의 지능을 가지게 될 지 고민한다. 

 그러던 어느 날, 주식 동향에 투자 패턴을 변형해서 리언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자신과 똑같이 임계치를 넘은 인간이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그가 유일하게 3번째의 앰플을 맞은 피실험자라고 생각했지만, 그 메시지를 보냈던 사람이 그 전에 자신의 정보를 지웠던 것이었다. 그는 그 낯설지만 같은 지능(더 낮을수도 더 높을 수도)을 가진 그에게 접근하고 싶었다. 그의 정보를 통해 추적하여 그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의 이름은 레이놀즈. 그가 몇 달동안 한 일은,

  • 생명공학으로 만들어낸 미생물을 이용한 유독 폐기물 처리
  • 실용적 핵융합을 가능케하는 관성 봉입 기술의 개발
  • 다양한 구조를 가진 사회들에 대한 정보의 잠재의식적 유포

 그는 세계를 구원하고, 그 자체로부터 지키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리언은 오직 지능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욕망, 이 세계를 리언의 목적을 위한 부차적인 것으로 보지만, 레이놀즈는 강화된 지능을 가지고 세계를 구원하고자 한다. 강화된 마음으로 이루어진 두 사람은 전혀 다른 목적을 갖고 있다. 

 

결말?

 책은 직접 읽으면 알겠지만, 레이놀즈와 리언은 서로 접선했을 때, 인간의 언어로 즉 입으로 말하지 않는다. 신체 언어로 그들은 대화한다. 누구 한 명이 입 밖으로 말을 하면, 그 목소리가 상대에게 간파당할 수 있다. 뭐, 서로 몸으로 기싸움 오지게 하다가 결국엔 리언이 졌다. 레이놀즈의 게임이 안 되는 것이다. 

 레이놀즈는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자신이 갖고있는 지능을 이용해 무언가를 하고 싶은 목적이 있었고, 리언은 어디까지가 자신의 한계인지 자신의 지능의 끝이 어디인지 얼마나 대단한지에 목적을 두고 있었다. 리언은 책 중간에 공자의 인(仁)이라는 것에 영향을 받았다고 하지만, 결국 인(仁)이라는 덕목은 레이놀즈가 더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어질게 사람들 이롭게 했던 일들을 보면... 그렇지만 모르는 것이다. 어느 부분이 정말 인간을 돕는 것인지. 그냥 가만히 짜그려 앉아서 지 혼자 지능높이기 놀이했던 리언이 오히려 아무 민폐를 안 끼쳤을 수도 있다ㅋㅋ 

 뭐, 느낀점은 없지만 역시나 테드창의 소설의 끝은 유난히 여운이 오래 간다. 다른 책은 진도가 훅훅 나가는데, 테드창은복기를 몇 번을 해야 하는지.. 아직도 나는 테드창 중이다. 그래도 테드창 덕분에 나의 12월은 매우 풍족하다.

 

 

많은 독자들이 영화 <루시>가 연상된다고들 하지만..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조만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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