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쿄, 워킹홀리데이

도쿄, 워홀 D+14

반응형

요가에서 살게 된지 어느덧 14일이 됐고, 오늘은 제 동생의 생일입니다.

 

 저는 오늘부터는 지안이와의 일상을 다시 시작해야하기에 저의 자유시간을 동생과 함께 보내기 위해 아침 9시부터 동생을 불렀습니다.

 

14번째 날의 이야기는 지안이의 육아일기보다는 동생과 저의 하루이야기가 많겠네요.

 

 아침 9시부터 동생이 왔는데, 동생은 일본 낫또를 한 번 먹어보고 싶다며, 편의점에서 낫또를 사왔네요. 그리고 저 설거지하기 힘들까봐 배려해서 햇반같은 밥도 하나 사왔구요..ㅜㅜ 배려에 눈물떨어지려 합니다 흙흙

 

동생은 전자렌지에 밥을 데우고, 낫또를 두개 까먹었는데요. 그래도 저는 나름 동생 생일이라고, 인스턴트 미역국이라도 끓여주고 싶었네요..(아, 끓여주는게 아니라 물부어주는 것 뿐이지만요)

 

이렇게 생긴 미역국인데요. 솔직히 물 부었을 때 국물 색이 진한 연두색으로 별로 변하지 않아서 그래, 그럼 그렇지 이런 인스턴트 미역국이 맛있으면 이상한거지 생각하며 한 숟갈 떠먹고 그냥 버리려고 했습니다.

그냥 단순 기분내기 용으로 만든거니까요.

 

 

그리고 팔도비빔면도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벼봤는데요.

한국에 있을 땐 거의 안 먹었지만, 동생이 팔도비빔면을 좋아해서, 열심히 만들어봤습니다.

전에 만나던 친구가 팔도비빔면을 만들 때, 참기름을 조금 더 넣으면 맛있다고 한게 생각이 나서 조금 넣고, 마무리 깨소금도 뿌렸는데요. 오랜만에 먹으니 정말 맛있더라구요. 달걀도 같이 삶아서 먹었으면 좋았을텐데.. 그게 좀 아쉽네요.

아, 그리고 미역국의 후기는 진짜 강력 추천입니다!

되게 무시했었는데, 한 숟갈 떠먹어 보니 어마무시한 깊은 맛이 나더라구요!

정말 뭐든 사먹는게 최고입니다....!

일본간다고 잔뜩 선물해준 돼지팸에게 이 영광을 돌립니다.

 

왼쪽이 동생의 그릇이고, 오른쪽이 제 그릇인데요.

두 개 끓이고 동생이 당연히 방금 전에 밥을 먹었으니까 많이 안 먹을 줄 알고 저 정도만 덜었는데, 그냥 똑같이 덜어줄 걸 그랬습니다. 밥 배 따로, 팔도비빔면 배 따로인걸 몰랐네요;;

 

밥을 먹은 후에 설거지해놓고 저도 씻고 나갈 준비를 해야하니 여기저기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이 동생은 꿈나라로 향했습니다. 우리집 거실이 진짜 낮잠자기에 딱이거든요.

 

저도 준비를 다 하고 코를 크르릉 골아대며 자는 동생을 보며, 저도 잠깐 누워봅니다.

30분씩만 더 잤네요.

 

제가 일본에 오면 가장 하고 싶었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피크닉을 가서 예쁜 돗자리를 깔고 눕는거였습니다.

 

마침 동생이 왔고 더 더워지기 전에 얼른 가봐야 겠다는 생각을 해서 나갔습니다.

 

 

저 돗자리 입니다. 제가 되게 신났네요.

 

 

동생은 더워죽겠고, 귀찮아 죽겠는데 사진찍어달라는 제 요청이 귀찮지만 어떻게든 대충 찍어줬습니다.

 

 

동생은 아이스라떼, 저는 핫라떼입니다.

동생은 아이스가 아니면 목에 넘어가지가 않는다네요ㅋㅋ..

저는 맛있는 커피 마실 때 아이스를 마시면 맹탕이 돼버려서 돈이 아까워 항상 따뜻하게 먹습니다.

