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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워킹홀리데이

도쿄, 워홀 D+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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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와 오늘의 이야기는 굳이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요.

사람과의 관계는 너무 힘든 것 같아 오늘 딱 제대로 칭얼대고 내일부터는 힘내려 합니다.

 

어제 아침부터 동생을 떠나보내고 너무 우울했습니다.

어제 아침부터 지안이 어머님이 출장을 가셔서 아침에 제가 혼자서 깨웠어야 했는데요.

엄마 한 번 찾더니 엄마가 없다는 걸 알고는 더 쉽게 일어나지 않더라구요. 엄마 앞에서는 그래도 눈을 뜨려고 노력이라도 하는데, 아직 제가 능숙하지 않은 탓인지 잘 일어나려고 노력하지도 않네요.

우여곡절 끝에 나갈 채비를 마치고, 등교하던 길이었습니다. 이렇게 등하교 하는 시간이 지안이와 저의 유일하게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인데, 오늘 따라 저의 질문에 귀찮았는지 짜증묻은 말투로 대답합니다.

아무리 아이지만 짜증묻은 말투를 들으면 기분이 좀 안 좋기도 하고, 말하기 싫은 날인가보다 해서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더니 아까 질문에 대한 답을 다시 상냥하게 해주더라구요. 본인도 모르게 나왔던 짜증에 미안했는지 말입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얄밉기도, 귀엽기도 합니다.

아직은 지안이는 어린 아이고, 고용주님의 따님이니... 다 큰 제가 맞춰가야겠죠?

남의 돈 벌기 쉽지 않습니다, 참.

 

등교를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약 열흘 가까이 잠 한 번 편히 자지 못 하고, 일하고 동생만나고 지안이를 챙긴 탓에 피곤이 몰려옵니다. 그래서 바로 5시간을 내리 잠을 잤는데도, 피로가 풀리지 않네요.

 

 

지안이의 하교픽업을 하던 중에 지안이가 더 놀고 싶었는지 구름 사다리 한 번만 올라가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비가 오니 내일 타자고 했더니..

지안 "10분만, 5분만, 1분만, 10초만, 5초만!!!"

조잼 "아니, 지안아 오늘은 비가 와서 바깥에서 땀을 흘리고 놀면 감기 걸리기 쉬우.."

지안 "5초만!"

조잼 "지아.."

지안 "5초만!", "5초만 놀게!", "5초도 안돼?!", "5초라고!", "5초!"

 

제 말을 아예 듣지도 않고 다 잘라먹고 '5초'송을 부릅니다 아주...

그래도 단호할 땐 단호하게 해야한다는 생각에 안된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평소에 잘 받아주던 언니가 잘 안 받아줘서 그런지 단단히 삐졌네요.

엘리베이터에서 모서리에 머리를 콕 쳐박고 서있고, 현관문 문열기전에서도 어디 모서리같은데 찾아서 머리 콕 박아서 서있었어요.

현관문 문 열자마자, 신발 가방 내팽겨 던져버리고, 안방 침대로 향해 엎드려서 제 얼굴 쳐다도 안 봅니다.

 

아, 정말 울고싶다고 생각했더니 저도 눈물이 나더라구요.

 

지안이는 5초만 놀고싶다고 칭얼거린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일단은 본인이 하고 싶은대로만 움직이려고 하는 게 문제였죠. 그리고 상대방의 기분나쁘게 말을 끊어먹고, 어떻게든 이겨먹으려고 고집피운게 정말 10살 어린이 답다는 생각이 들어 그 순간 너무 밉더라구요.

아이는 영악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싶지만, 그 순간만큼은 너무 영악하고 밉네요.

어른이 아이랑 말다툼을 할 때, 아무리 어른이라도 어른도 상처를 받더라구요.

어렸을 때, 우리 엄마란 이유로 엄마한테 짜증내고 소리쳤던게 너무 미안해지네요.

 

결국 30분 동안 냉전 상태를 유지하다, 너무 혼자 내버려두면 지안이가 상처받을까봐 지안이가 엎드려 누운 침대에 같이 옆에 누워 심슨을 틀어봤습니다.

지안이가 엎드려서 살짝 빼꼼 고개를 들어 무슨 만화인지 궁금한지 보더라구요.

