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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책

1Q84, (1) 4月-6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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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년. 이 새로운 세계를 그렇게 부르기로 하자. 아오마메는 그렇게 정했다.
Q는 question mark의 Q다. 의문을 안고 있는 것.

그녀는 걸으면서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좋든 싫든 나는 지금 이 '1Q84년'에 몸을 두고 있다. 내가 알고 있던 1984년은 이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은 1Q84년이다. 공기가 바뀌고 풍경이 변했다. 나는 이 물음표 딸린 세계의 존재양식에 되도록 빨리 적응하지 않으면 안된다. 새로운 숲에 내던져진 동물과 똑같다. 내 몸을 지키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이 장소의 룰을 한시라도 빨리 이해하고 거기에 맞춰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 아오마메 그리고 덴고

  아오마메 덴고
메인 직업 마샬 아츠 강사  수학 강사
서브 직업 킬러(여자들을 괴롭히는 남자 한정) 소설가
이상형 계란형 머리통의 정수리에 머리숱이 없는 숀 코네리 같은 남성 연상의 여인
연애하고 있는 사람 딱히 없음. 원나잇만 즐기다가 어느날 경찰관 아유미를 만나 같이 위험한 데이트를 즐기러 다님 매주 금요일 10살 연상의 유부녀와 함께 잠자리만 함께 할 뿐, 그에게 사랑은 없다.
유년시절 '증인회'라는 신자의 부모님 밑에서 커 와 종교를 강요당함. 그래서 부모와 절연하고 종교를 버림. NHK수금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수금하러 다녔고, 그것에 대해 신물이 나 있음. 
트라우마 - 한 살 때, 어머니가 외도하는 장면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 있어 때때로 그것이 덴고를 괴롭혀 옴. 
'선구'와의 연관성? 어느날, 쓰바사라는 소녀가 노부인의 세이프 하우스에 찾아와 '선구'의 리더가 어린 여자 아이들을 상대로 성폭행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아오마메는 노부인의 명령을 따라 '선구'의 리더를 살해 계획을 세우고 있다.  후카에리의 작품 '공기 번데기'를 고스트 라이터(Ghost Writer)로 활동하다 '선구', '리틀 피플', '두 개의 달'과 엮이게 된다. 

 

# 떡밥1.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

 레오시 야나체크는 1854년에 모라비아 마을에서 태어나 1928년에 사망했다. 책에는 만년의 얼굴 사진이 실려 있었다. 대머리는 아니어서 힘찬 들풀 같은 백발이 머리를 뒤덮고 있었다. 두상까지는 모르겠다. <신포니에타>는 1926년에 작곡되었다. 야나체크는 애정 없는 불행한 결혼생활을 보냈지만, 1927년 63세일 때 유부녀 카밀라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기혼자 간의 노숙한 사랑이다. 한때 슬럼프로 고민했던 야나체크는 카밀라와의 만남을 계기로 왕성한 창작용을 되찾았다. 그리고 만년의 걸작이 차례차례 세상의 호평을 받게 된다. 
 어느 날 그녀와 둘이서 공원을 산책할 때, 야외음악당에서 연주회가 열리는 것을 본 그는 발을 멈추고 그 연주를 들었다. 그때 야나체크는 마침 큰 스포츠 대회를 위한 팡파르의 작곡을 의뢰받은 상태였고 그 팡파르의 모티프와 공원에서 얻은 '악상'이 하나가 되어 <신포니에타>라는 작품이 태어났다. '작은 교황곡'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구성은 어디까지나 비전통적이고 금관악기에 의한 휘황한 축제 같은 팡파르와 중추적인 차분한 현악 합주가 함께 어우러지면서 독자적인 분위기를 빚어내고 있다. 

