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9. 30. 17:33ㆍ그냥, 책

<개구리> 역사적 배경
<개구리>를 읽다보면 크게 2가지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산아제한 정책과 대리모 문제를 다루고 있다. 2가지 이슈로 인해 파생된 문제들을 소설을 통해 다루고 있는 셈이다.
산아제한 정책
- 1979년부터 중국은 인구 폭발을 막기 위해 한 자녀 정책을 강력하게 시행
- 낙태, 불임 수술, 강제 피임 등이 이루어졌고, 농촌 지역에서는 공무원・의료진이 직접 통제
- 강제 낙태, 여아 살해, 성비 불균형 부작용 초래
- 1990년대~2000년대 강제성은 점차 줄고, 사회양육비 제도로 바뀜 => "계획보다 더 낳으면 벌금을 내라"
- 현재는 출산 제한이 폐지가 되었다고 함
대리모 문제
- 강제 불임이나 낙태로 인해 출산력이 상실된 부부들이 아이를 갖고자 하는 욕망이 사라지지 않음
- 대리모는 법적으로 금지되었지만 은밀하게 이루어짐
개구리: 작품에서의 의미
- 개구리라는 제목은 중국어 ‘와(蛙, 개구리)’와 ‘와(娃, 아기)’의 발음이 같음
- 산아제한 정책은 국가적 차원에선 인구조절 성공했지만 개인의 삶과 여성의 몸에는 깊은 상처를 남김
- 작품 내 지역에서 개구리는 다산과 토템의 상징
자신이 죽인 아이들의 모습을 점토 인형으로 빚는 고모
나는 <개구리>라는 작품을 읽으면서 이렇게 마음이 복잡해진 건 오랜만이었다.
여성의 몸을 가진 나는 아이에 대한 욕망이 없다. 자녀를 갖고 싶긴 하지만 아예 딩크로 살거나, 가끔씩은 1명 정도 낳는 것은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임신과 출산은 정말 하기 싫고, 웬만하면 입양하는 쪽으로 마음이 더 기운다.
이런 생각이 들었던건 인구가 많아지면 국력을 높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환경 파괴를 초래해서 오히려 인구를 멸망에 가깝게 만들 수도 있다. 그리고 임신과 출산을 하면서 여자의 몸은 아주 너덜너덜 망가져 간다.
'사랑의 결실'이라 불리는 아이를 위해 이런 위험한 선택을 할만한 가치가 있을까?
누가 고모를 비난할 수 있을까?
소설 내용 중 중국 정부와 고모의 말이 틀린 말은 없다.
고모는 산부인과 의사로서 아들을 낳기 위해 여자의 몸을 애 낳는 기계로 이용한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심지어 의료기술과 위생에 대한 정보도 없이 애를 받는 산파들도 끔찍하게 여겼다.
사실상 남존여비 사상이 심각했던 과거 농촌사회에서 아들이 대를 이어야 했기 때문에 아들을 낳을 때까지 여자를 임신시켰다.
근데 사실 출산을 한 번 할 때마다 여자 목숨이 왔다갔다 할 정도로 위험한 것을 사람들은 딱히 인지하지 못했다.
왜? 애엄마가 죽어도 애가 살면 되고, 애엄마가 죽어도 새장가들면 그만이니까.
고모가 비밀리에 임신한 많은 임산부들을 강제로 유산시켰던 것은 사실 끔찍한 일이긴 했다.
유산이 출산만큼이나 위험하니까. (결국 커더우의 아내 왕런메이 또한 죽었으니...)
하지만 정부에서 시킨 출산 제한 정책으로 피임 교육법도 시켰으며, 남자들 정관수술도 시키고, 여자들이 임신 못하도록 루프도 씌었다.