결국 심슨 2편을 같이 시청했습니다.

 

그러더니 지안이가 심슨을 다 보고, 우리 이제 화해한거지? 라고 묻더군요.

심슨으로 화해한게 아주 기분이 안 좋고, 대화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서로 안고 넘어갔습니다.

 

 

그래도 평소에 좋아한다던 계란말이를 해줬는데,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허겁지겁 먹더라구요.

또 저렇게 잘 먹는 모습보면 이쁘기도 하고...

제발 하나 더 해달라고 해서... 하나 더 했네요.

 

 

좀 귀찮았지만, 아까 낮에 그 놈의 5초때문에 싸운 걸 생각하면 그냥 해줬습니다.

 

 

우쿨렐레 연주까지 보여주네요.

다음주 목요일에 파티가 있어서 Pearly Shells 라는 곡을 부르면서 연주해야하는데,

이렇게 열심히 하는 모습보면 너무 똑부러지고, 예쁘네요.

 

 

밤이 되고, 지안이 어머님과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지안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엄마와 함께 있을 때와 언니와 단 둘이 있을 때의 지안이의 행동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말 툭툭 끊어먹는거 하며, 집에 있는 태블릿과 노트북을 하루종일 붙들고 산다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마도 전에 일하던 언니와 저로 바뀌면서 지안이도 이 언니는 아무 것도 모르니까 이 정도는 해도 되겠지? 라고 마음대로 행동했나봅니다.

하여튼 천사같은 고용주님은 저의 말을 잘 들어주셨고, 앞으로 지안이를 케어할 수 있게끔 방향을 도와주셨고, 지안이에게 "만만한 언니"가 되지 않도록 당근과 채찍을 잘 주는게 좋을 것 같다 하시더라구요.

 

한 번 얘기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드디어 오늘 이야기로 들어갔네요.

 

 

지안이는 학교에서 빨리 놀고 싶어하기 때문에, 밥을 싸주는 것보다 스낵류를 싸주는걸 더 좋아하더라구요.

그래서 아예 토스트를 한 번 만들어봤습니다.

몬테크리스토라는 샌드위치입니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잘 먹지도 않고, 접하지도 않았던 샌드위치지만 돈이 저를 움직이네요.

 

등교를 시키고, 또 마찬가지로 안 풀린 피로로 하루종일 잠을 잤습니다.

일어나보니 1시였네요. 부랴부랴 모자란 재료때문에 마트에 장보고 돌아왔는데, 쭉 빈 속이라 뭘 좀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냉장고를 뒤적뒤적 해봅니다.

 

 

네, 저는 이게 다에요...

내 입 들어가는 음식은 요리하는게 너무 귀찮네요.

 

 

지안이의 저녁은 이렇게 차려줬지만 말입니다.

 

오늘은 저녁을 먹이고 같이 수학문제를 푸는데, 지안이는 구구단이 정말 안 외워지나봅니다.

구구단을 언니랑 같이 외워보자고 그랬더니, 정말 하기싫은지 외계어만 뿜뿜대며 하기싫어 미치려고 하더라구요.

결국 비위 맞춰가며, 수학문제를 다 풀었네요.

오늘도 한 번 싸울 뻔 했지만 그냥 무난하게 넘어갔어요.

 

지안이 엄마가 회사 마치고 들어오시고, 떡볶이 해줄까? 하십니다.

정말 오늘 하루 입맛이 정말 없었는데, 떡볶이 얘기를 듣자마자 군침이 돌아 떡볶이 얘기에 네!했습니다.

 

 

역시.... 제가 입맛이 없었던 이유는 남이 해준 음식을 안 먹었기 때문입니다.

밥 한그릇을 한시간 전에 먹고도 언니가 차려주신 떡볶이를 정말 열심히 먹었네요.

 

밥 먹으면서 참 어이가 없던게, 지안이가 엄마가 오니까 저를 정말 잘 챙기더라구요....;;;

낯선 친절에 기분이 묘해집니다.

 

 

정말 어제 오늘 지안이와의 일들이 너무 저의 멘탈을 지치게 해서 이렇게 한 번 남겨봤습니다.

이렇게 애랑 기싸움을 할거라 상상도 안 했지만, 당분간은 아마 되게 지칠 것 같습니다.

 

 

모두들, 오야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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