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쿄, 워킹홀리데이

도쿄, 워홀 D+30

반응형

지안이를 학교 앞까지 바래다 준 뒤, 동생이 웬 일로 아침에 카톡 답장이 와서 바로 날샜다는 걸 눈치채고 전화를 걸어봅니다. 동생과 한 시간을 신나게 통화를 합니다. 한국에 있을 땐 통화하는 게 세상 귀찮았는데, 여기에서는 통화만큼 기분좋아지는 일이 없네요. 마음 터놓을 유일한 순간인 듯 해서??

언제나 전화하면 칼같이 받는 엄마, 아빠께도 자주 전화드립니다. 서로의 안부를 묻기보단... 그냥 제가 심심해서요.

 

오늘은 산겐자야 수업들으러 가는 날인데, 늑장부리다 결국 지...각했습니다ㅎㅎ 담당 선생님이 문 앞까지 마중나와 저를 기다리시더라구요;; 굉장히 죄송했습니다ㅠㅠ

 

수업을 바로 시작했고, 이번 주 내내 인터넷 강의를 들었던 내용 중에 궁금했던 질문들을 모두 물어봤습니다.

아, 선생님 성함은 시오다상이셨습니다. 시오다 상은 절대 영어로 설명해주지 않고, 모든 것을 일본어로 설명해주셨지만 그래도 이렇게 스파르타로 가르쳐주시니 단어가 조금 더 기억이 잘 나는 듯 합니다. 그래도 제가 너무 죄송스러울 정도로 아는 말이 많이 없어서 민망스럽네요.

 

 

 

 

오늘 문법 설명해주시고, 일본 음식에 대해서 설명해주시더라구요.

음식에 대해 설명해주셨는데, 일본인에 대한 선입견이 아주 조금 살짝 무너지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중국이나 한국의 문화를 전하여 받거나 약탈해서 지금의 일본문화를 이어 온 것을 인정하십니다. 그리고 일본을 대표하는 다양한 음식들은 다른 나라를 모방했다는 것마저 인정하셨습니다!

완전 팩트고, 맞는 말이지만 저렇게 말씀해주시는 것에 대해 조금 감동했습니다. 당연한 말에 감동받는건 오바싸바지만 기대치가 완전히 낮았던 일본인의 역사의식이 다 똑같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 것은 시오다상의 역사의식의 일부만 들은 것이기 때문에 이렇다 저렇게 왈가왈부를 할 수 없습니다. 

 

사실, 저도 그 일본요리, 일본문화에 살을 붙여서 맞다고 일본은 이런 나라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저는 외국인 근로자라서 몸을 사려야 하기에 조용히 "소데쓰^^*"하고 말았습니다.

 

 

 

그냥 수업 마치고 한 번 찍어봤습니다.

 

 

인기있는 빵집같습니다. 카페 안에 사람들이 아주 많이 있네요.

한 번 후기를 남길 만도 하지만 저는 빵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그냥 지나칩니다. 친구나 지인 중에 빵킬러가 있다면 같이 가볼 수는 있겠지만요.

 

 

원래 카페 옵스큐라에서 라떼를 마시려고 했는데요. 뭔가 오늘은 옵스큐라에 별로 안 가고 싶네요. 그래서 그냥 커피 라이트로 갑니다. 뭔가 나의 개인 시간을 하염없이 보내고 싶을 때는 커피 라이트가 분위기가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단 커피 맛도 훌륭하고요.

 

 

 

만년필을 다 썼네요. 어쩐지 오늘 시오다상과 수업할 때, 있어 보이게 만년필 꺼냈는데 잉크가 엄청 안 나와서 짜증났었는데, 오늘이 그 디데이였습니다. 집에 가서 얼른 만년필 세척해야 할 생각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어딜가나 스타벅스엔 사람들이 우글바글댑니다. 따뜻한 라떼마셔서 목이 좀 말라서 스타벅스를 들어가려고 했는데 줄서기 귀찮아서 그냥 패스했습니다.

 

 

매일 학원에 가거나 카페투어를 할 때 가던 골목의 반대편으로 나왔더니 꽤 멋집니다. 다음주는 이 곳도 한바퀴 돌아봐야겠습니다.

 

 

설덕이에게 전화를 하면서 지안이의 식사 메뉴에 대해 상담을 했습니다. 설덕이가 한 요리 좀 하거든요. 퀘사디아를 추천을 해서 다음 번에 한 번 도전해봐야겠습니다. 지안이와 있을 때 장시간을 차지하는 요리는 좀 버거워서 간단한 요리가 필요하거든요.

