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3대 작가 '위화, <허삼관 매혈기(1995)>, <인생(1992)>

2025. 7. 28. 11:00그냥,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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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교보문고

 

중국 3대 작가 위화, 모옌, 옌롄커가 있다는 사실을 <허삼관 매혈기>를 읽다 알게 됐다.

중국이 그래도 나름 유서깊은 나라인지라 글솜씨가 당근 좋을텐데,

뭔가 언론이고 표현의 자유를 탄압당한다고 생각하니 글에서 체제 찬양이 느껴질까봐 별로 안 읽었었다.

근데 아직까지 모옌과 옌롄커 작가의 책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위화 작가의 책을 읽어보니, 교묘하게 체제에 대한 부당한 처사에 대해 고발하고 있다는게 느껴졌다.

 

막 적극적으로 표현하지는 않는다.

아무래도 중국도 역사의 오류가 있었다는 것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인정하되, 체제를 부정하지만 않으면 되는 것 같다. 

 

근데 약간 CJ감성이라 진짜 오랜만에 책 읽으면서 울컥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차가운 이성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는데ㅋㅋㅋㅋㅋ

나도 모르게 허삼관 그러지마! 유칭아 그러지마! 막 소리내서 말리는 수준까지 갔다. 

그 정도로 절절했던 아픈 역사가 담긴 이야기였다. 

 

 

역사적 배경(1940년대 ~ 1980년대 중국)

 

두 작품은 모두 공통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 1949, 마오쩌둥의 공산당이 국민당을 몰아내고,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웠다.
  • 1950년대 초, 토지개혁과 농업 집단화 : 지주의 땅을 몰수해서 농민에게 분배해줬다. 
    • 이후, 다시 뺏어서 인민공사를 세우고, 개인의 농지, 노동력, 도구까지 모두 공공재가 되어버림...ㅠ
  • 1958 ~ 1962 대약진 운동
    • 산업과 농업을 동시 발전시키자며, 농민들에게 철강을 만들게 했다.
    • 논밭 갈아엎으니, 농업 생산량이 없어졌는데 심지어 대기근까지 엎친데 덮쳤다. 
    • 수천만 명이 아사...
  • 1966 ~ 1976 문화대혁명
    • 지식인, 의사, 교사, 당 간부 등 수많은 사람들이 비판받고 숙청
    • 이웃간의 고발이 심화되어 이웃 간에도 감시와 배신이 일상화 되었다....ㅠ
  • 1978 ~ 1980 개혁개방 전,
    • 자유롭게 이직, 이사, 장사 불가...
    • 국가가 배급표, 노동 배치표로 삶을 통제

크게 역사의 타임라인을 나눠보면 너무 큰 일인지라 체감이 잘 안된다.

하지만 그 시대에 살았던 <허삼관 매혈기>의 허삼관네 가족, <인생>의 쉬푸구이의 가족의 일생을 들어보면 국민들에게 참 모질었던 시기였다. 그래도 그 사람들은 체제에 순응하며 개인의 아픔은 스스로 치유해 나갈 수밖에 없었다.

 

 

허삼관 매혈기 : 피 팔아 가족 맥여살린 썰

 

첫 번째 매혈

젊은 혈기인 허삼관은 처음 피를 팔아 35원을 벌고나니 결혼을 해야겠다 마음 먹었다.

꽈배기 서시라고 불리는 동네에 제일 가는 미인 허옥란과 허삼관은 살림을 차려 3형제 일락, 이락, 삼락을 낳고 오순도순 살고 있었다.

근데 일락이의 얼굴이 허삼관을 닮기는 커녕, 기계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하소용과 점점 닮아가는 것이 아닌가?

알고보니 허옥란이 결혼하기 전 하소용에게 겁탈을 당해 일락이를 갖게 된 것...ㅠ

 

두 번째 매혈

근데 이놈의 일락이가 방씨네 큰 아들을 반병신으로 만들어놓은게 아닌가...?