덕분에 땀이 좔좔

 

 

요가역에서 15분 정도만 걸으면 기누타 공원이 나옵니다.

주말에는 여기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는데, 다행히 어제는 평일이라 거의 없었네요.

기누타 공원은 꽤 커서 가끔 조깅하기도, 자전거 타기도 너무 좋습니다.

 

 

패드는 드라마보려고 갖고 왔고, 중간에 편의점 한 번 들러서 과자를 사왔습니다.

동생은 요즘 멘타이코? 주먹밥 맞나요? 그거에 빠져서 또 먹네요... 밥을....;;

 

 

요즘 동생이 재밌다고 그렇게 말하던 언내츄럴을 봤습니다. 그러다가 이건 좀 집중해서 보고 싶어 요즘 한국에서 핫한 '미스 함무라비'를 틀었습니다.

미스 함무라비 진짜 재밌네요!

미스 함무라비 작가님은 현직 판사셨고, 페미니스트로 유명하신 남자 분이시라는데 정말 드라마가 현실 반영 100% 해준 것 같습니다. 아마도 남자들이 이 드라마를 본다면 오바싸바 하지말라고 할 테지만, 여자들은 이런 세상에서 계속 살아가고 있어서 그닥 낯설지 않고, 공감이 잘 갈겁니다.

 

 

저의 소울푸드 자가리코와 함께 찍어봤습니다.

저는 일본으로 워킹홀리데이 오면 당연하게 1일 1자가리코 정도는 할 줄 알았는데, 날이 더워서 그런지 잘 생각이 나지 않아 굳이 먹지 않았었네요.

 

3시 20분에 지안이 픽업가야하지만 조금 시간이 남는다고 대형마트에서 이것저것 구경을 하다가 완전 늦을 뻔 했네요...

 

지안이 학교에 저 혼자 가려고 했는데, 동생이 따라가겠다고 해서 같이 학교에 갔는데 모든 학부모님들이 쌍둥이냐, 친구냐 등등 물어봤습니다.

동생이 일본어를 꽤 하는 편이라 말이 좀 통해 아주머니들이 좋아라 해주셨네요.

 

지안이 학원을 데려다 주고 2시간이 남는동안 동생은 그렇게 갖고 싶다던 블루투스 이어폰을 고르러 근처 코지마에 들렀습니다. 이어폰이 새로 생겨 집에 들어와서는 설명서 읽고, 음악 들어보고 엄청 즐거워하더라구요.

 

지안이 데리러 가기전에 우리가 먹으려고 부랴부랴 사놓은 간식을 꺼냈습니다.

 

 

동생은 참치초밥, 저는 단호박!

저는 날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 초밥은 잘 안 먹고, 뭔가 아직 배가 불러서 그냥 단호박만 먹었습니다.

동생은 와사비가 없어서 100% 맛있게 초밥을 먹을 수 없었지만, 그래도 다 먹었네요.

그러고보니, 조혜연 이 날 '밥' 되게 많이 먹었다 너...

 

그러고 6시가 다 되어 지안이의 학원으로 동생이랑 같이 픽업하러 갔습니다.

요며칠동안 지안이에게 잘 신경써주지 않고, 동생이랑만 놀면서 다녀서 그런지 지안이가 저를 좀 낯설어하는 것 같더라구요... 휴 정말 사람 마음이 제일 어렵네요.

제 동생이 낯선 사람이라서 그런지 뭘 물으면 잘 대답도 안 하고;;;

이런 상황에 저도 지안이가 툭툭 뱉는 말에 저보다 한참 어린 아이라고 생각을 안 하고 왜 말을 저렇게 해;; 이런 생각을 먼저 하게 돼더라구요.

애기랑 친해지는건 쉬운데, 너무 일시적인 기분이 들어서 그게 좀 힘드네요.

그래서 이번 6월엔 선약 하나 있는거 말고는 전부 지안이랑 시간을 많이 보내볼까 합니다. 

내 시간, 내 여유 챙기려다 가장 중요한 지안이와의 소통을 놓칠까봐 걱정이 좀 됐네요.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눠야 서로 안 힘드니까요.

 

하여튼 전 날 해준 만두볶음밥이나 오늘 해준 새우볶음밥은 거의 남겼네요.

