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3.11]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 대런 애쓰모글루, 제임스 A. 로빈슨 | 12장 악순환

2026. 3. 12. 13:10그냥, 독서로그

반응형

 

 

 

12장 악순환

시에라리온의 착취적 제도

간접 통치 수단의 일환으로 영국은 또 대추장이 종신 직위라고 규정했다. 추장의 자격은 인정받을 만한 ‘세도가勢道家’의 일원으로 국한되었다. 추장령에서 세도가의 정체성은 오랜 세월을 거치며 만들어졌지만, 근본적으로 특정 지역의 왕가 또는 19세기 말 영국과 조약을 맺은 엘리트 가문의 혈통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추장도 선출직이었지만 민주적 과정을 거치지는 않았다. 부족위원회Tribal Authority에서 대추장을 결정했는데 대추장, 촌락 추장, 영국 당국이 임명한 하급 추장으로 구성된 기구였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대런 애쓰모글루·제임스 A. 로빈슨  저/최완규 역 - 밀리의 서재

 

어딜가나 영국이 문제였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와 <위어드>를 읽다 보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견고하게 다져진 민주주의, 자유, 자본주의, 부자가 된 국가들의 베이스 등을 담고 있어 거의 찬양하다시피 언급하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지들끼리만 견고했고, 다른 식민지 나라들에 대한 배려는 얄짤 없었다. 자신의 국민들만 소중한줄 알고, 다른 나라는 거의 착취의 착취를 일삼았다. 뭔가 읽으면 읽을 수록 실패하는 나라의 악순환보다는 교묘하게 이용하는 영국이 더 꼴뵈기 싫은 것 같다. 

 

악순환의 매커니즘

한층 여유가 있고 인민의 지지로 추장이 선출되던 기존의 상황을 세습귀족으로 갈아치웠다. 프리타운이나 영국의 후원자에게 신세를 지고 있는 종신 추장이 권력을 휘두르며 정작 자신들이 다스리는 인민은 거의 아랑곳하지 않는 엄격한 정치체제가 고개를 든 것이다. 영국은 다른 방식도 동원해 기꺼이 기존 제도를 뒤엎었다. 일례로 말 잘 듣는 다른 인물로 합법적인 기존 추장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아닌 게 아니라 시에라리온 독립 후 첫 두 총리를 배출한 마르가이 가문은 가옥세 반란 당시 집권했던 니야마Nyama 추장에 맞서 영국 편을 들었고, 결국 로어 반타Lower Banta 추장령에서 권력을 거머쥐게 되었다. 니야마는 축출되었고 마르가이 가문이 추장을 독차지하며 2010년까지 자리를 지켰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대런 애쓰모글루·제임스 A. 로빈슨 저/최완규 역 - 밀리의 서재

 

말 잘 듣는 하인을 대가리로 임명해주면서 간접적으로 통치하는게 너무 일본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영국의 말을 잘 안 들으면, 다시 말을 잘 듣는 대추장으로 뽑을테니 영국의 개가 확실히 되어야 했다. 이렇게 잘만 하면, 세습 정치로도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영국은 딱히 시에라리온의 지역을 자신의 나라로 삼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던 것 같다. 그저 그 지역에서 나는 농작물들을 착취하여 돈을 벌 생각만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일부러 직접 통치보다는 간접 통치를 하면서 무슨 일 터지면 바로 내뺄 준비를 했던게 아닐까? 하지만 일본같은 경우엔 우리 나라를 아예 먹고 싶었던 것 같다. 뿌리까지 다 바꿔버리겠다는 생각으로 일본어를 가르치기까지 했다. 어쩌면, 일본이 욕심을 부리지 않고 딱 착취만 했다면 우리나라는 시에라리온의 꼴이 나지 않았을까.. 소름이 쫙!

이런 악순환이 거듭되는 데는 당연한 이유가 있다. 착취적 정치제도는 착취적 경제제도로 이어져 다수를 희생시키면서 소수의 배만 불려준다. 따라서 착취적 제도로 이득을 보는 자들은 사병과 용병을 키우고, 판사를 매수하고, 정권 유지를 위해 부정선거를 저지를 충분한 자원을 가지게 된다. 또한 체제를 수호해야 할 이유가 분명해진다. 따라서 착취적 경제제도는 착취적 정치제도가 꾸준히 살아남을 토대를 다져준다. 착취적 정치제도를 기반으로 한 정권이 권력을 소중하게 여기는 이유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경제적 부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착취적 정치제도는 권력 남용을 견제할 수단을 제공하지 않는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대런 애쓰모글루·제임스 A. 로빈슨 저/최완규 역 - 밀리의 서재

 

착취제도의 악순환은 정치에서 경제쪽으로 옮겨간다는 것이다. 그 누구도 독재에 대해 브레이크를 거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냥 질주하는 것이다. 그 안에서 돈을 버는 사람만 버는 구조가 되겠지. 