물론 당시 다산이 복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이런 정책들이 이해가지 않았겠지...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인구학자인 토머스 맬서스는 1798년에 『인구론』이라는 유명한 책을 써서 인구 성장이 식량 생산을 웃돌게 되리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구가 2배로 늘어나는 데 35년이 걸린다고 한다면, 2000년에 100명이었던 사람들이 2035년에는 200명으로 늘어나고, 2070년에는 400명, 2105년에는 800명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인구에 비해 식량은 극히 조금밖에 늘어나지 않는다. 획기적으로 늘어난다고 해도 20퍼센트나 25퍼센트 증가하는 것이 고작일 것이다. 인구 증가와 식량 생산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인구의 경우에는 이자가 이자를 낳는 복리의 개념처럼 새로 더해진 인구가 다시 새로운 인구를 생산해냄으로써 기하급수적인 증가율을 보인다. 반면 식량의 경우에는 수확한 곡식에서 새로운 곡식이 생산되지는 않기에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 따라서 인간은 기아나 전쟁, 질병으로 인해 그 수가 줄어들거나, 또는 피임을 하거나 결혼을 늦게 하는 등의 인위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이 세상의 식량을 여분 없이 전부 소비할 수밖에 없다. 인구 성장을 억제하지 않고 단지 식량 생산량을 늘림으로써 인류의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으리라는 믿음은 오늘날에도 널리 퍼져 있지만 결국 이것은 잘못된 생각임이 드러날 것이다. 적어도 맬서스는 그렇게 말했다.
"문명의 붕괴"중에서
교보eBook에서 자세히 보기: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480D160412410
<문명의 붕괴>에서도 산아제한 정책이 개인의 삶으로는 끔찍한 일일지는 모르지만,
국가와 인류, 지구 전체로 봤을 때는 오히려 득이라고 말한다.
아무래도 식솔이 많아지면, 식량이 부족해지고, 산림 파괴를 초래하니 남아있는 동식물이 없는 빈 땅덩이로 바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모는 자신의 신념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어릴 적, 일본놈들에게 아비를 잃었고 공산당원으로서 국가를 위해 희생할 것을 각오했던 몸이었다.
의사가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민간요법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는지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참 젊은 시절부터 적이 많았다. 문화대혁명 때도 모진 일도 많이 겪었다.
사실 고모가 별로인 너무 공산당원 그 자체라서 읽는 내내 고모가 빌런같이 느껴졌지만, 나는 고모를 비난할 수 없었다.
고모도 아마 국가에서 에이즈를 옮기라고 했던 일이었으면 오히려 안 했을 것이다.
산아제한 정책 자체가 오히려 인민들의 생명줄을 연장시켜주는 일이었으며, 더 많은 여자들이 임신하다 죽지 않아도 됐었다.
(물론 유산시켜서 죽었던 여성들도 많았지만...)
그리고 태아까지는 생명으로 치지 않았지만, 태어난 순간부터는 고모는 온전히 생명으로 바라봤다.
그래서 천비와 왕단의 딸 천메이를 그렇게 잡으러 다녔지만 결국 고모가 받아내지 않았나?
계획생육은 국가 민생이 걸린 가장 중요한 사업이야. 험악한 얼굴을 해 봤자 소용없어. 유산시킬 건 시키고, 거세할 건 해야지. 남자란 것들은 단 한 놈도 좋은 것들이 없어. 누가 그랬냐고? 아는 사람 없어? 나도 몰라. 난 그저 남자란 좋은 것들이 하나도 없다는 것만 알 뿐이야. 좋은 것들은 없어도 또 그것들을 떠나서는 살 수 없지. 세상이 열릴 때 하느님이 그렇게 만들어 놨으니까. 호랑이, 산토끼, 매, 참새, 파리, 모기까지 그 어느 하나라도 없으면 세상이 돌아가지 않아. 아프리카 원시림에 거대한 나무에서 생활하는 부족이 있어. 나무에 수없이 많은 둥지를 만들고 여자들이 둥지 안에 알을 낳지. 여자들은 나뭇가지에 쪼그리고 앉아 야생 열매를 따 먹고, 남자들은 커다란 나뭇잎을 걸치고 둥지에 앉아 사십구 일 동안 알을 품어. 알을 깨고 밖으로 나온 아이들은 나오자마자 나무를 탈 수 있어. 내 말이 믿어져? 너흰 못 믿는다 해도 난 믿어! 내가 알 하나를 직접 받은 적이 있는데, 축구공만 한 그 알을 보름 정도 아랫목에 뒀더니 통통한 아기가 알에서 나왔어. 뽀얗고 통통한 아이에게 알에서 태어났다는 의미로 단성[蛋生]이란 이름을 지어 줬지. 안타깝게도 그 애는 뇌염에 걸려 죽었어. 살아 있다면 마흔 살이 되었을 텐데. 단성이 살아 있다면 대문호가 되었을 거야. 돌잔치 때 처음 잡은 물건이 붓이었거든. 산중에 호랑이가 없으면 원숭이가 왕 노릇을 한다더니, 단성이 없어서 네가 펜대를 휘두를 수 있는 거야……
"개구리"중에서
교보eBook에서 자세히 보기: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4808937463648
그렇다고 해서 고모는 자신의 신념을 지킨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지만 항상 마음속에 죄를 품고 산다.