너무 목이 타서 우리 동네로 돌아가 우리 동네에 있는 스타벅스에 갔습니다. 도쿄에 있는 스타벅스 치고 우리 동네는 유냔히 손님이 많지 않습니다.  

 

 

 

아이스티를 시켰는데 주문하자 마자 거의 2초만에 나왔습니다. 미리 만들어놓았나 봅니다. 초스피드로 나와서 초스피드로 한 잔 쭉 들이켰는데 겁나게 맛이 없습니다. 시원하기만 하고...;; 대충 먹다 버렸습니다.

 

헐 우리 동네에 이런 곳이 있었나요?

 

엥.. 나 왜 지금봤죠?

 

 

오늘 날씨가 흐리긴 하지만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와 잠깐 이 곳에 앉아서 커피 한 잔 하기 딱 좋겠네요. 그렇지만 저는 지안이의 하교셔틀이기 때문에 빠르게 지안이의 학교로 향합니다.

 

저를 과분하게 사랑해주는 미츠키짱을 위해 편의점에서 젤리를 샀습니다. 지안이와 미츠키짱의 언니 몫까지 사왔는데요. 지안이가 이 얘기를 하니 자기가 전해주겠답니다ㅋ..

왜 내가 산 젤리를 네가 전해주니?ㅎㅎㅎ

같이 가서 미츠키짱과 미라이에게 젤리를 전해주니 미츠키짱이 잇몸 만개하며 아리가또!를 외치는데 너무 행복해집니다.

 

 

 

저렇게 뛰노는 아이들을 보니 제발 지안이가 더 많은 친구를 사겼으면 좋겠습니다. 느그들끼리 뛰놀으라고..

일본어를 잘 하지 못해 친구를 많이 사귈 수 없는 지안이는 나이들고 지친 저를 끌고 같이 뜀박질을 하자고 졸라댑니다ㅋㅋㅋㅋ..

그래, 내가 분발할게!

 

 

 

 

집에 와서 지안이는 유튜브에 푹 빠져 저 따위는 신경도 안 씁니다. 그래도 자유시간이니 저도 풀어줍니다ㅎㅎ 요즘 초딩들의 우상은 아이돌이 아니라 유튜버라던데, 지안이가 잘 가려서 봐야할텐데요.

아무리 1년 동안만 함께할 아이지만, 지안이가 좋은 것만 보고 바르게 자라줬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그 동안 만년필을 세척했습니다.

 

물, 세척을 도와주는 컨버터, 만년필 그리고 잉크 카트리지 입니다.

 

 

이 만년필을 쓴 지 한 달만에 카트리지를 클리어 했습니다. 뭔가 열심히 무언가를 한 것 같아 뿌듯하네요.

다 쓴 카트리지는 빼버립니다.

 

 

 

그리고 컨버터를 뽁 소리가 날 때까지 꽂아줍니다.

 

 

컨버터의 빨간부분을 돌리면 스포이드처럼 물을 쭉 빨아들이고, 반대로 돌리면 빨아들인 물을 다시 뱉습니다. 그렇게 반복하면 만년필 세척이 되는건데요. 대신 물을 계속 갈아주면서 해야 세척이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겠죠? 

 

저는 일회용품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바로 쓰고 버릴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소모품들을 많이 쌓아두는 것을 좋아합니다. 왜냐면 한 번 쓰고 버릴테니 바로 다음을 대체할 무언가가 있어야 하니까요.

그런데 만년필을 사고 나서 뭔가 마음가짐이 달라졌습니다. 한 번 쓰다 버릴 일회용품보다는 나의 삶의 일부가 되어줄 평생물건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런 생각들 덕에 더 관리를 소중하게 하게 됩니다.

이 만년필을 선물해준 설덕이를 생각하면서 말이죠. 

 

 

 

흐린 날이지만 어딘가에 있을 햇빛을 향해 말려놓습니다..;;

 

 

만년필을 세척하고 나니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그런데 이 기분을 망치는 일이 벌어졌으니....

지안이가 오늘도 쌩억지를 부립니다. 아오...;;

 

오늘 자유시간을 오래 가지다 보니 여운이 남았는지 더 놀고 싶어했습니다. 그렇지만 바로 피아노 치기로 약속을 했는데, 피아노 치기가 너무 귀찮았나 봅니다.

