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3대 작가 옌롄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 그 복무는 침대 위에서도 유효한가?

2025. 7. 31. 11:00그냥, 책

반응형

출처 : 교보문고

 

 

 

옌롄커씨, 이런 글을 쓰는 분이셨나여...?

이 책이 인간과 인류사회 전체의 발전에서 가장 근본적인 두 요소인 ‘사랑과 존엄’을 이야기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것은 누구나 존엄을 필요로 하고 존엄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기꺼이 희생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개정판)>, 옌롄커 - 밀리의 서재

 

절절한 사랑과 존엄 이야기를 담았을까 기대를 안고 읽어 나갔는데, 아니... 욕망의 노예가 된 두 남녀에대해 썼다.

나는 새삼 옌롄커라는 작가가 독자들의 눈을 멀게 하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욕망으로 세상과 단절한 두 남녀를 묘사하면서, 그 인물에만 집중하게 만들었다. 

당시 시대에 대한 비판, 오류를 지적하고 있다는 것을 독자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영리하게 녹여냈다. 

 

그치만 아무것도 모르는 핫바리인 나도 오? 이거 위험하겠는데? 라는 생각을 했다는건,

중국에 날고 기는 윗선들은 이미 눈치채고도 남았는지... 대부분 옌롄커의 책들은 금서로 통한다고 한다.

 

근데도 이 분이 아직 중국 베이징에서 교수까지 하면서 남을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본인의 마음은 웬만하면 문학으로 표현하고, 실제 인터뷰하게 되면 최대한 말을 아낀다고 한다.

체제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체제가 조금만 더 신경써줘야 인민의 삶이 편안하지 않겠니..? 뉘앙스?

 

얼마 전에 아니 에르노의 <탐닉>과 <단순한 열정>을 읽으며 사람이 이렇게 밑바닥까지 다 드러내며 솔직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감탄을 했다. 근데 어느 국가에서는 내 솔직한 마음이 죄악이 될 수도 있다. 무언가를 향한 진실된 감정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사형에 처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니.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무슨 내용이길래...

일단 제목만큼은 공산주의 체제에 대한 충성심이 느껴진다. 

 

주인공 우다왕은 농민 출신이었지만 중학교도 졸업해서 글을 읽고 쓸 줄 알았다.

인민 공사의 회계 담당자였던 자오씨가 우다왕의 필적을 보고 눈여겨 본 뒤 군대에 입대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어머니가 결혼하는거 보고 눈 감고 싶다는 말씀 한 마디에 자오씨한테 찾아가서 딸을 달라고 한다.

군대에서 공을 세워 간부가 되겠다는 서약을 한 뒤, 딸 자오어즈와 결혼을 했다.

그렇게 부인도, 아들도 생긴 어엿한 가장이 되었다.

 

1년 반이 지나 취사분대에서 사단장의 사택으로 전출되었다. 

사단장 사택에서 하는 업무: 사단장 가족들을 위해 채소 돌보기, 삼시 세끼 차리기 등

 

사단장의 어린 아내 류롄은 군대 간호사 출신이었다.

이 부대 내에서 미녀로 불렸는데, 그녀는 옥같이 매끈하고 고혹한 자태가 남달랐다. 

어느 날 사단장이 두 달간 자리를 비우게 됐는데, 류롄이 우다왕에게 이상한 제시를 했다. 

 

그녀는 벽 쪽에 세워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는 문구가 새겨진 나무팻말을 손에 잡히는 대로 들어다가 홍목紅木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 마치 정원에 나가 똑같은 물건을 구해오라는 듯이,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주워오라는 듯, 뭔가를 말하려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한 모호한 표정으로 식탁 한쪽 모서리에 아무렇게나 나무팻말을 내려놓으며 가볍게 말했다. “샤오우小吳, 앞으로 이 나무팻말이 원래 있던 자리에 없거든 내가 볼 일이 있어 찾는다는 뜻이니 위층으로 올라오도록 해.”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개정판)>, 옌롄커 - 밀리의 서재

 

그래서 우다왕은 팻말이 제자리에 있지 않길래 류롄이 있는 윗층으로 올라갔다. 

