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1.30]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알랭 드 보통 | 13 친밀성, 14 '나'의 확인

2026. 1. 31. 13:58그냥, 독서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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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장 친밀감

10. 그러나 이제는 모험이나 투쟁을 할 것이 별로 없다. 클로이와 나는 대체로 서사시적 갈등을, 경험을, 능력을 박탈당한 세계에 살았다. 나는 낭만적인 투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해버렸다. 부모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 정글은 길들여졌다. 사회는 일반적 관용 뒤에 못마땅한 태도를 감춘다. 식당은 늦게까지 문을 연다. 거의 어디에서나 신용 카드를 받는다. 섹스는 범죄가 아니라 의무이다. 그래도 클로이와 나에게는 우리의 결합을 확인해줄 수수한 이야기, 우리를 결합하는 일군의 공동 경험이 있었다. 경험이란 무엇인가? 예의바른 일상을 부수고 짧은 시간 동안 고양된 감수성으로 새로움, 위험, 아름다움이 우리에게 주는 것들을 목격하는 것이다. 공유된 경험이라는 기초 위에서 친밀성은 자라날 기회를 얻는다. 그저 이따금씩 식사를 함께 하면서 생긴 우정은 결코 여행이나 대학에서 형성된 우정의 깊이를 따라갈 수 없다. 정글에서 사자에 놀란 사람들은, 사자에게 잡아먹히지만 않는다면, 그들이 본 것에 의해 단단히 결속될 것이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70만 부 기념 리커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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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사를 넘나드는 경험을 가진 사랑만이 끈끈한 결속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비극적인 서사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사랑을 굳건히 지키겠다는 이야기는 정말 이야기에 불과한 것이다. 현대인들의 사랑은 어쩌면 안전한 환경에서 평화롭게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안정적인 환경이라고 결속이 약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 두 사람이 얽혀있는 관계, 경험, 가치관 모든 것들이 그들의 결속을 단단하게 만들기도 한다. 

 

 나는 13장 친밀감을 읽으면서 데이팅 어플이 생각났다. 연인을 쉽게 고르고 쉽게 만나는 것 같지만, 우연히 서로를 택하며, 대화도 통하는 상대를 만나는건 정말 쉽지 않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데이트 하는 현대인들 같지만, 누구보다도 외롭고 고립된 현대인들이 택한 자신만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14장 '나'의 확인

 

2. 어쩌면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아주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하는 말을 이해하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제대로 말을 할 수 없다는 것도. 본질적으로 우리는 사랑을 받기 전에는 온전하게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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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어떤 사람으로 남겨졌으면 좋겠는가? 그리고 답이 정해졌다. 나는 유명한 사람이 되어 내 죽음의 순간에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아주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아주 깊게 각인된 것만 같다. 내가 원했던 것은 나의 존재를 알아줄 누군가였을지도 모르겠다. 왜 늘 부족하다고 여기고, 왜 늘 더 채워야한다고만 생각했을까? 내가 원하는 본질은 여기에 있는데...

 

"사랑이 없으면 우리는 제대로 된 정체성을 소유할 능력을 상실한다"

요근래 미국에서 백수로 살고 있는 내 자신을 떠올리게 된다. 사랑이라는 것은 꼭 성애적 사랑만이 다가 아니다. 이 곳엔 나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만큼 적은 숫자다. 그래서 나는 남편으로부터 나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나는 과연 남편을 사랑하는 것일까? 남편을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는 것일까? 아마 둘 다겠지만, 어느 부분에 비중이 더 큰지는 확신할 수 없다. 

 

14장은 주옥같은 문장들이 참 많다. 나는 나중에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다시 읽게 된다면 14장을 제일 먼저 면밀히 읽고 필사를 하고 싶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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