 아오마메는 거사를 치루기 위해 택시를 탄 어느 날, 택시 안에 울려퍼지는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를 시작과 동시에 알아챘다. 아오마메는 <신포니에타>와 어떤 접점도 있지 않았다. 하지만 기묘하게 그녀는 <신포니에타>라는 사실을 곧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덴고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취주학부에 들어가서 팀파니를 연주하며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를 연주했다. 고등학생이 연주하기 어려운 곡이지만 덴고는 별로 압박감을 느끼지 않고 진심으로 연주를 즐겼다. 

 

 아오마메는 연도에 대한 기억력이 좋다. 하지만 딱 2가지 사건의 기억이 그녀의 머릿 속에 없었다. 그 것은 모토스 호수의 총격전 그리고 NHK 수금원 사건이다. 경찰 제복과 권총이 새롭게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그 사실이 너무 낯설어 언제부터 바뀌게 된 것인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과거를 추적해 보기로 한다. 

# 떡밥2.모토스 호수의 총격전

 자위대와 경찰은 도주한 열 명의 과격파 멤버의 뒤를 쫓아 대대적인 토벌작전을 펼쳐 세 명을 사살하고 두 명에게 중상을 입히고 네 명(그 주중 한 명은 여성)은 체포했다. 한 명은 행방불명인 채 발견되지 않았다.  

  후카다 다모쓰(후카에리의 아버지)가 이끄는 그룹은 야마나시 현의 산 속에서 자신들의 목적에 적합한 한적한 마을을 찾아냈다. 자금원은 끝까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선구'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순조롭게 운영되면 '선구'는 온건파(자본주의 체제 반대)와 무투파(혁명 지향 그룹)으로 갈렸다. '선구'는 원래 처음 자리잡았던 마을에 그대로 남고, 무투파는 '여명'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폐촌으로 옮겼다. 당시 1976년, '선구'의 분열 이후 후카에리는 '선구'를 탈출해서 에비스노 선생(후카에리 아버지의 친구) 집으로 왔다. 

 1981년(책의 배경은 1984년), 총격사건이 일어나 '여명'은 괴멸했다. 그리고 유기농공동체였던 '선구'는 종교법인으로 되어버려 경찰이 수사하기 어려운 곳이 되어버렸다. 

 

# 떡밥3. NHK 수금원 사건

  10월 12일에는 도쿄 이타바시 구의 주택가에서 NHK 수금원(56세)이 수신료 지불을 거부한 대학생과 말다툼을 하다가 가방에 넣고 다니던 식칼로 상대의 복부를 찔러 중상을 입혔다. 수금원은 출동한 경찰에게 그 자리에서 체포되었다. 수금원은 피투성이의 식칼을 손에 들고 거의 망연자실한 상태로 현장에 우두커니 서 있었고, 체포당할 때에는 전혀 저항을 하지 않았따. 수금원은 6년 전부터 정식 직원으로 일했고 근무태도는 극히 성실하고 실적도 우수했다고 한 동료가 말하고 있었다. 
...(중략)
 수금원의 이름은 아쿠타가와 신노스케였다. 멋진 이름이다. 대문호의 이름 같다. 사진은 실려 있지 않았다. 칼에 찔린 다가와 아키라 씨(21세)의 사진이 있을 뿐이다. 다가와 씨는 니혼 대학 법학부 3학년생으로, 검도 2단이었다. 죽도를 손에 쥐고 있었다면 쉽게 칼에 찔리지 않았을 테지만 보통사람은 죽도를 손에 들고 NHK 수금원과 이야기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또한 보통의 NHK 수금원은 가방에 식칼을 넣고 다니거나 하지는 않는다. 아오마메는 그뒤 며칠 치의 보도를 주의깊게 추적했지만 그 칼에 찔린 학생이 죽었다는 기사는 눈에 띄지 않았다. 아마도 목숨은 건졌던 것이리라.