사실 사단장의 사택에서 일한건 꽤 오래됐지만, 윗층에는 한 번도 올라간 적은 없었다.

심지어 사단장도 웬만하면 올라가지 말라고 했다.

위층의 일은 아무것도 신경 쓸 게 없네. 내 아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한, 위층에는 한 발짝도 올라가지 말게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개정판)>, 옌롄커 - 밀리의 서재

 

일단 사모님이 올라오라고 했으니, 올라간 것뿐...

사모님은 어두운 조명 아래 침대에서 실크드레스 잠옷을 입고, 이제부터 둘만 있을 땐 누님이라고 부르라며 부드럽게 말했다. 

 

그래 뭐, 이제부터 그들의 욕망 서사는 시작이 되는거였다. 

우다왕이 처음부터 그렇게 네네 하면서 받아들인건 아니었고, 나름 고민이 많았다. 

뭔가 류롄이 너무 매력적이지만 자신은 가정도 있고, 이런 위험에 처하면 나중에 뒷일이 복잡스러워지니 여차저차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다 지도원이 인민을 위해서라면 뭔들 못하겠냐며 아주 사모님 스트레스 받지 않게 잘 모시라고 했다. (뭘 알고 하는 소리인지..)

 

혹시 이 책에 대해 두 인물의 사랑 묘사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꼭 읽으시길!

 

하여튼 우다왕과 류롄은 서로 가까워지면서 거의 부부처럼 서로의 식사를 챙겨주고, 그냥 아주 광란의 밤낮을 보냈다. 

이제 사단장이 다시 사택으로 되돌아올 때쯤 류롄은 우다왕의 아이를 갖게 된 것이다. 

우다왕은 늘 가족들을 농민의 자식이 아닌, 도시로 이적해 도시 사람들로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간부가 되고 싶었다.

도시는 무슨, 이번 사건으로 인해 우다왕이 전출당하거나 쫓겨나거나 감옥에 가도 할말 없었지, 뭐. 

근데 부대가 해체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출당하거나 쫓겨나고, 오로지 우다왕만이 도시로 옮겨 군대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 

 

류롄과 우다왕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

류롄과 사단장의 짜고친 고스톱이지 않을까 하는 나의 뇌피셜...

 

사실상 사단장은 첫번째 부인과 이혼을 했는데, 류롄의 얘기를 토대로 추측해보자면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대신 하체 부상으로 인해 ㅂㄱ가 안되는 걸로 추정된다.

 

위에서 인용한 내 아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한 윗층으로 올라가지 말라고 얘기했던건...

아마도 류롄과 사단장은 대를 이을 씨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나 사단장이 우다왕이 아주 성실한 것을 높이 사며 눈여겨 보았다는 걸로 봤을 때 

어느 정도 사단장이 남자 구실을 못한다는 소문을 막는 것과 동시에 자손을 만들려고 한게 아닐까 싶다. 

 

우다왕 이전에 중대장과 사단장의 전 와이프의 스캔들을 보면, 아직 중대장은 무사하다. 

중대장은 어찌됐건 부대에 남을 수 있었고, 첫 와이프는 이혼당했는데...

이를 보면 중대장은 열심히 씨를 뿌릴 수 있었지만, 첫번째 아내 쪽에서 임신을 못한게 아닐까...?

 

결국 류롄은 우다왕의 자식 낳고 사단장과 룰루랄라 잘 살고 있다는 결론. 

 

류롄과 우다왕, 두 사람은 진짜 사랑했을까?

나는 류롄과 사단장은 진짜 서로 사랑했던 것 같다. 

둘의 이야기는 알 수 없지만, 일개 간호사였던 류롄을 콕 집어내 결혼했던 사단장...

