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레타 거윅(Greta Gerwig)의 바비(Barbie)가 떴다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바비랜드'에서 살아가던 '바비'가 현실 세계와 이어진 포털의 균열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켄'과 예기치 못한 여정을 떠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
갑자기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평평발'이 된 바비,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자 현실 세계로 떠나는 바비. 바비랜드에서는 바비 옆의 데코레이션 같은 존재였던 켄은 바비와 함께 현실 세계로 떠나서 가부장제를 배워왔다. 현실세계에선 남자가 대우받는 세상이었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시간을 물어봄에 의해 자신이 존중받게 되었다고 느끼게 된다. 그래서 바비랜드에 가부장제를 도입해 바비들을 세뇌시켜 '켄덤랜드'를 만들게 되는데....
# 바비 = 페미니즘?
I Am Kenough!
(켄충하다)
바비가 처음 등장했을 때, 그 진취적인 모습들이 많은 여자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바비의 완벽한 외모와 완벽한 커리어가 현대 여성들에게 오히려 더 많은 짐을 짊어주게 되는 코르셋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바비를 판매하고 있는 '마텔'이라는 회사의 임원진들은 전부 남자로 되어 있었다. 현실 세계는 바비랜드만큼 여성을 존중해주지 않았다.
그런데 과연 바비가 여성, 켄이 남성을 나타내는 것이 맞을까? 바비랜드에선 바비들과 켄들은 생식기를 갖고 있지 않다. 그 말 즉슨, 그 누구도 임신, 출산과는 관련이 없는 지배층(바비)와 들러리(켄)으로 이루어진 존재들인 것이다. 바비는 현실 세계에서 남성이었고, 켄은 여성이었다. 그들의 생김새가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여성과 남성의 옷을 입고 있었다 한들, 그들은 남성 혹은 여성 그 무엇의 "성"도 아니었다. 심지어 임신한 바비, 밋지는 생산 중단되고 혐오적인 존재로 분류되고 있었다. 바비는 마치 현실 세계의 계층 사회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바비 → 켄 → 이상한 바비 → 엘런 → 바비 밋지...
바비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은 우리 모두 누구의 들러리도 아닌, 나답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유리천장은 존재할 것이다. 켄들이 높은 자리에 앉고 싶다고 하니, 바비들이 일단 지방 쪽부터 시작해~ 하면서 자리를 절대 한 번에 내주지 않았던 것을 보니...ㅎ 오히려 페미니즘을 말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바비가 아닌 켄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인간이 되기 위해 그 누구의 허락도 필요치 않아
바비는 '평평발'이 되고, 셀룰라이트가 생긴 후로 죽음에 대한 공포, 불안, 슬픔, 실존적 위기 등을 느끼게 된다. 자신의 존재만으로도 많은 소녀들에게 도움이 됐다고 생각했고, 그녀 자체로 충분하다고 느꼈지만 세상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음에 좌절을 했다. 결국엔 켄덤랜드에서 바비랜드로 다시 회복을 했고, 다른 바비들은 승리를 느꼈지만, 마고 바비는 딱히 기쁘지 않았다. '생각'으로만 존재했던 바비는 이번 일을 계기로 '생각하는 주체'로 됐기 때문에 자신이 쓸모있는 바비인지 알고 싶었다.
바비의 창시자, 루시 핸들러가 나타나고 바비는 자신은 인간이 되고 싶다고 했다. 루시 핸들러는 바비가 인간이 되고 싶다면, 자신의 허락은 필요치 않다고 말해주었다. 바비 자체로, 자신이 되고 싶은 것이 되면 되는 것이다. 결말에 생식기를 만들기 위해 부인과로 가는 바비로 이야기는 마무리가 된다. 그렇지, 생식기가 있어야 인생의 쓴 맛과 단 맛을 모두 느낄 수 있지. ㅎㅎ
#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보는 내내 반가웠다. 에마 매키는 평소 마고 로비의 닮은꼴로 유명한데, 또 다른 바비로 출연했다. 슈티 개트와는 켄으로 출연했고, 코너 스윈델스는 마텔의 직원으로 출연했다.
# 추천 영화
01 그레타 거윅의 또 다른 작품 : 레이디 버드(2017), 작은 아씨들(2019)
02 원조 바비였던 금발이너무해(2001), 금발이 너무해2(2003)
# 전체적인 감상평
솔직히 얼핏 유치할 수도 있었고, 포털을 통과하는 것이 너무 쉬웠던 것. 임원진들이 포털을 통과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쓸모없는 존재들... 등 구성은 그럭저럭이었다. 그렇지만 마고 로비와 라이언 고슬링의 절제된 감정 연기가 다했던 것 같다. 바비의 처음 겪는 실존적 위기와 우울감, 켄의 자격지심과 열등감, 애정결핍... 고슬밥...다시 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