  덴고의 아버지는 NHK 수금원의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었다. 초등학생이었던 덴고는 아버지를 따라다니면서 TV 수신료를 집집마다 받으러 다녔다. 수금을 하기는 쉽지는 않지만, 어린 아들과 함께 가면 사람들은 민망해서 빨리 보내버리려고 하는지 꽤 잘 먹혔다. 그래서 덴고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매주 일요일은 수금하러 다니는 날이었다. 아는 학급 친구를 마주치는 날에는 끔찍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날, 아버지께 더 이상 수신료를 받으러 다니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고, 집을 나갔다. 갈 곳이 없었던 덴고는 담임 선생님을 찾아갔고, 그리고 담임 선생님은 아버지께 잘 말씀드려서 그 이후로 수금을 하러 다니지 않을 수 있었다. 

 덴고가 NHK 수금원 아버지를 두고 매주 일요일마다 수금하러 다닐 때, 매주 일요일마다 '중인회'라는 종교의 신자인 엄마에 끌려다니면서 선교를 위해 돌아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와 말 한 마디 해본 적이 없는 덴고는 한 번 그녀를 도와준 적이 있었다. 어느 몸시 맑은 12우러 초순의 오후, 그녀는 덴고의 손을 잡고 그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그녀는 말없이 덴고의 손을 세게 잡고 교실을 나갔다. 

 

# 떡밥4. 아오마메 잊지 못하는 첫사랑 

  아오마메에겐 소중한 친구 다마키가 있었다. 그녀는 고등학교 때 소프트볼 팀에서 만났고, 그들은 장난으로 서로의 몸을 탐닉한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들이 호모섹슈얼이라는 것은 아니었다. 아오마메와 다마키는 서로가 소중했다. 다마키는 남자보는 눈이 굉장히 낮았는데, 만나는 남자들마다 진상이 따로 없었다. 그녀가 결혼했던 남자는 매일 몰래 폭행을 저질렀고, 다마키는 그것을 참을 수 없어 자살을 했다. 나는 당연히 다마키가 아오마메의 첫사랑일 줄 알았지? 그런데 아니었다.

  "당신은 열 살이었을 때의 일을 기억하나요?" 노부인이 아오마메에게 물었다. 
 "네, 기억하죠." 아오마메는 말했따. 그해에 그녀는 한 남자애의 손을 잡았고, 평생 그를 사랑할 것을 맹세했다. 그 몇 달 뒤에는 초경을 맞았다. 아오마메 안에서 그때 많은 일들이 변화를 이루었다. 신앙을 버리고 부모와의 절연을 결심했던 것도 그때였다. 

 이 문구를 보자마자, 아오마메가 잊지 못하는 첫사랑의 정체는 바로 "덴고"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첫사랑을 찾게 되면 결혼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첫사랑을 찾고 싶지 않았다. 어쩌다 우연히 만나게 되면 모를까, 평생 만나지 않아도 괜찮다. 인연이라면 언젠가 만나게 될 것임을 알고 있다. 

 

# 떡밥5. 리틀 피플과 <공기 번데기>

<공기 번데기>의 주인공은 아마도 과거의 후카에리 자신이었으리라.
 그녀는 열 살의 소녀이고, 산 속에 있는 특수한 코뮌에서(혹은 코뮌 비슷한 곳에서) 한 마리의 눈 먼 산양을 돌보고 있다. 그것이 그녀에게 주어진 일거리다. 모든 어린아이들에게는 저마다 일거리가 부여되어 있다. 그 산양은 늙기는 했으나 그 커뮤니티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 산양이며, 뭔가에 해를 입지 않도록 지켜야 할 필요가 있다. 한시도 눈을 떼어서는 안 된다. 그녀는 그렇게 지시를 받았다. 하지만 깜박 눈을 뗐고 그 사이에 산양은 그만 죽고 만다. 그녀는 그 일로 징벌을 받는다. 죽은 산양과 함께 오래된 흙벽의 광에 들어가게 된다. 열흘 동안 소년느 완전히 격리되고 바깥에 나가는 건 허락되지 않는다. 누군가와 말을 하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다. 
 눈 먼 산양은 리틀 피플과 이 세계의 통로 역할을 맡고 있었다. 리틀 피플이 착한 사람들인지 나쁜 사람들인지 그녀는 알지 못한다.(덴고도 물론 모른다). 밤이 되면 리틀 피플은 산양의 사체를 통해 이쪽 세계로 찾아온다. 그리고 날이 밝으면 다시 그쪽 세계로 돌아간다. 소녀는 리틀 피플과 대화할 수 있다. 그들은 소녀에게 공기 번데기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준다. 