집에 있는 피아노가 전자 피아노인데, 이 피아노를 치려면 일단 피아노 위에 덮고 있는 덮개를 내리고, 지안이가 앉아서 칠 수 있게 해주는 의자를 가져와야 하고, 마지막으로 전자 피아노의 코드를 꽂아야 합니다!

이 과정을 피아노 칠 준비해줘, 피아노 셋팅해줘 이렇게 말하는데 오늘 이런 모든 과정들이 귀찮았나봅니다.

 

저보고 언니가 피아노 셋팅해줘, 내가 다 치면 정리할게. 이러더라구요.

얘가 뭘 잘못 알고 있나본데, 피아노 치는 사람은 본인인데 저한테 아주 당당하게 시키더라구요.

역시 이 친구는 제가 고용자인걸 확실하게 아는 열 살 배기 고용주님의 따님입니다....^^*

그치만 저는 이런 게 있으면 팩트을 제대로 알려줍니다.

 

"피아노 치는 사람이 지안이면 이 모든 과정은 지안이가 해야 하는 일이고, 피아노 숙제는 내 숙제가 아니라 지안이 숙제고, 언니는 지안이가 숙제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지 지안이 숙제 노예가 아니야."

 

라고 말하니 셋팅하는게 자기 할 일이 아니라고 바락바락 우겨댑니다.

그래서 누구 할 일인지 엄마나 이모가 돌아오면 시시비비를 가려보자고 하니, "그럼 모두 내 할 일이라고 할 거아냐!" 이러는겁니다. 지금 이 발언은 자기 할 일인걸 분명히 알고 있는 겁니다.

할 말도 없고, 자기 숙제에 대한 책임을 저와 나누고 싶으니 계속 저렇게 우기기만 하네요. 억지 부릴거면 말하지 말라고 하니 억지 부리는거 아냐! 하면서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쾅! 소리가 나게 닫습니다.

 

그래서 제가 바로 가서 지안이에게 지금 쾅!소리나게 닫은거야? 그랬더니,

"내가 그런거 아니야. 바람이 그런거야."

........

 

아오, 되게 짜증났는데 또 이건 귀엽더라구요ㅋㅋㅋㅋㅋ

 

지안이가 억지부리고 우겨서 언니는 서운하고, 언니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니, 지안이는 울면서 잠이 듭니다.

 

이제 하도 싸워서 당황스럽지도 않네요. 저도 저 하고싶은 대로만 하고 살고 싶은데, 저 친구는 오죽하겠어요. 혼자 있는 시간은 하나도 없고 하루종일 저랑 붙어있는데요.

 

그냥 잠들어서 잘 됐다 싶어 천천히 저녁 준비나 합니다. 오늘은 여유가 있으니 언니랑 같이 먹어도 좋겠네요.

 

 

오늘의 메뉴는 어묵탕과 두부조림입니다.

 

지안이가 삐져서 잠들지 않았다면 절대 못 했을 두 가지 요리였습니다...;;

언니랑 같이 저녁을 먹는 게 생각보다 괜찮더라구요. 그리고 언니가 저의 요리를 꽤 맛있게 드셔서 지안이에게 뺏긴 자존감을 되찾기도 하구요ㅋㅋㅋ

 

 

재료 다 꺼내지도 않았는데, 이미 가득찼네요.

 

 

일단 멸치국물은 무를 깍둑 썰고, 멸치와 다시마와 함께 우려냅니다. 그리고 두부조림을 하기 위해 밑에 양파를 깔아놓고 두부를 셋팅합니다.

 

 

두부 조림에 들어간 저 가운데 뻘건 양념은요.

기름기 뺀 참치에 설탕, 고춧가루, 다진 마늘, 새우젓, 간장, 청주, 후추 등을 넣고 섞었습니다.

당연히 이 모든건 제 머릿속에서 나온 레시피가 아니란걸 이 블로그를 꾸준히 읽으셨던 분들은 잘 아시겠죠...?

유튜브선생님은 만물의 이치를 깨달으신 듯 합니다.

초딩들이 유튜버를 가장 좋아한다는 말이 남일같지 않습니다. 저도 이렇게 의존하면서 챙겨보는걸요..?

 

 

 

두부조림은 강불로 조리다 팔팔 끓을 때 중약불로 살살 조림입니다. 중간중간 국물이 잘 스며들게 숟가락으로 떠서 덮어줍니다.

그리고 멸치국물은 팔팔 끓으면 다시마를 빼고 또 20분 정도 팔팔 끓이고, 마지막에 진간장을 3스푼 정도 넣었습니다. 놀랍네요, 제가 얼추 멸치국수 국물 맛이 냈습니다.