하소용에게 가서 병원비 타오라고 했지만 뭐 얻어터지고 돌아온 옥란씌..

방씨가 꽤나 젠틀하게 병원비 뜯어준지라, 곱게 물건 압수만 하셨다. 

삼관이는 또 자기 피도 아닌 일락이를 위해 피를 팔아 병원비를 물어줬다. 

 

세 번째 매혈

허옥란과 임분방 중 누굴 와이프로 삼을까 고민하다 결국 옥란씨와 결혼한 삼관씨.

근데 허옥란도 다른 씨를 갖고 결혼한지라, 괜히 뒤늦게 헛바람이 들어 임분방과 큰일을 치뤄버렸지 뭐람...(이 화상아)

근데 지도 뭔가 찝찝했는지 임분방에게 이것저것 뇌물을 줘야겠단 생각이 들었나보다. 

그래서 피를 팔아 임분방에게 잔뜩 선물해준걸 임씨 남편과 허옥란에게 바람 피운걸 들켜버렸다....

 

네 번째 매혈(내가 제일 좋아하는 에피소드)

삼관이가 일하던 누에 공장에서 철강이니 뭐니 해서 부업도 늘었고..

우리 인민들 덜 힘들게 식당에서 밥 딱 해줄거니 걱정하지 말라며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을 나라에서 싹 쓸어갔다.

근데 농부들이 철강에 집중하게 되니 농작물은 형편없고, 설상가상으로 가뭄까지 들었다.

나름 허옥란이 알뜰살뜰 돈과 쌀을 쟁여뒀지만 한~~~참 부족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아사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 삼락이가 아직도 침 삼켜요.” “삼락이가 침 삼키는 건 자기 고기를 먹는 거야. 네 고기가 아니잖아. 네 고기는 아직 다 안 됐잖니…….” 허삼관은 이락이의 홍사오러우를 만들어준 다음 일락이한테도 같은 질문을 했다. “일락이는 뭘 먹을래?” “홍사오러우요.” 허삼관은 기분이 약간 상했다. “세 놈이 죄다 홍사오러우를 먹겠다니……. 좀 일찍 말하지 않고. 일찍 말했으면 한꺼번에 만들잖아. 자, 그럼 일락이 줄 고기 다섯 점을 썰어서…….” “전 여섯 점 주세요.” “일락이한테 여섯 점을 썰어서, 고기와 비계를 반반으로…….” “고기는 빼주세요. 전부 비계로 해주세요.” “반반씩 해야 맛있는 거야.” “전 비계만 먹고 싶어요. 살이 하나도 없는 걸로 먹고 싶어요.” <허삼관 매혈기>, 위화 - 밀리의 서재

 

너무 배가 고프지만 생일을 맞이하여 아내와 삼형제에게 판토마임으로 홍사오러우와 붕어찜을 만들어주는 허삼관..

삼관씨 정말 낭만있잖아...?

애들도 아버지가 말로 음식을 해주면 더 울고 칭얼댈수도 있는데 어찌나 착한지

보이지도 않은 고기를 몇 점 더 달라고 침을 꼴깍 꼴깍 삼킨다.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어 애들한테 국수를 먹이고 싶었던 허삼관은 또 피를 팔러 나갔다.

근데 암만 생각해도 일락이한테는 돈이 아까운 것이다. 

자기 피도 아닌데 국수를 맥이고 싶지 않아 고구마로 저녁을 때우라고 한다. 

그래서 일락이는 국수 사줄 아비 찾아 가출을 하게 된다. (먹는걸로 치사하게 굴면 진짜 안됨!)

결국 허삼관은 일락이가 자기 아들 아닌 척 했지만 또 키운 정 무시 못한다고 찾으러 나가다 만났다. 