 

엔코미엔다에서 토지 강탈에 이르기까지

과테말라의 착취적 정치・경제 제도를 대표로 중앙아메리카의 현실을 알게 되었다. 기존 에스파냐에서 온 정복자들은 에스파냐로부터 원주민을 상대로 노동력 착취를 허가 받았기 때문에, 부와 독재가 세습되었다. 그러자 나폴레옹과의 전쟁으로 인해 모두가 평등하다던 법안인 '카디스 헌법'이 오자 딱히 따르고 싶지 않았다. 그들은 에스파냐에서 독립해 철저하게 착취하려고 했다. 

 

내가 참 커피를 좋아하는데 이번 장은 참 씁쓸했다. 과테말라에서 커피 수출로 인해 번 돈이 꽤 쏠쏠했기 때문에 더 많은 노동력과 땅을 강제로 요구했다. 내가 하루의 여유로 마시는 커피가 과테말라에서는 착취를 당해 짜낸 원두라는 생각을 하면 괜히 세상이 참 서글퍼진다. 

 

노예제도에서 흑인차별정책으로

과테말라의 제177호 포고령과 비슷한 앨라배마 흑인단속법은 부랑자 법과 노동자 ‘유인’을 금지하는 법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노동력의 이동을 방해하고 노동시장의 경쟁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고안된 이 법의 골자는 남부 농장주에게 여전히 저비용 노동력을 동원할 수 있는 믿을 만한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었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대런 애쓰모글루·제임스 A. 로빈슨 저/최완규 역 - 밀리의 서재

 

노예로 부려먹으면 0원이 나가는데, 노예제도가 폐지가 되니 머리를 쓴 것이다. 흑인단속법을 시작해서, 일하지 않은 흑인은 처벌하고 벌금이 없으면 강제 노역을 하는 '부랑자 법'을 만들었다. 그리고 다른 남부 농장주가 스카웃할 수 없게 유인을 금지했다. 다른 농장주가 스카웃을 하게 되면 너도 나도 몸값을 올리게 되는 것이고,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부는 선거인단이 러더퍼드 헤이스를 지지하는 대가로 남부에서 북부군이 철수하고 독자적인 기구에 자치를 맡겨달라 요구했고, 헤이스는 이를 수락했다. 남부의 지지 덕분에 대통령이 된 헤이스는 군대를 철수시켰다. 1877년 이후, 남북전쟁 이전의 농장주 엘리트층이 실질적으로 다시 기반을 잡는 시기가 열린 것이다. 남부의 복원으로 새로운 인두세와 투표를 위한 문맹 시험이 도입되었는데 말할 것도 없이 흑인의 투표권을 체계적으로 박탈하기 위한 것이었고, 가난한 백인 일반인마저 투표권을 빼앗기기 일쑤였다. 이런 시도는 성공을 거듭해 소수 농장주 엘리트층이 정치권력을 틀어쥐는 민주당Democratic Party 일당독재체제가 구축되었다. 흑인차별법에 따라 차별적이고 당연히 열등할 수밖에 없는 학교가 만들어졌다. 일례로 앨라배마는 1901년 이를 위해 주 헌법까지 고쳤다. 참으로 놀라운 것은, 시행되지는 않지만 오늘날까지도 앨라배마 주 헌법 256조가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대런 애쓰모글루·제임스 A. 로빈슨 저/최완규 역 - 밀리의 서재

 

흑인들의 투표권을 없애기 위해, 글을 못 읽는 사람들이나  일정 수준의 재산이 없으면 투표권을 주지 않는 등의 파렴치한 짓을 벌였다고 한다. 하지만 꼭 흑인만 이런 상황을 겪었던 것은 아니고, 가난한 백인들도 자칫 투표권을 뺏길 뻔 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런건지, 가장 가난한 주는 남부에 있는 미시시피 주와 루이지애나 주 등들이 뽑힌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부정적 순환 고리와 악순환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견고하게 다져진 민주주의를 바로 도입한다기 보다는 다원적인 각도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라는 생각이 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