 

 

 

멸치국물은 건더기만 빼고 다른 국물로 옮겨담고, 팽이버섯과 우려낸 국물 안에 있는 무 몇개를 꺼내 넣습니다.

나름 있어보이게 어묵꼬치 좀 만들어봤습니다.

 

 

언니가 아직 집에 도착하지 않으셔서 이렇게 따로 빼놨습니다. 그리고 밥을 또 합니다.

지안이가 잠들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네요.

 

 

 

모든 걸 다 클리어한 후에 지안이가 일어나서 제 주위를 맴도네요.

뭔가 할말이 있냐고 물으니, 모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언니한테 도와달라고 말하면 도와줄 수는 있지만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면 지안이 스스로 해야 된다고, 그리고 지안이의 숙제니까 지안이가 책임지고 하는거지, 언니랑 말다툼해봤자 숙제가 끝나는 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지안이는 속으로 뭔가 찜찜했지만 자기도 이렇게 어색한 분위기가 싫은지 알았다고 합니다ㅋㅋㅋ

 

이럴 때 보면 영락없는 어린애에요.

 

 

언니가 왔습니다!

 

 

나름 뭔가 있어보입니다. 언니가 단무지도 새콤하게 무쳐 주셨는데, 밥도둑입니다.

조만간 단무지 다져서 주먹밥 만들어 지안이 맥여야 겠습니다ㅎㅎ

 

 

밥 먹기 전에, 지안이가 글씨있는 책말고, 만화책을 읽으면 안 되냐고 저한테 묻습니다.

화해하고 나서 책읽으면 자유시간 10분 주겠다고 하니, 꼼수를 부립니다. 그래서 글씨있는 책이어야 한다고 하니 두 손을 모아 무릎꿇고 싹싹 빕니다....;; 이걸 보신 엄마가 "지안아, 그건 무릎꿇고 빌 일이 아니야."이러십니다.

그래서 제가 만화책은 지안이 읽고 싶을 때 언제든지 읽어! 그랬더니, 자기 마음대로 안 되니 삐지더라구요.

그러더니, 나는 글씨있는 책만 읽으라는 약속한 적 없다며 또 바락바락 때씁니다.

하... 얘 진짜 왜 이러죠?

 

엄마가 시원하게 혼내줍니다ㅋㅋㅋ 지안이 할 일은 알아서 하는거라며 책 혼자 알아서 읽으라고 책 얘기로 투덜투덜대지말라며 짧고,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헐... 근데 지안이가 입이 대빨 나와있었는데, 엄마의 단호한 모습에 엄마를 꼭 안으며 화내는거야? 미안해 앞으로 안 그럴게 이럽니다.

진짜 짜증과 배신감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는 진짜 안 되는걸 아니까 확실하게 기어들어가네요ㅋㅋㅋㅋㅋㅋㅋ 어쩐지 맨날 말 안 들을 때마다 엄마랑 약속한 거 아니야? 라고 물으면 엄마 얘기 하지마! 이러면서 짜증냈던 이유가 있네요.

엄마를 겁나게 무서워합니다..

 

그래도 저는 지안이에게 그 정도로 화낼 수는 없는 처지라 지안이가 스스로 할 수 있게끔 옆에서 유도를 잘 하는 방법이 다겠네요.

 

 

 

저녁을 먹고난 뒤, 언니와 이런저런 인간관계, 회사생활 등등에 대한 이야기를 두어시간 나눴습니다.

고용주님은 정말 배울 점이 많은 분이십니다. 언니도 사람이신지라 흔들릴 때도 분명 있으시겠지만 자기 컨트롤을 잘 하시고, 주변 사람들을 정말 잘 챙기십니다.  저의 가장 가까운 곳에 본받을 수 있는 분이 계심에 저의 타고난 인복이 무한감사하네요.

 

내일은 지안이와 언니, 막내이모, 이모친구 이렇게 디즈니씨를 간다고 합니다.

저는 고로 휴가네요! 즐기겠습니다.

 

 

 

 

여러분, 오야스미-

반응형

'도쿄, 워킹홀리데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쿄, 워홀 D+32  (2) 2018.06.17
도쿄, 워홀 D+31  (1) 2018.06.16
도쿄, 워홀 D+29  (2) 2018.06.13
도쿄, 워홀 D+28  (2) 2018.06.12
도쿄, 워홀 D+27  (2) 2018.06.11