고모가 제일 무서워하는 동물이 '개구리'다.
둥베이향에서 토템 상징으로 '개구리'를 믿는데, 이는 다산의 상징이었다.
국가의 명령을 따른 것이지만 자신의 손으로 피를 묻혀가며 2천여 명이 넘는 아이들을 죽였다.
은퇴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개구리 떼에 공격을 받았던 어느 날 고모는 깨달았다.
자신이 너무 많은 피를 묻혀 응징을 받은거라고.
그래서 노년에 자신이 죽인 아이들을 점토 인형으로 만들어서 아이들 하나하나를 기린다.
죄를 진 사람은 죽을 수도 없고, 죽을 권리도 없단다. 죽지 못하고 목숨 부지한 채 온갖 시달림 속에 고통스럽게 살아가야 해. 생선전처럼 이리저리 뒤집히면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약재처럼 들볶이면서 속죄하는 삶을 살아야지. 그렇게 죗값을 치르고 나서야 편안한 마음으로 죽을 수 있는 거야.
"개구리"중에서
교보eBook에서 자세히 보기: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4808937463648
환갑이 되어서야 아이를 갖게 된 스쯔
고모를 따라다니면서 아이를 유산시킨 간호사 샤오스쯔는 주인공 커더우의 아내이다.
너무 아이를 많이 죽인 탓일까?
불임이 되어 아이를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고 남의 아이만 키우게 된 스쯔.
결국 몰래 대리모를 통해 원하던 아이를 갖게 되고 엄마가 되었다.
스쯔는 자신이 아이를 낳지 못하더라도 아이를 계속 갖고 싶어했다.
천비와 왕단의 아이 천메이를 우여곡절 끝에 스쯔와 고모가 받았다.
출산 과정에서 왕단이 죽게 되자, 천비는 아들이 아닌 딸이 태어나 1차 충격, 아내 왕단이 죽자 2차 충격으로 알콜 중독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자신의 가족들을 나몰라라 하게 되고 술과 담배에 쩔어 살게 되었다.
스쯔는 천메이를 온 맘 다해 키우게 됐고, 정을 다 줬는데 갑자기 천비가 나타나 애를 데려갔다.....
나중에 불법 대리모 사업을 하고있는 위안싸이네 황소개구리 회사에 몰래 대리모 신청을 했다.
근데 그 대리모가 바로 천메이였던 것이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냐고...
천메이의 사정이 매우 안쓰럽다. 천비는 알콜중독, 담배중독 때문에 돈도 없고 그냥 정신나간 노인네가 되었다.
이럴거면 천메이랑 천얼을 왜 키우냐고. 차라리 스쯔랑 커더우한테 맡기지...
근데 한편으로 이해는 간다.
딴 사람한테 맡기면 맡겼지, 자신의 아내를 죽게 한 고모와 커더우네 집안에 자신의 핏줄을 맡기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천비가 너무 열받는게, 너무 가부장적이라 아들만 귀한줄 알고 딸은 저렇게 내팽겨 친게 너무 열받는다.
천얼과 천메이는 공장에 들어가서 일하던 중, 화재 사고 때문에 천얼은 사망하고 천메이는 온몸에 화상을 입게 됐다.
천메이는 천비가 또 아비라고 병원비 벌겠다고 대리모를 자원했던 것이다...
결국 천메이는 아이를 찾고 싶어서 소송을 했지만, 돈만 갖고 아이는 가질 수 없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너무 답답하고 우울했다.
역사소설인만큼 이 모든게 실화를 각색했다는 것이 너무 우울했고,
내가 고모의 악행들이 악행으로 느껴지지 않는 세대에 살고 있다는 것도 묘한 기분이 들었다.
또한, 자신이 직접 낳지 않더라도 자신의 아이를 키우고 싶어하는 스쯔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한 번 정 붙인 인연은 떼기가 힘들거든.
하여튼 모옌의 소설들을 몇 권 더 읽어보려고 했으나, <개구리> 읽다 진이 빠져 여기까지만 읽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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