제 입맛대로 만들면 너무 강할까봐 약간 싱겁게 했는데, 별로 안 먹고 싶었나봐요.

이렇게 극단적으로 안 먹어주니 피드백은 확실해지네요ㅋㅋ

근데 점심 이렇게 안 먹고 배가 안 고팠을까 걱정이 되면서 많이 미안해집니다..ㅜ

앞으로는 빨리 먹고 놀 수 있게, 샌드위치나 주먹밥 위주로 만들어야겠네요..

 

 

지안이한테 인스턴트 미역국 한번 물 부어서 줬더니 밥을 말아 먹더라구요.

지안이는 반찬 몇 개만 주면 밥을 뚝딱 다 먹습니다. 이런거 보면 까다로운게 아니라 제 음식이 맛이 없는걸까요?

분발해야겠어요ㅜㅜ

 

동생이 대만에서 한국 김치를 못 먹어서 이 집에 오면 꼭 김치를 먹고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김치를 꺼냈는데, 지안이 할머님이 정말 김치를 맛있게 잘 담그셔서 정말 냄새가 짜릿한데요.

동생이 이 냄새를 맡자마자 김치전 해먹고 싶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지안이가 김치전해줘 김치전!! 노래를 불러서 어떻게 한 번 만들어봅니다.

 

 

동생이 약간 장금이라 간을 되게 잘 맞추는데요. 동생이 간을 맞추고, 제가 이렇게 만들어봤는데, 지안이가 눈 동그랗게 뜨고 이렇게 잘 먹는건 처음 봤습니다;;

정말 미안하다 지안아;;

 

 

왜 동생은 간은 잘 맞추는데, 결과물은 왜 항상 이렇게 못생겼을까요?

못생겨도 맛은 좋네요.

 

지안이가 이제 동생이 익숙해졌는지 같이 게임하고 놀자고 하네요.

동생은 원래 애를 별로 안 좋아하지만 언니때문에 좋아하는 척 좀 해줬습니다.

덕분에 설거지하고, 주변 치우는 시간이 생겨 정말 좋았네요ㅜㅜ

동생한테 너무 고마운 저녁이었습니다.

 

지안이 엄마가 오시고 나서 저는 동생을 데려다주러 같이 나왔는데, 동생이 일본와서 다코야끼 하나 못 먹었다는 말에 얼른 다코야끼를 먹으러 동네 다코야끼집으로 향했습니다.

 

이 집 다코야끼 나쁘지 않네요!

그런데 저는 이상하게 한국에서 파는 다코야끼가 왜 더 맛있죠..?

하여튼 무난하게 동생이랑 주문해서 수다떨고 먹었습니다.

주인 아저씨한테 계속 영어로 주문하다가 한번 무의식적으로 일본어로 궁금한거 물어봤더니 아저씨가 엄청 배신당했다는 표정으로 너네 일본말 쓸 줄 알잖아!!!!! 하면서 놀래시더라구요ㅋㅋ 그래서 옆에 있던 손님들이 같이 웃으면서 여기 여행으로 온거냐, 어디 사냐 등등을 급 인터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뜻밖의 관심.... 너무 좋은데요?

저희는 관종이니까요.

 

그러다 동생이랑 다코야끼를 다 먹고 나와 굳이 5정거장이나 걸리는 시부야까지 가서 숙소까지 데려다 주고 옵니다.  

 

참 이상한게 다시 만날 때는 별로 반가운 투도 아니고, 인사도 안 하고 본론부터 얘기하는데, 이렇게 헤어질 때가 되면 너무 마음이 좋지 않네요.

동생이랑 매일 붙어 있고 싶은데, 언제부턴가 이렇게 작별인사하는 순간이 잦아지면서 더 가족이라는 존재가 특별해지는 것 같습니다.

 

 

모두들, 오야스미-

반응형

'도쿄, 워킹홀리데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쿄, 워홀 D+17  (2) 2018.06.02
도쿄, 워홀 D+15,16  (4) 2018.05.31
도쿄, 워홀 D+13  (4) 2018.05.29
도쿄, 워홀 D+12  (6) 2018.05.28
도쿄, 워홀 D+11  (4) 2018.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