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8. 1. 11:00ㆍ그냥, 책

가해자들 : 도파민이 부족할 때 꺼내 읽어요
뭔가 요즘 너무 진지한 책을 많이 읽어서 아주 흥미롭고 자극적인 책을 한 권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커뮤니티에 추천 책으로 올라왔길래 일단 밀리의 서재 한 번 뒤져봤는데 없어서 교보에서 구매했다.
사실 뭔가 흥미로운 주제라 할지라도 뭔가 구매하고 싶은 책이 있고, 대여로 끝내고 싶은 책이 있다.
당시에 돈주고 사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 진짜 잘 샀다. 소장가치 완전 있다!
단순 흥미와 자극을 곁들인 책인줄 알았는데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책이었다.
중간에 책을 잠시 덮고 멈출 수도 없이 아주 그냥 기세로 밀고 나간다!
층간소음은 한국 사람들에게 있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사회적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사회적 문제를 다루면서 본질적이고 고질적인 문제 하나를 더 꼬집는다.
이 층간소음으로 미쳐가는 사람들은 전부 기혼 여성이다. 하.. 여기서부터 너무 재밌잖아!
이 여성들에게 도대체 무슨일이 벌어진걸까?

1111호에 사는 여성을 중심으로 층간소음 때문에 미쳐가는 1211, 1112, 1011호에 사는 이웃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1212호에 사는 이웃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
1111호에 사는 여자는 이 서사의 중심이자 빌런으로 그려진다.
아주 그냥 미쳐버려 정신병동 입원 엔딩으로 마무리 되었는데, 어쩌다가 미치게 된거냐면....
여자는 재혼가정에 시집가서 좁은 집에 시어머니와 양아들과 함께 새로운 가정을 꾸리게 되었다.
그리고 남편 사이에 딸을 갖게 되었고, 총 5명의 식구가 살게 되었다.
처음 집에 들어왔을 땐 아주 빠릿하고 넉살 좋은 며느리였다.
시엄니는 금지옥엽 손주가 혹여라도 차별받을까 아주 그냥 며느리한테 말끝마다 "나는 너 못 믿는다." ㅇㅈㄹ떨어댔다.
엄한 시집살이를 시키는 시엄니와 그걸 방관하는 남편 때문에 출산하고 한참 뒤에 산후풍을 겪는다..ㅠ
창문 틈사이에 바람만 스쳐도 몸이 파래지듯 추워져서 온 집안의 창문을 열 수 없고 신문지로 다 막아놨다.
그래서 온 집안에 냄새도 가득하고, 딸은 냄새나는 몸때문에 친구들 사이에 왕따를 당하게 된다.
냄새에는 무디지만 소리에는 아주 민감해져버린 1111호 여자...
위아래옆 다 상관없이 온갖 소리가 정밀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인터폰으로 경비실 통해서 층간소음 자제해달라고 부탁하는건 뭐 양반이지,
우퍼달아놓고 아주 그냥 온 동네에 층간소음 보복을 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소리에 예민해도 자기가 내는 소리에는 또 스트레스를 안 받는건지....쩝스)
1211호엔 이웃이 두번이나 바꼈다.
1111호 시엄니의 친한 이웃이었던 진이 이모는 다섯 명의 손자 손녀들을 방과 후에 돌봐줬었다.
진이 이모는 허구헌날 아랫집에서 시끄럽다는 민원이 들어온다는 인터폰을 받으면서 1111호 시엄니가 말한건가 의심하고 서운해한다.
근데 알고보니 다 며느리의 민원..ㅠ
진이 이모는 첫째 며느리도 그렇게 이혼시키더니 새로 들인 며느리는 미치게 만든 1111호 시엄니를 보면서 경멸하면서 이사를 간다.
이 때 이후 11111호 시엄니는 반지하로 이사갔고, 몇 달 후 그 집에서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결혼하고 들어와 쌍둥이가 여덟 살이 되는 동안 단 한 번도 소음에 대해 항의를 받은 적도, 한 적도 없었기에 이 아파트에는 층간소음 자체가 없는 줄 알았다. 그래서 내 발밑에 누군가 살고 있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아랫집 사람들이 뭐라 할 정도로 함부로 살지는 않았다. 실수한 건 정말 단 한 번, 아니, 단 두 번뿐이었다. 쌍둥이의 생일날 반 친구들을 초대한 게 잘못이었다.
