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3대 작가 옌롄커, <딩씨 마을의 꿈> | 잊혀지지 말아야 하는 이야기, 잊혀질 수 없는 이야기

2025. 8. 8. 14:06그냥,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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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교보문고

 

 

허난성 에이즈 마을 이야기 (실화)

 

https://www.mk.co.kr/news/culture/10781592

 

“피만 뽑았는데 에이즈에 걸렸습니다”...죽음이 덮친 마을, 시대의 비극에 울었다 [나쁜 책] -

[금서기행, 나쁜 책-1] 옌롄커 소설 ‘딩씨 마을의 꿈’

www.mk.co.kr

 

 

솔직히 <딩씨 마을의 꿈>이라는 책을 보고 충격적으로 마음이 아프고 슬펐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는 작품보다 3배는 더 힘들었고, 옌롄커라는 작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꼈다. 

이 작가는 진짜 펜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혹시 <딩씨 마을의 꿈>의 줄거리나 옌롄커에 대한 이야기를 더 알고 싶은 사람들은 위의 링크 <“피만 뽑았는데 에이즈에 걸렸습니다”...죽음이 덮친 마을, 시대의 비극에 울었다 [나쁜 책], 김유태 기자, 매일경제, 2023-07-11>를 참조하길 바란다.

김유태 기자님이 정말 잘 설명해놨음ㅋㅋ

 

2020년 출간된 그의 회고록 ‘침묵과 한숨’의 ‘제5장 금서와 쟁론에 대한 몇 가지 견해’에서, 옌롄커는 자신을 금서 작가로 보는 세상의 시선을 사유합니다.

“금서라고 해서 다 좋은 책은 아니다. 금지한다고 해서 다 잊히는 것은 아니며 인정받는다고 해서 다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중국식 글쓰기 환경에서 평생 글을 썼는데도 쟁론의 대상이 된 적이 없는 작가는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110~114쪽 발췌)

 

나는 위의 인용구를 위의 기사에서 발췌했다. 

나는 요즘 중국 3대 작가 위화, 모옌, 옌롄커의 책들을 읽고 있다. 그 중 펜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건 옌롄커 작가였다. 

확실히 옌롄커는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전투를 하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와 <딩씨 마을의 꿈>을 읽었는데 엮은이가 모두 김태성 번역가였다. 그의 '옮긴이의 말'을 읽을 때마다 중국의 근현대사에 조금 더 이해를 가게 되었고, 얼마나 옌롄커라는 작가의 작품에 영혼을 쏟아부었는지 알 수 있었다. 

중국에서 산아제한이 있던 시대의 90년대생들에 비해, 50-60년대생들은 풍파를 겪었기 때문에 그들의 문학은 읽을 만하다고 얘기해주기도 했다. 그리고 중국 문학은 희극 전문이라 비극을 다루는 작가들이 많지 않다고 했다.

옌롄커는 대약진운동 및 문화대혁명을 겪은 세대이며, 비극을 비극으로 다루는 작가라서 김태성 번역가가 굳이 이런 전제를 깔아 놓았다고 생각한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할 지 모르겠지만, 허난성의 에이즈 마을을 다룬 이 이야기는 너무 따뜻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하나의 해프닝으로 기사 몇 줄로 일단락될 뻔 했지만 옌롄커 작가는 이 사건을 잊혀지게 두지 않았다. 

(결국 출판사, 정부 등에 의해 명예 훼손했다며 고소엔딩이었지만 파이터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사람들은 모두 출생과 사망을 겪게 되지만 일반적으로 '기대 수명'이라는 개념이 있지 않은가?

적어도 수명이 다하기 전까지는 끝내주는 사랑을 하든, 열정을 쏟아부을 무언가를 찾든, 죽기 전에 이름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대부분은 누군가 나를 기억해주길 바라면서 죽고 싶을 것이다. 

 

<딩씨 마을의 꿈>에서 열병(에이즈)를 앓는 사람들은 시한부 인생을 겪게 되었고, 

남은 생애 동안 고군분투했던 사람들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제공해 주었다.

또한 위기를 기회로 바꾼 기회주의자들과 무책임하게 내버려둔 정부에 대한 이야기도 놓치지 않고 담아냈다.

읽으면서 진짜 이 작가 이래도 괜찮은지 궁금했다...

 

 

<딩씨 마을의 꿈>의 '꿈'은?

현실이 너무 참혹해서 '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완충제 역할로 표현했다. 

1부에서 나온 '꿈'은 성경에서 요셉이 꿈을 해몽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도와주는 매개체였다.

 

하지만 <딩씨 마을의 꿈>에서 딩수이양(할아버지)가 꾼 꿈은 미래를 예측하기는 커녕, 

꿈에서도 현실에서도 겉잡을 수 없이 막을 수 없는 죽음의 그림자였다. 

그래도 뭔 일이 생겨도 꿈에서 생기면 그나마 다 뻥이겠지라는 희망적인 느낌이 드니까 대부분 꿈으로 표현했지만, 

꿈과 현실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김태성 번역가가 말한 듯이, 희극에 익숙한 중국 독자들에게 너무 충격적인 비극 서사를 선생하는게 미안했나보다...

 

총 8부

  1. 요셉이 해몽했던 꿈
  2. 열병에 걸리게 된 사람들 & 열병에 걸리게 된 전말
  3. 열병에 걸린 사람들이 모여든 학교
  4. 관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베는 사람들
  5. 열병에 걸린 사람들의 결혼 그리고 죽음
  6. 관을 파내고 음혼을 하는 사람들
  7. 음혼식과 이관 작업
  8. 파멸(스포라서 생략)

내가 생각했을 때 8부는 대략 이런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국은 엄청나게 큰 대륙이지 않나?

