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쿨타임 찼다 | <장미와 나이프>, <가공범>, <녹나무의 파수꾼>, <녹나무의 여신>

2025. 9. 4. 10:47그냥,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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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성실한 작가여서 데뷔 이후 38년 동안 1년에 두 권, 이따금 세 권씩 출간이라는 일정한 페이스를 변함없이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 2023년에 드디어 100권을 기록했다고 하니 저절로 머리를 숙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녹나무의 여신>, 히가시노 게이고 - 밀리의 서재

 

 

1년에 2~3권을 쓰는 작가라니...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새로운 컨텐츠가 필요할 때마다 작가가 이렇게 작품들을 내주니 진짜 볼거리가 많은 한 해를 보내는게 아닐까?

 

나도 어느 순간부터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팬이 되어버린 것 같다...

이 작가의 책들 중에 내 인생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들은 아직까진 없지만.. 내가 게이고 쿨타임이 자주 차는 편인지라ㅋㅋㅋㅋㅋ

그래도 내가 작가가 쓴 모든 책들을 다 읽진 않았지만... 나름 나열하기 귀찮을 만큼 꽤 많은 작품들을 읽었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작품들은 흡입력, 몰입감, 재미, 드라마, 추리 등을 갖춘 책이라서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싶을 때 꼭 찾게 된다.

그리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전반적으로 따스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작품의 어떤 서사에서든지 누군가가 남몰래 지켜주려는 마음이 항상 기저에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저 위에서 언급한 100권을 전부 다 읽진 못했지만😅)

 

근데 나는 굳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블로그 리뷰로 많이 담지 않았는데..

(극명하게 내 기준으론) 교훈, 철학, 사색... 등을 거창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 아니라서 내 후기는 늘 똑같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은 재밌다."

그리고 굳이 누군가의 감상과 해석을 필요할 정도로 어려운 내용도 아니기도 하다.

심지어 대부분 따스한 글에도 추리, 트릭이 꼭 들어가 있어서 내가 괜히 스포를 해서 다른 사람의 재미를 망치고 싶지 않기 때문!

 

 

 

 

장미와 나이프

 

장편인줄 알고 봤는데, 단편소설집이었다!

상류층만 다룬다는 탐정 클럽을 중심으로 사건들의 전말을 밝혀나간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는 트릭을 설계하고 감정과 서사를 넣는걸 진짜 즐기는 것 같다ㅋㅋㅋㅋ

오히려 너무 짧아서 아쉬웠달까?

조금 더 이 사람들의 서사를 알고 싶었다.

 

흥미로웠던 작품을 이야기하자면, <의뢰인의 딸>과 <장미와 나이프>였다.

<의뢰인의 딸>은 엄마의 죽음이 석연치 않아 아빠가 이용해온 탐정 클럽에 의뢰를 넣었다. 

기계같은 탐정 클럽 사람들은 딸의 용돈을 의뢰비로 받는 것이 찜찜해 보였던 인간미가 참 좋았다!

탐정 클럽 사람들은 꽤나 합리적이지만 가끔 선의를 베풀 때도 있어서 나는 그런게 마음에 들었다. 

 

<장미와 나이프>는 뭔가 의외를 발견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여자의 마음이란 시기와 질투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작가의 마인드(ㅋㅋ)가 맘에 들진 않았지만,

꽤나 있을법한 일이었다.

여자의 질투 때문에 희생당했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뭔가 잔잔하게 기억에 남았던 작품이었다. 

 

 

가공범

 

 

“짝사랑이었습니다. 그것도 미련 없는 짝사랑.”
어머나, 나가마 다마요가 입을 동그랗게 벌렸다. “멋지네요.”
“멋지다고요?” 뜻밖의 감상에 놀랐다.
“멋지지 않나요? 경솔하게 사랑을 주고받으니까 잃게 되는 거예요. 짝사랑이라면 상처 입는 일도, 상처 주는 일도 없잖아요.”
“하기야.”
노부인은 그리움과 연민에 찬 눈으로 나이프를 바라보았다.
“옛날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 아이에게 말해 주고 싶군요. 짝사랑이 행복한 경우도 있다고.”
벽 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박스에서 뛰어내린 고양이가 기지개를 켜며 크게 하품했다.