"가해자들"중에서
교보eBook에서 자세히 보기: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4801190885363
두번째 이웃은 쌍둥이 엄마였다.
아마 첫 입주 후 8년동안은 잠잠했던 걸로 봤을 때, 1111호 시엄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항의가 한동안 잠잠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에게 잠잠했다면 아마도 그 1111호 내부에서 분쟁이 나고 있었다는 얘기겠지.
남편과 양아들은 1111호 여자때문에 시엄니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며 원망을 했고, 양아들은 대입도 실패하고 다른 도시로 독립해버렸다. 뿐만 아니라, 딸 또한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고 자퇴까지 했다. 내부에 있던 갈등이 고조되었기 때문에 굳이 다른 사람들의 소리에 집중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쌍둥이 엄마는 진짜 잘해보고 싶었는데 거의 말이 안 통하고,
남편을 보내서 해결하라고 했더니 무슨 호형호제를 맺은것처럼 실없는 소리를 하며 돌아왔다.
아랫집 여자는 미쳐갖고 맨날 막대기로 쿵쿵쿵 두드리거나 우퍼틀어놓고 진동 울리게 만들면서 보복했고,
그 보복때문에 또 소리에 민감해진 1211호 여자는 자식들에게 조용하라고 또 잔소리하게 되지.
그냥 떠나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1011호는 울음소리가 우렁찬 아이를 가진 신혼부부였다.
근데 갓난아기가 우는건 솔직히 어쩔 수 없지 않나 싶지만 1111호는 가차없다!
아 시끄러! 쿵쿵쿵쿵
갓난아기는 더 울게 되고, 아랫집 사람은 자신의 아이가 우는걸 달래지 못한게 마치 자기 탓인 것처럼 전전긍긍해간다.
아기 울음소리때문에 자신이 다른 이웃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미안스러워서 소음에 집착하게 됐다.
근데 알고보니 윗층이 거의 이 구역의 미친x으로 소문났던 것이다.
오히려 개운해졌달까?
1011호는 소파에 올라가 천장에 대고 아이 울음소리 공격을 했다.
그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거울로 보고.. 아 이사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애아빠도 열받는게 애가 자주 우는게 애엄마가 너무 예민해서 그걸 닮은 것 같다면서 지랄을 한다. 아오
1112호는 싹싹하고 잘 웃고 인사하는 8살 짜리 딸 아이를 둔 지안맘이다.
이 집도 거의 결혼하고 아이갖게 됐을 땐 1111호에서 지랄하진 않았다.
거의 7년차쯤 지랄난듯?
일단 이 집도 팔자가 세다.
지안맘의 남편은 애만 싸질러놓고 집 밖으로만 나돌아다니면서 외도를 하는 인간이었다.
양육권 별로 챙기려는 욕심이 없어 쉽게 이혼은 했다.
살고 있는 세상이 지랄같아도 지안이를 보며 캔디같이 꾸역 꾸역 열심히 살아가려고 했던 지안맘.
그러던 어느 날 옆집에서 지랄빔이 찾아왔다.
처음엔 예의있게 대처했지만, 1111호의 보복을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층간소음 스트레스때문에 회사 일도 집중할 수 없어서 깽판치고 퇴사했고,
1111를 보복하려고 매일 집에 붙어 쿵쿵이 전쟁을 시작했다.
1111호처럼 아예 미쳐버린 1112호... 지안이가 엄마가 싫다고 아빠한테 가버렸다ㅠ
닭장 안에 갇힌 여자들
공교롭게도 층간소음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웃들은 전부 기혼 여성들이다.
그들도 결혼을 시작할 때는 제 2의 인생을 시작한다는 기대와 잘 해내보겠다는 다짐으로 반짝반짝 빛났다.
하지만 닭장 안에서 알만 낳는 닭들처럼,
그저 애나 키우고 남편 밥이나 차려주는 기계로 전락된 것이다.
층간소음이 진짜 사람 갉아먹는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것은 안다.