둘이 뭔가 혁명적으로든 이성적으로든 삘이 팍 꽂히는게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플라토닉을 하기엔.. 사단장이 깔아준 판이 너무 달콤했지 뭐람..;;

 

우다왕과 류롄은 서로의 몸을 탐닉하고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류롄은 우다왕이 아주 잘 해냈을 때, 요리까지 해주면서 오구오구 해줬다. 

처음에 우다왕은 "그래! 인민을 위해 류롄 누님에게 봉사를 하는거야!" 라고 느꼈지만,

서로를 탐닉하면서 류롄에 대한 소유욕이 점점 생기면서 간부라도 되는 양 의기양양 해졌다. 

 

류롄도 살짝 건방져진 우다왕이 얼탱이가 없었고, 

심지어 우다왕이 거의 분노서린 욕정을 막무가내로 풀어버리니

그녀는 둘 사이가 짐승이 된 것 같아 눈물이 후두둑 쏟아졌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즐겨버렸음...ㅠ

 

그래서 집에 아무도 없는 척하면서 문을 다 잠그고 둘이 나체로 짐승같이 뒤엉켜 놀았다. 

사실 내 생각엔 가랑비 젖듯이 둘이 설렘, 탐닉, 소유, 집착 등의 다양한 감정을 겪으면서 사랑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옛말에도 몸정이 무섭다고 하지 않나...

 

위에 류롄과 사단장의 계획에서, 류롄이 사랑에 빠질거라는 변수는 계산하지 못한듯 싶다. 

 

그렇게 나체로 뒹굴어 놀던 우다왕과 류롄누님... 사고쳤다.

슬슬 피곤해져서 잠깐 바람 좀 쐬려고 옷장에서 옷을 꺼내다가 마오쩌둥의 석고상을 깨뜨려 버린 것이다.

 

피날레: 체제도 막을 수 없는 인간의 본능

그녀는 갑자기 침대에서 일어나 탁자 옆 벽에 걸려 있던 마오 주석의 정면 초상화를 힐끗 쳐다보더니 큰 걸음으로 다가가 확 떼어버렸다.
그리고는 손으로 거칠게 구긴 다음 갈기갈기 찢어 바닥에 뿌린 뒤 흩어진 초상화를 발로 밟으며 말했다.

“자, 이젠 믿겠지? 이젠 믿을 수 있겠지? 못 믿겠다면 너도 보위과로 가서 날 고발해. 우리 둘 다 마오 주석의 저작을 학습한 적극분자들이면서 마오 주석의 상을 훼손했잖아. 누가 누구를 고발하든 둘 다 현행 반혁명분자인 셈이야. 하지만 넌 실수로 마오 주석의 석고상을 깨뜨렸지만 나는 고의로 초상화를 찢었으니까 나는 대 반혁명분자고 너는 소 반혁명분자인 셈이야. 이제 나 류롄의 마음속에 우다왕이 평생 살아 있을 거라는 말을 믿을 수 있겠지?”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개정판)>, 옌롄커 - 밀리의 서재

 

아이고 난리났네. 

둘이 마오쩌둥의 석고상, 사진, 팻말 찢고 부시고 난리가 났다. 

그러면서 내가 반혁명분자야! 그니까 내가 널 더 사랑해! 이 지랄..

 

사실 나는 이 장면이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작품의 피날레라고 생각한다. 

류롄은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는 팻말을 제자리에 없으면 침대로 올라오라는 신호로 썼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공산주의 체제를 대표하는 마오쩌둥을 찢고 부시면서 반혁명분자가 되기로 다짐했다. 

그냥 두 사람의 불장난에 이용당한 대.공.산.주.의.마.오.주.석

 

나는 여기서 옌롄커 작가가 진짜 미친 사람이구나 싶었다. 

거의 독자들을 고오급 음란물을 읽게 하는 것처럼 뇌를 절여놓고, 피날레에서 본질을 드러냈다. 