 17세 소녀 후카에리는 <공기 번데기>라는 작품을 썼는데, 난독증이 있어서 글을 읽거나 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에비스노 선생의 딸 '아자미'를 통해 <공기 번데기>가 완성이 되었는데, 이 작품을 접한 고마쓰는 후카에리가 천재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래서 고마쓰는 그녀의 책을 덴고를 통해 손 봐서 신인상 응모작으로 출판사에 보내고 싶었다. 결국은 덴고가 원고를 고치고, 후카에리는 신인상을 받으며 책은 매진되었고 그녀는 천재 작가로 스타가 되었다. 

  리틀 피플도, 공기 번데기도 실재한다, 고 후카에리는 덴고에게 말했다. 그녀는 '선구'라는 코뮌 안에서 눈 먼 산양을 실수로 죽게 했고, 그 징벌을 받으면서 리틀 피플을 알게 되었다. 그들과 함꼐 밤마다 공기 번데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결과, 그녀에게 뭔가 큰 의미를 가진 일이 일어났다. 그녀는 그 일을 이야기의 형태로 말했따. 덴고가 그 이야기를 소설의 형태로 정비했다. 말을 바꾸자면 상품의 형태로 바꾼 것이다. 그리고 그 상품은(고마쓰의 표현을 빌리잠녀) 핫케이크처럼 만드는 족족 팔리고 있다. '선구' 입장에서는 그건 그리고 좋지 않은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리틀 피플과 공기 번데기 이야기는 외부에 밝혀져서는 안 되는 중대한 비밀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비밀이 더이상 새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후카에리를 유괴하여 그 입을 차단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런데 리틀피플에서 탈출한 또 다른 여자 아이가 등장했다. 아오마메는 또 다른 여자아이 쓰바사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평생을 통해 약 사백 개의 불과해요." 노부인은 말했다. "난자는 다달이 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났을 때부터 여성의 체내에 고스란히 비축되어 있어요. 아직 생리는 시작되지 않았으니 거의 손대지 않은 채 그대로 있어야 하겠지요. 이 아이 안에도 그런 난자가 비축되어 있어요. 아직 생리는 시작되지 않았으니 거의 손대지 않은 채 그대로 있어야 하겠지요. 서랍 속에 차곡차곡 담겨 있어야 해요. 그 난자의 역할은 말할 것 없이 정자를 맞아들여 수태하는 것입니다."
 아오마메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성과 여성의 그 멘탤리티의 차이 대부분이 거기에서 비롯된다고 하더군요. 생식구조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순수하게 생리학적인 견지에서 말하자면, 우리 여성은 한정도니 수의 난자를 보호하는 것을 주제로 삼아 살아가는 것이에요. 당신도 나도, 그리고 이 아이도." 그리고 그녀는 엷은 미소를 입가에 띠었다. "내 경우에는 물론 그렇게 살아왔다, 라는 과거형이 되겠지만."
 그렇다면 나는 지금까지 대략 이백 개의 난자를 이미 배출한 셈이다, 라고 아오마메는 재빨리 머릿속에서 계산했다. 앞으로 대략 반 분량이 내 안에 남아 있다. 아마도 '예약 완료'라는 딱지르 ㄹ붙은 채. 
 "하지만 이 아이의 난자가 수태하는 일은 없어요." 노부인은 말했다. "지난주에 잘 아는 의사에게 검사를 받았습니다. 이 아이의 자궁은 파괴되었어요."
 아오마메는 얼굴을 찌푸리며 노부인을 보았다. 그리고 살짝 고개를 돌려 소녀에게 눈길을 던졌다. 도무지 말이 나오지 않았다. "파괴되었다고요?"
 "네. 파괴된 거예요." 노부인은 말했다. "수술을 해도 원래대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대체 누가 그런 짓을?" 아오마메는 말했다. 
 "분명한 건 아직 모릅니다." 노부인이 말했다.
 "리틀 피플." 소녀가 말했다. 