이 문제는 차치하고, 내 생각에 이 아파트에 사는 여성들은 층간소음을 중심으로 좋든 싫든 자신을 이야기의 중심으로 이끌어 간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인데, 그 닭장 안에서만큼은 어떤 주인공을 위해 희생하는 조연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젊은 시절의 나는 그의 그런 표정을 좋아했었다. 복잡하지 않고 평온해 보이는 얼굴과 온순한 성품 때문에 여덟 살짜리 아들이 있는 이혼남인 그와 결혼했다. 시어머니의 좁은 아파트에서 함께 살게 되었지만, 그와 함께라면 마음 편히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곧 내가 좋아했던 그의 모습이 회피적이고 유약한 성정을 포장하고 있던 가면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모르는 척하는 것으로 골치 아픈 일들이 거기에 없는 것처럼 굴었고, 나는 그가 회피해버린 일들을 혼자 감내해야 했다. 그러면서 나는 조금씩 예민해지고 드세졌고, 나 자체가 그의 회피 대상이 되고 말았다. 그는 나와 부딪히고 싶지 않아 뭐든 좋게좋게 넘어가곤 했는데 처음엔 섭섭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성가시지 않아 괜찮다. 나도 그의 표정이 한심하고 꼴 보기 싫으니 비긴 셈이다.
"가해자들"중에서
교보eBook에서 자세히 보기: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4801190885363
남편놈들은 층간소음에 귀가 어둡다. 참 이상한게 이 아파트는 남자들 귀에는 안 들리고 여자들한테만 소음이 확장된다.
1111호의 남편 뿐만 아니라, 이 작품에 나오는 남편들은 가정에 무관심하다.
돈 벌어오는게 유세라서 집에 와서 잠만 자고, 밥만 먹으면 다인 인간들이다.
그리고 좀 올라가서 주의를 주고 오라고 시키면, 남편들이 올라가면 일이 커진다면서 회피한다.(풉)
다들 이웃들에게 층간소음을 보복하면서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우리 집 아니라면서 잡아뗀다.
솔직히 나라도 아닌 척할 것 같긴 하지만, 그냥 인간이 싫어지는 대목이었다....ㅋㅋㅋㅋㅋ
하여튼 보복에 미친 여성들, 보복을 하면서 희열을 느낀다.
결국 내부에서 발생한 갈등을 외부로 분출하는 것이다.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층간 소음 문제를 가장한 기혼 여성의 고독과 외로움을 담은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진이 이모는 솔직히 애들 다 출가시키고 다른 일도 충분히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혹은 여행이라도 다니면서 여태껏 못 누린 자유를 만끽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섯 손자 손녀들을 키우면서 자식들이 아직도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 외로움을 채워줬을거라 생각한다.
진이 이모뿐만 아니라 1111호 시엄니 또한 집안에서 자신의 역할이 사라지게 되면 결국 자신이 쓸모없게 될까 열심히 아들래미 내외를 통제하려고 애썼다. 사실상 1111호 며느리, 1011 애기 엄마, 1211 쌍둥이 엄마, 1112 지안 맘의 미래나 마찬가지다. 만약 자신을 잃고 계속 아이에게 집중하다 보면 정작 아이는 독립했는데, 엄마는 독립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자아정체성을 다 찾아놓고 결혼했더니, 자아를 빼앗아가는 결혼생활에서 여자들이 얻는게 무엇일까? 히스테리?
하여튼 결국 1212호에 살해당한 사람은 남자였다.
꼭 남자를 죽이려고 했던건 아니었지만 공교롭게도 남자였다.ㅋㅋㅋㅋ
여자들을 미치게 만들면, 손해는 남자들이라는거 알겠냐구!
기혼여성으로서 나의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절대 일을 놓지 말자...는 것!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피해자라고 말했다.
이상하게도 가해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그 상황이 무서워 그곳을 영영 떠났다.
"가해자들"중에서
교보eBook에서 자세히 보기: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4801190885363
작가의 말이 가장 와닿는다.
사실상 가해자는 남자들이지.
그 상황이 무서워 떠나야 한다면 남자들을 떠나야 답이다.
하... 결혼했으면서 나도 이런 말하는거 너무 짜증난다ㅋㅋㅋㅋㅋ
어설픈 남미새는 결혼해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
사실 이 작품에 있는 여성들도 얼추 남미새로 시작하긴 했다.
남편더러 올라가봐. 남자가 올라가면 해결할 수 있다. 남자는 강자니까!
이런 마인드로 시작했으나, 사실 남자들도 센척 오지지만 여자 앞에서만 강자인거지 뭐.
결혼해서 잘 살아남으려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남편만 오지게 믿는 완전한 남미새로 태어나야 한다!!!!!
근데 어쩌지... 나는 어설픈 남미새다. 망했네 증말
아 그리고 누가 죽였는지는... 책을 읽는게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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