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5. 27. 09:35ㆍ내일이면 잊을 순간의 사색
제가 독서에 미친 사람은 아닌데요, 독서가 즐거운 취미 중 하나긴 합니다.
거의 2020년까지는 1년에 서너권 정도 읽으면서 읽고 싶은 책만 편식하면서 읽었습니다.
근데 2021년 10월부터 노션에 노션에 무슨 책을 읽었는지 기록도 하고,
블로그에 독후감도 올리기 시작하면서 거의 뭐 미션/챌린지가 되었습니다...
가끔씩은 독서와 독후감 둘 다 숙제같이 느껴지기도 한답니다...ㅎ

네이버 블로그의 일상 포스팅하기도 힘든데요,
거기다 이렇게 숙제처럼 독후감을 쓰려고 티스토리 블로그까지 작성하려니 어지간히 지치는게 아니에요...
이젠 딱히 감상평이 생각나지 않는 작품들은 읽게 되면, 그 때는 블로그를 굳이 작성하지 않는 여유까지 생겼습니다.
누가 제가 마구 마구 써내려간 독후감을 봐준다면 감사하겠지만요.
그냥 제가 나름 자부하는 일이라 블로그에 기록용으로 남기려고 쓰는 것도 있습니다.
(이 글 또한 기록용으로 남기는거죠...)

독서 챌린지를 하게 된 계기?
죽기 전에 딱 하나 꼽을 수 있는 인생 책이 갖고 싶었습니다.
인생영화, 인생여행지, 인생노래,..
다들 그렇다시피 본인이 애정하는 분야가 여러가지가 있고, 매번 그 타이틀이 갱신되기도 합니다.
근데 과거를 회상해보니 열정을 갖고 독서했던 때는 고등학생 때가 끝이더라구요.
당시 감명깊게 읽은 책이 고등학교 때 읽었던 공지영 작가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라는 작품이었습니다.
아... 고등학교 졸업 이후, 책이라곤 역사책 몇 권이 다라는 사실에 좌절했습니다......
그래서 인생책을 찾아 나서기 위한 여정을 떠났습니다.
편식하지 않고 다양한 책을 읽어나가기로 결심했죠.