 리틀 피플은 소녀들의 몸에 무슨 짓은 한 것이고, 후카에리는 무슨 짓을 당한 것일까? 에비스노 선생과 덴고의 대화로 추측해볼 수 있었다. 

 선생은 덴고의 얼굴을 보았다. 그의 눈에는 이제 특별한 빛이 깃들어 있었다. 
 "내가 알고 싶은 건 '선구'에서 에리의 몸에 어떤 일이 있었느냐는 것이야. 그리고 또한 후카다 부부가 어떤 운명을 걷고 있느냐는 것이지. ...."

 눈 먼 산양, 리틀피플, 공기 번데기, 파괴된 난자, 열 살 소녀들... 이 모든 것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 것인가?

 이윽고 그녀의 입이 천천히 열리고 거기에서 리틀 피플이 차례차례 나온다. 그들은 주위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한 사람, 또 한 사람 모습을 드러낸다. 노부인이 눈을 뜬다면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테지만 그녀는 깊이 잠들어 있다. 한참 동안 눈을 뜨지 않을 것이다. 리틀 피플은 그것을 알고 있다. 리틀 피플의 수는 모두 합해 다섯 명이었다. 쓰바사의 입에서 나올 때는 그녀의 새끼손가락만한 크기였지만, 완전히 밖으로 나오자 접이식 도구를 펼칠 때처럼 몸을 움찔움찔 틀어 30센티민터 정도의 크기가 되었다. 모두 아무런 특징 없이 비슷한 옷을 입고 있다. 얼굴 생김새도 특징이 없어서 한 사람 한 사람을 분간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들은 침대에서 바닥으로 살그머니 내려서서 침대 밑에서 고기만두 정도 크기의 물체를 끌어냈다. 그리고 그 주위에 둥그렇게 원을 그리고 모두 함께 그것을 열심히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하얗고 탄력이 뛰어난 것이다. 귿르은 허공에 손을 뻗어 거기에서 익숙한 손놀림으로 희고 반투명한 실을 잡아내고, 그 실을 사용해 말랑말랑한 물체를 조금씩 크게 만들어갔다.  그 실에는 적당한 점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의 키는 어느새 60센티미터 가까이가 되었다. 리틀 피플은 자신의 키를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작업은 몇 시간째 이어지고, 다섯 명의 리틀 피플은 말 한마디 나누지 않고 일에 열중했다. 귿르의 팀워크는 긴밀하고도 빈틈이 없었다. 쓰바사와 노부인은 그동안 몸 한 번 움직이지 않고 깊이 잠들어 있었다. 세이프하우스의 다른 여성들도 모두 저마다의 침상에서 여느 때처럼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독일 셰퍼드는 무슨 꿈이라도 꾸었는지 잔디 위에 몸을 웅크린 채 무의식의 깊은 안쪽에서 미약한 소리를 냈다.  
 머리 위에서는 두 개의 달이 약속이라도 한 듯 기묘한 빛으로 세계를 비추고 있었다. 

 WTF.. 이게 뭔 말이야..? 난 여태까지 리틀피플 허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선구'의 리더가 순진한 어린 아이들을 꼬드겨서 성폭행해놓고 그것을 리틀 피플이라고 부른다고 생각했단 말이다... 근데 입 안에서 엉금엉금 나오는 손가락 크기의 진짜 징그러운 것들이 공기 번데기를 진정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가? 저렇게 만들고 다음 날, 독일 셰퍼드는 내장이 요란하게 터진 채로 죽어 있었다. 흠..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건지... 영...