 

"자, 업혀라.”
 허삼관은 일락이를 업고 동쪽을 향해 걸어갔다. 골목을 지나 큰길로 접어들었는데, 그 길은 바로 성을 가로질러 흐르는 강 옆으로 난 길이었다. 걸어가는 중에도 허삼관의 입은 일락이에게 쉴 새 없이 욕을 퍼부었다.
 “이 쪼그만 자식, 개 같은 자식, 밥통 같은 자식……. 오늘 완전히 날 미쳐 죽게 만들어놓고……. 가고 싶으면 가, 이 자식아. 사람들이 보면 내가 널 업신여기고, 만날 욕하고, 두들겨 패고 그런 줄 알 거 아니냐. 널 11년이나 키워줬는데, 난 고작 계부밖에 안 되는 거 아니냐. 그 개 같은 놈의 하소용은 단돈 1원도 안 들이고 네 친아비인데 말이다. 나만큼 재수 옴 붙은 놈도 없을 거다. 내세에는 죽어도 네 아비 노릇은 안 할란다. 나중에는 네가 내 계부 노릇 좀 해라. 너 꼭 기다려라. 내세에는 내가 널 죽을 때까지 고생시킬 테니…….”
 승리반점의 환한 불빛이 보이자 일락이가 허삼관에게 아주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버지, 우리 지금 국수 먹으러 가는 거예요?”
허삼관은 순간 욕을 멈추고 온화한 목소리로 대답해주었다.
“그래.”
<허삼관 매혈기>, 위화 - 밀리의 서재

 

국수 한 그릇에 충성을 바치는 우리 일락이,..

피를 나누진 않았어도 서로 이 계기로 진짜 가족이 되었다. 

일락이는 이제 하나밖에 없는 장남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일락이한테 가끔 모질게 굴었지만 허삼관을 이해가 안되는건 아니다.

 

다섯 번째 혈

이번엔 피를 팔진 않았다.

어느 날 남의 가족을 풍비박산해놓고 나몰라라 했던 하소용이 교통사고로 저 세상 갈랑 말랑 할 때였다. 

하소용의 처는 장남이 아비를 구슬프게 부르면 돌아온다는 무당의 말을 듣고 허삼관네 집으로 왔다. 

허삼관은 하소용이 그렇게 죽을 고비에 놓인게 또 엄청 꼬시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하소용 가족 생각하면 안쓰럽기도 했다. 

 

그래서 일락이에게 눈물 몇 방울 흘려주고 오라며 보냈다. 

일락이는 하소용이 자기 아빠가 아닌데 왜 자꾸 그러냐고 억울한 마음으로 처마 위에 올라가서 엉엉 울었다. 

이 정도 했음 됐는데 하소용의 처가 더 하라고 하니...

허삼관이 애를 딱 내려놓고 자기 팔에 피를 그으면서

일락이는 내 자식이니 누구든 하소용의 아들이니 뭐니 말하면 칼로 그어버린다며 선전포고를 했다. 

 

허삼관이가 가끔 맹한 것 같은데 한방이 있는 사람이긴 하다.

 

여섯 번째 매혈

자식은 한 명만 남겨놓고 나머지 자식들은 노동 배치표에 따라 일하러 가야 했다.

일락이와 이락이는 농촌으로 발령나 인민을 위해 일을 했다.

몇 년이 흐르고 일락이가 비리비리해져서 돌아왔다. 삼관씨 또 마음 찢어져서 용돈주려고 피 팔고 왔다.

개인 재산이 없어서 뭘 더 해주고 싶어도 피 파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일곱 번째 매혈

이락이네 생산 대장이 허삼관네 신세지러 왔다. 또 이락이한테 피해갈까봐 극진히 모시려는 허옥란과 허삼관.

근데 뭐 대접할 돈이 없으니 피를 팔고 오는 수밖에!

이 날 매혈 동기 근룡이를 만났는데, 근룡이가 피 뽑고 갑자기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간걸 봐버렸다. 

허삼관은 와 나도 까딱 잘못 하면 뼈도 못 추스리겠구나 싶어서 몸 사리려고 했는데...

망할 놈의 생산 대장!!!

술 같이 먹자고 난리 부르스ㅠㅠ 술값도 안 낼거면서 술은 겁나 찾음. 결국 지가 뻗어서야 멈췄다. 