아무리 체제가 인민들을 다 통제하고 억압한다 할지라도 그들의 침대 속에서는 나랏님도 욕하는거야.

내가 밖에 나와서 "존경합니다." 해놓고, 집에 들어와서 저주인형에 바늘 콕콕 찔러도 아무도 모르는거라고.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는 그냥 그 자체로 bullshit이라는걸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혹시 모르지, 조지 오웰의 <1984>처럼 빅 브라더 양반이 모든 곳에 씨씨티비 설치해두면 이런 행동을 진짜 못할 수도 있지.

근데 어쨌든 윈스턴 스미스도 속으론 빅 브라더 엄청 욕했지 뭐. 

속마음까진 체제가 감시할 수 없으니까!

 

인간의 사랑과 존엄을 그린 이야기

진짜... 사랑과 존엄을 그리긴 했다.

 

류롄이 진짜 우다왕과 핫한 두 달을 보내고, 아이까지 임신하니 진짜 사랑을 하게 된 듯...

당시 우다왕 평상시 월급이 8위안인데, 이래저래 돈을 꼼쳐모아 30위안까지 만든 전적이 있다. 그 정도로 30위안이 엄청 큰 돈이라는 말인데... 우다왕을 잠시 본가로 보낼 때, 10위안 짜리를 20장을 줬다. 200위안..이면 뭐, 진짜 씨를 산거네.

 

그리고 씨를 상납한 우다왕의 가족들을 도시로 전입신고 해주고, 우다왕도 메인 부대에 남아 일할 수 있었다.

우다왕과 류롄의 관계를 그 부대 사람들이 알음알음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부대는 해산되고 많은 병사들은 일자리를 잃고 말았다.

그 비밀이 탄로나면 안되기 때문에 사단장으로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나봐.

진짜 사랑 하나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 

 

우다왕은 농민 출신이지만 야망에 대한 욕심이 있는 인물이었다.

자신이 납작 엎드려야할 때는 잽싸게 엎드리고, 자신보다 계급이 낮으면 우쭐거리기도 했다. 

류롄과 사랑을 하면서 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유리천장을 느꼈고 그 안에서 분노가 표출됐다. 

사단장의 아내와 연애를 하다 걸리면 감옥행, 안 걸려도 그냥 쩌리로 남겠지.

류롄이 자신에게 밥도 차려주고, 관계를 나눌 때 동등하다고 느껴지는데 결국 자신이 모셔야하는 사람,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중이라는게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났을 것이다. 

사랑 앞에서 계급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

우다왕이 쪼잔한 남자라서가 아니라 그냥 자연스러운 인간의 심리라고 생각했다. 

 

왜 류롄은 우다왕을 만나주지 않았을까?

15년이 지난 뒤, 우다왕은 류롄을 찾아갔다. 

사실 엄청 궁금하겠지. 류롄은 어떻게 살지, 자기의 아이는 잘 크고 있을지...

 

난생 처음으로 서로의 민낯을 드러내며 뜨겁게 사랑했던 연인인데 당연히 궁금하겠지.

하지만 류롄은 머리가 엉망이라며 만나주지 않았다. 

 

나는 솔직히 이 부분에서 류롄의 입장이 이해갔다. 

내가 류롄이었다면, 늙은 나의 모습을 나의 사랑했던 연인에게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을 것 같다. 

가끔 지나가다 전남친을 마주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랄까?

전남친에게 부끄러울 정도의 외모로 변한건 아니지만, 전남친이란 고로 과거에 만났던 사람이 아닌가?

빛나고 젊었던 청춘의 일부였을 때 만난 나로 영원히 기억되고 싶은 마음일거다.

괜히 만나서, 류롄 누님도 많이 늙으셨네. 이런 기억을 마지막으로 남고 싶지 않단말이다.ㅋㅋㅋㅋ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