"가공범"중에서
교보eBook에서 자세히 보기: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480D250700380

 

 

 

아 진짜 오랜만에 진짜 재밌게 읽었네.

책이 많이 두꺼운 책인데도 불구하고(물론 나는 eBook으로 읽었지만) 거의 이틀만에 읽었다. 

근데 읽으면 읽을수록 이상했다.

엥? 거의 다 밝혀졌는데... 아직도 이렇게나 많이 남았다고?

엥? 또 밝힐게 있다고?

엥? 고등학교는 왜 조사하는데...?

 

와 끝도 없는 조사에서 진짜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며 독자에게 깊은 서사까지 전달하려는게 너무 너무 속이 시원하고 재밌었다.

이런게 히가시노 게이고의 매력 아닌가?ㅋㅋㅋㅋㅋㅋ

나는 라면 먹고 밥 말아먹은 다음에 건더기 하나 없이 싹싹 긁어먹는걸 좋아하는데, 

이 작품은 완뚝!한 것 같이 시원~했다. 

 

물론, 뭐 결말이 시원하지 않았을 수는 있겠다.

누군가의 짝사랑을 지켜주기 위해서 다는 밝히지 않았으니.

<가공범>은 꼭 읽어야 한다.... 사실 스핀오프로 에리코와 도도의 사랑이야기도 좀 나왔으면 좋겠다.

이런 치정 로맨스를 너무 좋아하는 편이라ㅋㅋㅋㅋ

 

 

 

 

 

녹나무의 파수꾼 & 녹나무의 여신

 

<녹나무의 파수꾼>은 나의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의 입문작이라고 볼 수 있다. 

2020년 9월쯤이었나, 운전해서 이탈리아 여행을 가던 중이었다.(내가 운전x)

너무 지루해서 리디북스에서 베스트에 올라온 책 중 하나를 골랐는데, 그 때 고른 책이 <녹나무의 파수꾼>이었다. 

그 때 읽을 때도 생각보다 너무 재밌어서 흥미롭게 읽었던 것 같다. 그러니 이렇게 오래토록 기억에 남겠지?

 

근데 최근 <가공범>을 읽고 또 도파민 결여 이슈로 인해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을 찾다가 밀리의 서재를 들락날락했다. 

엥? <녹나무의 여신>이 또 나왔다구? (2023년에 나왔는데.. 완전 뒷북이었다ㅋㅋㅋ)

 

하여튼 다시 읽은 <녹나무의 파수꾼>... 한 번도 안 읽어본 것처럼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아, 근데 이번에 읽을 땐 좀 다른 느낌이 있었다.

뭔가 한국 책이나 드라마였다면, 레이토가 어른들 사이에서 애 취급을 받으면 급발진 하면서 치후네 이모에게 분노를 표출하다, 갑자기 자기 잘못을 깨닫고 돌아와서 치후네와 레이토 둘이 화해를 하고 단단해지는 서사였을텐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녹나무의 파수꾼>에서 레이토는 자기 분수를 너무 잘 알고, 속으로만 분노했다 금방 삭히는 편인지라 아주 평화롭게 끝이 났다.

치후네 또한 꼰대 부잣집 할머니처럼 보이지만 또 인정할 땐 확실하게 인정하는 편인지라 마음이 아주 편안...ㅋㅋㅋㅋ

 

1편에서는 보호자 없이 세상을 마주해야 했던 레이토의 성장을 담은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어머니 미치에는 이미 8살 때 유방암으로 돌아가셨고, 외할머니 손에 컸으나 자기 밥벌이는 스스로 하려고 직장을 전전했지만 늘 억울한 일을 당해서 쫓겨나기만 했다. 근데 사실 억울한 일이라기 보다는 레이토를 보호해주는 어른, 도와주는 어른이 없고 이용하려는 사람들만 꼬였기 때문에 자신의 선택을 주체적으로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동전 던지기로 자신의 인생을 결정해서 내 팔자려니 생각하는게 마음이 편했겠지. 