허삼관 거의 황천길 건널 뻔 했는데, 다행히 살.았.다. 휴

냉큼 근룡이 근황 체크하러 병원으로 달려갔는데 근룡씨는 이미 돌아가셨단다...

이제부터 건강을 챙겨야겠다고 다짐함과 동시에!!!!

 

매혈 여정 시작ㅠ

이제부터는 안 셀란다...

일락이가 간염에 걸려서 거의 죽을 위기에 놓인 것이다.

일단 일락이와 허옥란 부터 상하이에 있는 큰 병원에 보내놓고, 허삼관은 상하이까지 도시들에 들러 피를 팔면서 갈 작정이었다. 

피를 한 번 뽑으면 푹 쉬면서 3개월 이후에나 또 뽑을 수 있었는데, 

그냥 내리 뽑아버리는 바람에 한 번은 픽 쓰러져 다른 사람의 피를 다시 수혈받기까지 했다.

그래도 인복이 좋아서 래희 래순 형제를 만나 피를 대신 팔아주기도 했다. 

거의 뭐 피를 나눈 사이가 된거지.

이렇게 어찌저찌 일락이를 살린 허삼관...

 

훗날 나이가 들어 오랜만에 피나 한 번 뽑고 따뜻한 황주와 돼지간볶음을 먹으려고 했는데

젊은 혈두가 피를 팔아 힘든 시기 다 이겨냈는데 나이 드니 죽은 피라고 허삼관을 조롱하면서 꺼지라고 했다.

이 놈의 나라, 평등 운운하면서 사람들 있는 고생 없는 고생 다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피를 팔게 만들어 놓고, 

좀 살만하니까 늙은 피는 안 받는다니.. 

그래도 옥란씨가 그 마음 알아주고 돼지간볶음 세접시와 황주 사주면서 허삼관 대신 욕을 퍼부어 주었다!

 

허옥란 인생

우리 옥란씨 인생도 험란했다구...

하소용한테 겁탈당해 임신당했는데, 하소용은 책임 안 진다고 내뺐고...

허삼관한테 일락이 사건 들킨 후 쌈싸대기 맞구

하소용이랑 하소용 처한테도 흠씬 두들겨 맞고..

나중엔 대망의 문화대혁명... 지쨔 허옥란 그냥 편하게 살게 해주면 안되냐구!

이웃간의 불신이 팽배했던 시대에 대자보에 잘못 걸리면 인민군의 희생양이 되는 시기였다. 

창x라는 오욕까지 뒤집어 써가며 사람들 앞에서 삭발만 당하면 다행이게?

매일 가슴에 목판을 쓰고 죄인 취급을 받아야 했다.

허삼관처럼 피만 안 팔았을 뿐, 옥란씨도 참 고생 많았다는 말씀ㅠㅠ

그 당시 여성인권 말해 뭐하지만은.. 진짜 이 책에서 제일 리스펙해야한다. 

야무지게 대기근 때 돈이랑 쌀도 잘 쟁여놓고, 뚝딱뚝딱 장갑으로 애들 옷도 잘 만들어주고!

 

《허삼관 매혈기》는 ‘평등’에 관한 이야기다. 다소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12세기 아프리카 북부에서 씌어진 시 가운데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가능할까?

야곱 알만스의 일개 백성도
장미와 같이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이
죽어갈 수 있을까?  

나는 이 역시 평등에 관한 시라고 생각한다.

(중략)

 아리스토텔레스라는 외국인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장미도 모르고(단지 꽃이라는 사실만 알 뿐), 아는 것도 별로 없고, 아는 사람도 많지 않으며, 자기가 사는 작은 성 밖을 벗어나지 않아야 길을 잃지 않는 사람이 있다. 당연히 다른 이들처럼 그에게도 가정이 있고, 처와 아들이 있다. 역시나 그는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남들 앞에서는 다소 비굴해 보이지만, 자식과 마누라 앞에서는 자신만만해 집에서 늘 잔소리가 많은 사람이다.