작은 마을에서 비극이 벌어졌다고 해서 국가가 망하진 않을 거라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진짜 경기도 오산이지.

이 작은 마을에서 에이즈가 걸려 여기저기 전염병을 퍼뜨릴 수도 있고,

작은 마을에서 한 번에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니 '관'이 필요해 벌목을 해 중국 전체를 민둥산을 만들 수도 있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를 읽으면 지나친 벌목은 국가를 한순간에 멸망시킬 수 있는 요인 중 하나였다.)

 

이건 작품과 관련없는 사족이지만,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에 주인공이 HIV 바이러스가 있어 중국 취업을 못했는지 알 것 같았다. 

아편만 예민한줄 알았는데, 에이즈도 상당히 민감했던 국가였잖아?

이웃나라였는데 내가 너무 무관심했다. 

하여튼 2010년부터는 HIV 바이러스 있어도 들어올 수 있게 허가해준다고 했다. 
(참조: https://www.khan.co.kr/article/201004281752115 )

 

하여튼 이런 비극적인 서사를 꿈을 통해 표현했다는게 너무 천재적이다..

약간 어떤 느낌이냐면,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나래이션을 열병으로 인해 악감정을 품은 사람들로 인해 죽은 딩씨 집안의 어린 아이가 했으니 더 안타까웠다.

 

<딩씨 마을의 꿈>의 빌런은 딩후이?

독자 입장에선 사실 딩후이를 바라보면 소시오패스같긴 하다. 

자신의 야망과 성공을 위해선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드는 사업가 마인드.

 

그랬으니 정부에서 매혈운동 부추겼을 때 돈냄새 얼른 맡고 사업했겠지.

그리고 에이즈 걸리고 나니 정부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관을 빼돌려서 다른 마을에 팔아 이익을 남기고, 

자신의 동생 딩량이 열병 걸린 양링링과 살림을 합치고 한날한시에 묻어준게 아이디어가 돼서 음혼식을 치루는 중매쟁이가 되었다.

 

기회주의자들때문에 오히려 남아있는 사람들이 계속 피해를 보는 구조였다. 

 

그치만 딩후이 입장에서는 이게 그렇게 나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죄없는 어린 아들이 마을 사람들에 의해 독을 먹고 죽은걸로 퉁치려고 했다. 아니? 퉁치는 것 이상으로 되갚아 주고 싶어했다.

이런 마음을 처음에는 이해 못했지만 나중에 할아버지 딩수이양도 한편으로 공감했던 것 같다. 

둘째 아들 딩량의 무덤을 다 파헤쳐 금관과 은관을 도굴해간 마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더 이상 빚진게 없다고 느꼈을 것이다. 

 

딩후이가 역겹게 군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딩후이만 나쁘다고 볼 수 있을까?

전체적으로 시스템 자체가 인민들에게 우리 모두 으쌰으쌰 경제적으로 성장해보자고 매혈을 부추길 땐 언제고, 

결국 에이즈 결말에 도달하니 알아서 하겠지 하고 무료 관을 내어주는 도리만 보인다.

정말 정부가 직접 개입해서 해결해야할 일에는 대충 라인 잘 탄 사람한테 관인을 내어준 뒤 전혀 관리를 하지 않았다. 

 

얼마 전에 포스팅했던 <가해자들>과 같은 내용이나 마찬가지였다.

여자들에게 결혼과 출산을 강요하지만, 결국 그 가정 안에서 생겨나는 우울증과 정신병까지는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다.

개인에게 요구하는 것들은 많은데 국가에서 책임지는 것은 한정적이라는 것이 

아직까지 우리 나라가 착취적인 제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의미하겠지. 

 

하여튼 딩후이는 이 책에서 기회주의자인 나쁜 놈으로 비춰지지만 뒤에서 더 나쁜 놈들은 방관자였던 정부였다. 

 

 

죽어서도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

내가 가장 마음이 아팠던 부분은 양링링과 딩량의 서사였다. 

둘 다 이미 기혼인 몸이었지만, 에이즈에 걸렸기 때문에 에이즈에 걸리지 않았던 배우자들과 함께 동침에 들 수 없었다.

성교를 할 경우 옮길 수도 있으니까.

 

에이즈 걸린 사람들끼리 학교에 모여서 생활하게 되면서 양링링과 딩량은 서로 몸을 나누며 사랑하게 되었다.

결국 각자의 배우자와 이혼을 하고 다시 재혼하기까지 수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둘이 그렇게 함께이고 싶었던 이유는 '잊혀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아직 피가 끓는 나이인데 단순히 매혈을 했다는 이유로 열병에 걸려버린 이 젊은 남녀는

누군가에게 사랑을 퍼부어 주고 싶기도 했고, 사랑을 있는 힘껏 받고 싶기도 했을 것이다.

 

사실, 양링링과 딩량 뿐만 아니라 많은 마을 사람들이 관에 집착했던 이유는 남아있는 사람들이 먼저 보낼 사람들을 잊고 싶지 않아서다.

자연환경적 측면에서, 관을 위한 벌목이 환경 파괴 수준이었을 것이다. 

인간들은 조상이나 가족을 잘 모시고 싶었을 것이고, 꽃을 피지도 못하고 젊은 나이에 떠나간 영혼들이 안쓰럽기도 해서

남아있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내 주변사람들을 어떻게 잘 보내주고 싶은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었다.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조금은 더 가까워지게 된 것 같고, 옌롄커의 작품을 시간날 때마다 정독하고 싶다.

아무래도 모옌 책부터 읽을걸 그랬다.

옌롄커의 펜촉 힘이 너무 강해서 그런지, 모옌의 글을 아직 간질간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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