# 떡밥6.  두 개의 달 

 달은 누구보다 오래도록 지구의 모습을 근거리에서 보아왔다. 아마도 이 지상에서 일어난 현상이며 행위 모두를 목격했을 것이다. 하지만 달은 침묵한 채 말을 하지 않는다. 한없이 차갑게, 적확하게, 무거운 과거를 품어안고 있을 뿐이다. 그곳에는 공기도 없고 바람도 없다. 진공은 기억을 아무 상처 없이 보존하기에 적합하다. 어느 누구도 그런 달의 마음을 풀어낼 수 없다. 아오마메는 달을 향해 잔을 치켜 들었다. 
 "요즘 누군가와 껴안고 자본 적 있어?" 아오마메는 달에게 물었다.
 달은 대답하지 않았다.
 "친구는 있어?" 아오마메는 물었다. 
 달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게 쿨하게 살아가는 거, 이따금 피곤하지 않아?"
 달은 대답하지 않았다. 

 친구 다마키를 잃고, 우연히 만나게 된 아유미와 꽤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 어느날 아유미는 아오마메와 근사한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아오마메네 집에서 자게 됐는데, 옆에서 자고 있는 그녀를 뒤로 한 채 창문 너머의 달을 보았다. 하늘에는 달이 두 개 떠 있었다. 작은 달과 큰 달. 그것이 나란히 하늘에 떠 있다. 큰 쪽이 평소에 늘 보던 달이고, 그 곁에 다른 달이 있다. 약간 일그러졌고 색깔도 엷은 이끼가 낀 것처럼 초록빛을 띠고 있다. 노란색 달과 초록색 달. 

 

# 조지 오웰, 1984년

 "자네도 잘 알겠지만, 조지 오웰은 소설 <1984년>에서 빅 브라더라는 독재자를 등장시켰어. 물론 스탈린주의를 우화적으로 그린 것이지. 그리고 빅 브라더라는 용어는 그 이후 일종의 사회적 아이콘이 되었네. 그건 오웰의 공적이겠지. 그리고 바로 지금, 실제 1984년에 빅 브라더는 너무도 유명하고 너무도 빤히 보이는 존재가 되고 말았어. 만일 지금 우리 사회에 빅 브라더가 출현한다면 우리는 그 인물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하겠지. '조심해라. 저자는 빅 브라더라!' 하고. 다시 말해 실제 이 세계에는 더이상 빅 브라더가 나설 자리는 없네. 그 대신 이 리틀 피플이라는 것이 등장했어. 상당히 흥미로운 언어적 대비라고 생각지 않나?"

 빅 브라더 와 리틀 피플, 상당히 흥미로운 언어적 대비지만 진정으로 비교를 하기 위해선 조지 오웰의 <1984년>과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전체 다 읽어 보아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 1Q84 𝛪 을 읽고 나서?

운전기사는 단어를 신중하게 고르며 말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제부터 평범하지 않은 일을 하려는 거예요. 그렇죠? 보통 사람이라면 대낮에 수도고속도로의 비상계단을 내려가는 일은 안 합니다. 특히 여자들은요."
"그렇겠죠." 아오마메는 대답했다. 

"그래서 그런 평범하지 않은 일을 하고 나면 일상 풍경이, 뭐랄까,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어요. 하지만 겉모습에 속지 않도록 하세요. 현실은 언제나 단 하나뿐입니다."

1Q84의 시작은 압도적이었다. 자극적이었고 특이했다. 지금껏 뭐하다 이 책을 지금 읽게 됐는지 모르겠다. 제15장 아오마메, 기구에 닾을 매달듯 단단하게 이 부분은 내가 제일 좋아하고 동경하는 부분이 되었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은 아오마메가 이미 살고 있었지 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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