 그는 머리가 단순해서, 잠잘 때야 꿈을 꾸겠지만 몽상 따위에 젖어 살지는 않는다. 깨어 있을 때는 그도 평등을 추구한다. 그러나 야곱 알만스의 백성과 달리 절대로 죽음을 통해 평등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그는 사람이 죽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그의 삶이 그렇듯 현실적인 사람이다. 그러므로 그가 추구하는 평등이란 그의 이웃들, 그가 알고 있는 사람들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는 아주 재수 없는 일을 당했을 때 다른 사람들도 같은 일을 당했다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또 생활의 편리함이나 불편 따위에는 개의치 않지만 남들과 다른 것에 대해서는 인내력을 잃고 만다.

그의 이름이 ‘허삼관’일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허삼관은 일생 동안 평등을 추구했지만, 그가 발견한 것은 결국 그의 몸에서 자라는 눈썹과 좆 털 사이의 불평등이었다. 그래서 그는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이렇게 푸념을 늘어놓았던 것이다.

“좆 털이 눈썹보다 나기는 늦게 나도 자라기는 길게 자란단 말씀이야.” 
<허삼관 매혈기>, 위화 - 밀리의 서재

 

작가는 <허삼관 매혈기>를 평등에 관한 소설이라고 말했다.

다 똑같이 눈 두 개, 코 한 개, 입 한 개로 각각 똑같은 사람들이다. 막 뛰어나게 잘난 집안에서 태어나든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든 우리 똑같은 인간이잖아. 그리고 허삼관은 업보를 믿는다. 누군가에게 민폐를 끼친 사람들은 어떻게든 그걸 돌려받을 것을 믿는다. 

그리고 양심을 믿었다. 영문 모를 사랑을 베푼 사람들에게 그만큼의 보답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나라에서 실험적으로 인민들을 갖은 방법으로 괴롭혀도 늘 으쌰으쌰 우리 가족만을 바라보며 지키려고 노력했던 허삼관.

 

나는 솔직히 이 책을 정말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었다. 허삼관의 비극적인 삶에 위트가 섞여 있어 한편으로는 다행이었다. 

주인공이 괜찮다는데 뭐... 

근데 사실 위화라는 작가가 막 대단하게 체제에 대해 비난한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 당시에 살았던 사람들이 얼마나 수모를 겪었는지, 그렇게 버텨서 지금의 중국의 한 세대를 이어갔다는 것을 보여줬던 것 같다.

왜 아직도 위화가 베이징에서 교수하면서 잘 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인생 : 살아간다는 것

 

서양에는 <스토너>가 있다면, 동양에는 <인생>이 있다.

 

주인공 푸구이의 인생도 고달프다. 나름 <허삼관 매혈기>는 좀 유쾌하고 해피엔딩에 가까웠다.

푸구이는 비극 of 비극..ㅠㅠ 그래도 푸구이는 오늘을 살아가려 한다. 

 

푸구이씨는 지주의 아들로 태어났다. 근데 푸구이가 젊은 시절 도박으로 집안의 재산을 다 날려먹어 소작농이 되어버림..;;

(나는 이 대목에서 왜 부잣집들이 교육을 빡세게 하는지 알 것 같았다ㅋㅋㅋㅋ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가진 가치를 알아챈 사람만이 그 집안의 재산을 이어갈 수 있다. 

그 가치를 몰랐던 푸구이는 도박에 미쳐 다 날려먹은거지.)

 

하여튼 도박에 미쳐서 푸구이를 말리러 온 아내 자전이 임신했는데 폭력을 휘두르기도 했다. 

룽얼이라는 작자가 푸구이의 재산을 뺏어가려고 벌린 도박 판이었는데, 재산을 다 뺏기고 룽얼에게 땅을 빌려 소작농이 된다. 

 

토지개혁과 농업 집단화때문에 룽얼이 자기 재산을 인민공화국에 다 뺏겨버림..