독서의 순기능?
독서를 하면 자연스럽게 글솜씨가 좋아지길 바랐지만, 그건 재능+노력의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필사도 많이 하고, 글로 생각을 표현하는 훈련을 자주 하신 분들은 확실히 글솜씨가 좋으신 것 같네요...
전... 노력하지 않으니 늘 제자리 걸음입니다.
아 그래도... 저 책 읽으면서 얻은 장점 하나 있는데, 요약 정리 자신있습니다!
비문학 읽을 때, 매 장마다 요약을 안 해놓으면 무슨 내용이었지만 잊어버리거든요.
그래서 노션에 항상 인용구 + 요약 + 내 생각 이 정도는 합니다.
글쓰기 외에 또 장점들이 있습니다!!!!
책을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답니다.
다양한 인간 군상을 책에서 접하게 되니, 그 사람들의 생각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되었죠.
그래서 오히려 실제 사람들을 만날 때 "다 내가 알지 못하는 각자 사정이 있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인간은 입체적인 캐릭터잖아요. 관점에 따라 선할 수도, 악할 수도 있는거죠.
그리고 놀라운 점은요, 고전 문학에 나오는 캐릭터들과 현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정치적/사회적/경제적/... 환경이 다르거든요? 근데 고전문학에 나오는 인물들의 성격이 은근히 내 주변 혹은 나 자신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이 처한 상황은 다를 지언정, 그 상황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성향을 알 수 있는거죠.
"행복한 가정은 살아가는 모습이 서로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괴로워하는 법이다."
- 래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러시아 19세기 후반을 배경으로 쓰여진 <안나 카레니나>의 도입부 첫 문장입니다. 결혼 생활을 정의하는 유명한 문장이라 인용했는데, 결국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사람 사는거 다 거기서 거기다! 라는 겁니다. 혼인신고 도장 찍고, 살짝 혼란했던 시기에 이 책을 읽고 나름 위안을 받았습니다ㅋㅋㅋㅋㅋ
예상과 다른 결과 앞에서도, 스스로를 탓하기보다 한 걸음 물러설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아.. 이건 성향의 차이일 수도 있을까요?
그래도 저는 독서를 시작하면서 성향이 바뀐 케이스기 때문에 장점으로 넣을게요.
예를 들면, 매트 헤이그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테트 창의 <숨: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에서, 무엇을 결정했어도 다시 정해진 운명은 바꿀 수 없다는 메시지를 줍니다.
결국, 관점의 차이거든요.
그 바꿀 수 없는 운명을 갖고 내내 비참해지던지,
혹은 새로운 극복 서사가 있는 드라마를 써내려갈건지는 본인만이 결정할 수 있더라구요.
생각의 폭이 확장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위의 이야기를 비슷한 맥락이긴 한데요, 쬐끔 달라요.
그런 얘기 있잖아요, 책 한 권만 읽은 사람이 가장 무섭다.
잘 모르고 무식하게 신념을 갖지 않으려고, 다양하게 읽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도 가끔 잘 모르고 떠들 때도 있답니다...ㅋㅋㅋ 이 놈의 입이 문제죠)
약간은 비판의식도 생긴 것 같기도 하고요,
어느 한편으로는 그 대상의 선택을 존중하려고 노력하게 됐습니다.
최근에 읽은 책이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이라는 책이 있어요. 소년보호법에서 미성년에 해당되는 14살 중학생 2명이 4살 여아 살해를 저질렀는데요. 4살 여아의 엄마가 바로 그 중학생들의 담임 선생님이었답니다. 담임 유코가 직접 내리는 처벌에 대한 이야기를 5인의 시점에서 독백으로 풀어나가고 있답니다.
이 글을 읽으면 여러 생각들이 드는데요, 미성년자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리지 않는 것이 합당한지, 피해자 유족이 가해자를 직접 처벌하는 것에 대해, '모성애'라는 단어에 갇힌 여성들,... 등등의 생각들이 떠오릅니다.
어느 하나도 명료하게 결정하고 정의할 수 없었어요.
마지막! 지적 허영심을 채워주고, 자기 효용감을 느낄 수 있다는거죠.
저는 벽돌책들을 읽는걸 좋아해요. 재밌어서 읽는거 아니구요....다 읽었다는 성취감, 그리고 어려운 책을 읽었다는 지적 허영심때문에 읽는게 크죠.누가 이런 책 읽었다고 칭찬해주는 것도 아니지만, 그 두꺼운 책을 열심히 읽고 나만의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치면 그냥 스스로에게 떳떳하잖아요.어차피 남들은 단편적으로 보이는 제 모습을 평가할 뿐이고, 오직 제 자신만이 스스로를 인정할 수 있는거잖아요.
근데 이제는 꼭 무언가를 얻어내려고 읽지 않고, 그냥 읽습니다.
핵심은 감정이고 감정이란 뭔가가 일어났다는, 체험의 결과예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면 아무것도 겪지 않은 것과 다름없고, 아무것도 겪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것과 다름없으니까요. 끝내주는 음악은 끝난 뒤의 침묵도 끝내주죠. 죽여주는 영화는 극장 불이 켜진 뒤에도 자리에서 일어나는 걸 잊어버리게 하고요. 음악이든 그림이든 영화든 소설이든 그게 제대로 된 작품이라면 체험을 만들어 내야 해요. 그게 아니라면 뭘 제대로 만든 게 아닌 거죠.
"광인"중에서 교보eBook에서 자세히 보기: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4808937454677
숙제처럼 무언가를 느껴야할 필요는 없는 것 같고요, 남들이 느낀 감상과 제가 느낀 감상은 다르기도 하고요.
이젠 그냥 읽고, 무언가 느낀게 있는 책만 블로그에 남겨둔답니다.
요즘 한강 작가님께서 노벨문학상을 받고 난 후에, 텍스트힙, 병렬독서법,...등 많은 독서 애호가들이 생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독서 애호가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더 좋은 작품이 많아지고, 더 좋은 작가들이 나오길 바랍니다.
그래야 저도 인생 책을 찾아가는 여정이 계속될 것 같거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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