 

2편에서는 자신처럼 좋은 어른이 없는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이 되어주고 싶은 레이토의 염원이 담긴 책이었다. 

유키나와 모토야의 꿈과 안전을 지켜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참어른의 모습이 참 좋았다. 

그리고 레이토는 온라인 대학이지만,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도 했다.

 

확실히 히가시노 게이고는 힐링물 재질 아니냐구ㅋㅋㅋㅋㅋㅋ

 

구메다 씨가 뭔가 숨기는 게 있다는 건가요?” “의뢰인이 모든 걸 털어놓기만 한다면야 이만큼 편한 일도 없겠지. 가능하면 그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을 때가 있다니까.” 그럼 이만, 이라면서 이와모토는 등을 돌렸다.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다……. 그 순간, 레이토의 머릿속에도 퍼뜩 떠오르는 게 있었다. 몸을 돌려 녹나무를 올려다보았다.
<녹나무의 여신>, 히가시노 게이고 - 밀리의 서재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다ㅋㅋㅋㅋㅋ 솔직히 <녹나무의 파수꾼> 쓰고 이 소재때문에 드릉드릉 한거 아니냐구요 히가시노씨..ㅋㅋㅋㅋ

<녹나무의 파수꾼>과는 달리, <녹나무의 여신>은 범죄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녹나무를 통해 그 사건의 전말을 밝혀낸다.

결국 그 머릿속을 들여다보는건 구메다 뿐만 아니라 모토야까지도 이용했다.

와... 이 정도는 돼야 작가하는 건가요?

 

레이토의 삶의 방식에 참견은 하지 않겠어요.” 그녀는 감정을 억누르는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다만 한 가지 충고를 하자면, 이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인간이라는 건 없습니다. 어디에도 없어요. 어떤 사람이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만은 똑똑히 기억해두도록 하세요. <녹나무의 파수꾼>, 히가시노 게이고 - 밀리의 서재
여신의 말을 듣고 소년은 깨달았습니다. 여태까지 나는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지금 살아 있다는 기쁨에 조금도 감사하지 않았구나. 앞으로는 이 마음을 잊지 않고 살아가야지. 그렇게 마음에 새기고 소중한 깨달음을 주신 여신에게 감사 인사를 올리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여신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눈앞에는 거대한 녹나무가 서 있을 뿐이었습니다.
<녹나무의 여신>, 히가시노 게이고 - 밀리의 서재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를 보면 삶을 찬양하는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 범죄 현장에 대한 스릴러를 그리는 작가라고 생각하지만, 늘 그들의 이야기를 깊고 따스하게 분석해 나간다.

그 정도로 살아있다는 것은 축복이라는 것을 메시지로 전하고 싶은 것일까? 

 

<녹나무의 파수꾼>과 <녹나무의 여신>을 통해 살아있음에 대한 감사, 자신이 가진 삶을 비하하는 염세적인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려는게 아닐까 싶었다. 

 

아, 녹나무 시리즈를 읽으면서 한가지 의문점...

외할머니는 왜 안 챙기냐, 레이토야?

치후네 할머니에게 보은하는 것도 좋지만, 여태까지 키워준 외할머니도 좀 챙기거라....

 

그리고 <녹나무의 여신>에서 파생되어 나온 <소년과 녹나무>가 동화로 또 나왔다니ㅋㅋㅋㅋㅋㅋㅋㅋ

와, 근데 이것까진 돈주고 사기엔 제가 돈이 없습니다..ㅠㅠ

 

 

하여튼 오랜만에 히가시노 잘 읽었으니.. 한동안 쉬었던 비문학ㅠㅠ들을 다시 읽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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