룽얼이 어떻게 사기쳐서 얻어낸 땅인데 억울해서 지랄발광을 했더니 총살 당했다. 

당시 룽얼이 푸구이를 보면서 너 대신 내가 죽는거라며 한마디 했다. 

근데 진짜 푸구이가 지주로서 땅을 잘 관리하고 있었어도 이렇게 인민공화국에 다 뺏길 운명이었긴 했다. 

푸구이는 약간 소름..

 

갑자기 어머니 편찮으셔서 시내 나갔다가 싸움에 휘말렸는데 운도 더럽게 없었지. 

군대로 끌려가버렸다. 

전쟁을 치룬 후, 겨우 고향으로 돌아왔는데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셨다. 

딸 평사는 고열에 시달리다 말도 못하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대약진 운동과 대기근이 겹쳐 정말 가난에 찌들었던 푸구이네 가족, 

당시 푸구이는 아내 자전, 딸 펑샤, 아들 유칭과 함께 살고 있었다. 

당시 모든 살림살이 정부에게 빼앗기고, 아들 유칭이 귀하게 키우던 양도 뺏기고... 

배도 고픈데 가진게 없어 더 고달팠던 시기였다. 

 

그래도 아들 유칭 하나는 잘 키워보자 싶어 학교도 보내고 그랬다. 

현장의 아내가 교장 선생님이었는데, 애를 낳다가 피를 너무 많이 쏟은 것이다. 

아이들한테 피를 좀 걷어가려고 했는데, 맞는 피가 없었다.

근데 딱 한 명 유칭만 피가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아주 그냥 피말린다는 표현이 적절하게 병원에서 애 몸에 있는 피를 전부 다 가져가버린 것....

근데 현장으로 있던 사람이 같이 군대에서 전쟁을 치뤘던 춘성이었던 것이다.

전우를 만난 기쁨과 그 전우네 가족이 아들을 죽였다는 슬픔이 교차되는 순간이었다. 

 

사실 춘성은 계속 푸구이와 자전을 찾아오며 용서를 구하고 싶었는데 자전이 용서하지 않았다. 

아이의 목숨을 빚졌던 춘성은 문화대혁명 때 결국 사람들의 희생양이 되어 고초를 겪게 되었다. 

춘성이 무슨 잘못을 했다기 보다는 이 당시에 높은 지위를 갖고 있었던 사람들은 이런 일을 본보기로 당한 것이다. 

푸구이와 자전에게 완전히 용서받지 못한 채, 춘성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펑샤가 얼굴이 예뻐도 말을 못해서 시집을 가기가 애매했다. 

그러던 중 성안(시내)에 살고 있던 얼시라는 총각이 있었는데, 이 총각은 목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사경증을 갖고 태어났다.

서로 부족한 부분이 있으니 보듬어주면서 살면 딱이었다고 생각했나보다.

근데 진짜 펑샤와 얼시가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는데, 펑샤가 애를 낳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죽어버린 것이다. 

안 그래도 몸이 안 좋았던 엄마 자전은 아이 두 명을 어이없게 잃어버렸기 때문에 펑샤가 가고 세 달만에 죽어버렸다. 

 

그래도 얼시라는 총각도 고아였기 때문에 푸구이를 친아버지처럼 모셨고, 

펑샤가 남기고 간 아이 쿠싱과 함께 삼대가 어떻게든 살아갔다. 

얼시는 운반하다 사고를 당해 또 하늘 나라에 가게 되었고, 

몇 해가 지나고 쿠싱은 너무 많이 콩을 먹어 죽고 말았다. 

 

그리고 자신과 똑같은 이름으로 지어준 늙은 소 한 마리와 함께 농사를 지으면 살고 있는 푸구이.

그는 가족에게 죄도 많이 지었기 때문일까? 그는 지난 세월동안 가족들을 하늘나라로 보내준 인생만 살았다.

죄 안 짓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누군가에게 상처 한 번 안 준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냥 이런게 인생인 것 같다.

흘러가는 대로 살아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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